책을 빌리는 것처럼 씨앗을 대출해주는 특별한 도서관이 있습니다. 씨앗을 대출해 식물을 기른 뒤 채종해서 다시 반납하면 되는 건데요. 변화하는 한국의 모습을 살펴보는 ‘헬로서울’, 오늘은 서울식물원 씨앗도서관 현장으로 안내해드립니다. 서울에서 동예원 기자입니다.
[녹취: 이유토 씨] "나는 7월 파종, 왜냐면 기왕이면 자신도 없는데 기왕이면 딱 적기인 걸 해서 수확을 봐야 하니까..."
[녹취: 박서영 씨] "이게 꽃 핀다는 건가?"
[녹취: 이유토 씨] "꽃은 이때 핀다는 거고 아마 파종은 이때부터 한다고. 이런 거 같아."
[녹취: 박서영 씨] “녹두를 한번 찾아볼까?”
[녹취: 이유토 씨] “ 내가 집안에서 키워야 하니까 그런 걸 고려하게 되더라고...”
서울시 강서구에 있는 서울식물원 식물문화센터입니다. 이곳 1층에 있는 씨앗도서관에서 한국 시민 이유토 씨와 박서영 씨가 식물 사전을 보며 대출할 씨앗을 고르고 있습니다.
서울식물원은 세계 12개 도시 식물과 식물문화를 소개하기 위해 지난 2019년 5월에 개장한 곳인데요. 이곳에는 다양한 식물을 소개하고 씨앗을 공유하는 도서관이 있습니다. 식물연구과 김은수 씨의 이야기입니다.
[녹취: 식물연구과 김은수 씨] “씨앗도서관은 우리 서울식물원에서 보유한 식물 유전자원을 가지고 교육도 하고 씨앗, 책처럼 대출해서 직접 길러볼 수 있도록 유전자원을 공유하는 도서관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식물원이면 다양한 식물을 보유하고 있고 그 식물이 해마다 다양한 씨앗을 맺게 되는데 그 씨앗이 보통 우리 식물원에서 보관하는 저장소에서 저장되는데 그 외에도 남는 씨앗들이 많거든요. 그런 유전자원을 활용해서 정원 문화 확산을 위해서 직접 정원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씨앗 보급소 역할을 하기 위해서 우리 식물원이 준비한 공간입니다."
씨앗도서관에 들어서면 다양한 식물유전자원이 전시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씨앗의 명칭과 정보가 잘 소개된 식물 사전도 마련돼 있고요. 또 씨앗과 식물을 활용한 색다른 인테리어도 눈에 띕니다.
[녹취: 김은수 씨] “씨앗도서관은 실질적으로 한 500여 종의 씨앗이 전시되어있어요. 식물원에서 수집된 씨앗도 있고 외부 관련기관에서 기증받거나 분양받은 씨앗도 있고 야외에서 채집된 씨앗도 있고요. 그리고 다양한 씨앗에 대한 정보, 어떻게 씨앗이 생기고, 씨앗을 어떻게 보관해야 하고 씨앗의 구조가 어떻게 생겼는지 간략하게 볼 수 있는 패널이 있고요. 이쪽에 보시면 다양한 씨앗을 활용해서 포토존을 연출한 포토월도 있고요. 기획전시가 또 이뤄져요. 지금은 모빌 전시가 되어 있는데 이런 기획 전시하는 공간도 있습니다.”
씨앗도서관의 여러 프로그램 중 가장 중요한 업무는 ‘씨앗 대출 프로그램’입니다. 씨앗의 보전과 확산을 위해 책처럼 씨앗을 대출해주고 자율적으로 반납하는 프로그램인데요. 다시 식물연구과 김은수 씨의 설명 들어봅니다.
[녹취: 김은수 씨] “1인당 1개라는 제한이 있습니다. 그래서 대출실적, 기르셔서 반납하시거나 꾸준히 이용하시면 한 번에 받아 갈 수 있는 양도 늘어나거든요. 꾸준히 반납하시면 저희가 이런 혜택도 드리고 있는데 그래도 저희가 취지 자체는 빌려 가시고 키우셔서 직접 수확해서 반납하시고 다시 또 새로운 씨앗을 받아 갈 수 있게끔 저희가 운영하고 있고요. 다만 반납이 어려운 경우에는 본인이 심었던 사진이라든가 재배하는 과정에 대한 거를 저희한테 정보를 주시면 다시 또 새로운 씨앗을 빌려드리니까 너무 부담 갖지 않게 대출이 가능합니다.”
제가 찾아간 날 씨앗도서관에는 상담과 씨앗 대출을 돕는 뉴딜 참여자 이새라 씨가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이새라 씨는 씨앗도서관 안에서 하는 일과 밖에서 하는 일이 다르다며 자신의 역할을 이렇게 소개했습니다.
[녹취: 뉴딜 참여자 이새라 씨] “이 공간을 유지, 관리하는 역할을 하고요. 방문 현황을 저희가 항상 파악해야 해서 방문자 수랑 대출 수 파악하고 있고, 오시는 분들에게 대출 프로그램에 대해 안내하고 대출하는 역할을 하고 있고요. 포장된 씨앗 재고를 파악하고 부족한 씨앗을 채우는 역할을 이 안에서 하고 있고 이 외에서는 씨앗을 채종해야 해요. 채종밭이라는 곳이 있어서 거기서 저희가 씨앗부터 키워서 씨앗을 받아서 포장해서 나눠드리고 있어요.”
이새라 씨는 씨앗의 전반적인 관리를 맡고 있습니다. 재배부터 수확, 포장과 대출
그리고 상담까지 돕고 있는데요. 실질적으로 씨앗 대출을 하고 있기 때문에 요즘
방문객들은 어떤 씨앗을 가장 많이 찾는지 그 이야기도 들어봤습니다.
[녹취: 이새라 씨] “가장 많이 찾는 건 해바라기고요. 그게 근데 비료랑 햇빛이 수반돼야 잘 크기 때문에 최대한 실내에서 키우는 분들은 해가 잘 드는 곳에 키우라고 한다든지 그리고 큰 꽃을 보고 싶은 분들에게는 비료 성분을 좀 흙에 많이 주라고 한다든지 하고 있어요.”
해바라기 씨앗을 많이 찾는 만큼 현재 씨앗도서관 채종밭에서도 해바라기를 키우고 있는데요. 이새라 씨는 해바라기를 키우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는 않다면서 쑥쑥 자라는 것을 금세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해바라기 씨앗은 아이들에게도 인기 만점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근무하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고도 전했는데요. 그 이야기 함께 들어봅니다.
[녹취: 이새라 씨] “그냥 여기 취지에 공감해주시고 빌려 가는 분들 보면 되게 그때마다 항상 뿌듯한 거 같아요. 그리고 여기서 나눠드리는 씨앗이 대부분 토종 종자이기 때문에 원하신다면 계속 채종해서 길러서 보시거나 드시거나 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씨앗을 드리고 이런 프로그램 운영한다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편 입니다.”
씨앗을 한참 고르던 이유토 씨가 드디어 대출할 씨앗을 골랐습니다. 재배시기를 고려했을 때 가장 적절하기도 하고 키우기 쉬운 해바라기 씨앗이었는데요.
[녹취: 이유토 씨] “안녕하세요.”
[녹취: 이새라 씨] "씨앗 고르셨나요? 해바라기는 해가 잘 드는 곳에 길러야 좀 크게 예쁘게 자라거든요? 그래서 실내에서 기르시면 해 잘 드는 곳에 키워주시면 좋습니다."
[녹취: 이유토 씨] "화분은 처음부터 좀 큰 거 해야 하나요?"
[녹취: 이새라 씨] "얘네가 아무래도 비료기가 많아야 크게 자라서 작은 것보다 넓은 게 더 좋을 것 같아요"
[녹취: 이유토 씨]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유토 씨는 최근 씨앗도서관에 관해 알게 돼 이곳을 찾아왔다고 전했습니다. 이제는 반려동물뿐만 아니라 반려 식물의 시대라고도 할 만큼, 집에서 식물을 키우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요. 반려동물을 키우기에는 환경 측면으로 어려운 상황이라 이유토 씨는 식물을 아끼며 키우는 사람들을 이르는 ‘식집사’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녹취: 이유토 씨] “혼자 살고 있는데요. 뭔가 요즘에 식물로 인테리어하고 이런 것도 좀 많이 책도 나오고 이렇잖아요. 관심 두다가 집이 이 근처인데 어떻게 알게 됐어요. 씨앗도서관이라는 게 있다. 그래서 찾아봤더니 이런 게 있다. 그래서 너무 좋아서 한 번 일단 와보자 해서 왔어요.”
씨앗을 대출한 뒤 반납이 의무 사항은 아니지만, 추가적인 씨앗 대출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반납이 필요한데요. 이유토 씨에게 해바라기를 잘 키워 씨앗을 반납할 자신이 있는지 물어봤습니다.
[녹취: 이유토 씨] “확실한 거는 저는 식물일지를 쓰려고 하거든요. 성인 돼서 사실은 누가 시키지 않은 한 그렇게 할 일이 잘 없잖아요. 스스로 그런 것도 해보면 하나의 일기? 그런 종류가 될 수 있겠다 싶어가지고 보니까 반납 그런 거에 제가 키운 사진 이런 걸로도 역할을 한다고 들었거든요. 그래서 아 그렇게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씨앗도서관을 관리하는 김은수 씨는 이곳을 방문하는 분들이 예전에 비해 많이 늘었다고 전했습니다. 더불어 대출하는 인원도 늘었는데요. 2019년도에는 전체 방문 인원의 9% 정도가 대출했다면 지금은 15~16% 정도가 씨앗을 대출해 간다고 말했고요. 무료로 분양을 해줄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 대출과 반납이라는 용어를 쓴 만큼,
이용객들이 다시 한번 씨앗 보전의 중요성을 깨닫고 씨앗 나눔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길 바랐습니다. 씨앗도서관을 찾은 방문객들의 소감 들어보시죠.
[녹취: 김은희 씨] “빌려 간 사람들이 그 열매에서 씨앗을 걷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잖아요. 그동안에 몰입하겠죠. 반납해야 하니까 정성이 들어가서 관심의 집중도가 높아지지 않을까 싶어요.”
[녹취: 박서영 씨] "아이들이 오면 얼마나 재밌을까. 아이들이 다 그냥 꽃이 저절로 생기는 줄 아는데 심어서 이런 과정을 집에서 해볼 수 있으면 되게 재미있겠다는 생각도 들고 저처럼 가공식품만 사는 현대인들이 뭔가 수확의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소소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경험이 되면 좋겠다는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식물연구과의 김은수 씨는 특히 한국 토종 씨앗이 보존되어야 하는 중요성을 강조했는데요. 토종 씨앗은 미래 종자의 귀중한 유전자원이 된다며, 지속해서 토종 씨앗을 발굴하고 보존하려는 노력에 많은 시민이 동참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씨앗도서관에서 일부 토종 씨앗을 나눠준다며, 사람들이 토종 씨앗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직접 길러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습니다.
[녹취: 김은수 씨] “서울식물원에 오셨던 분들이라면 아무래도 식물에 관심 있으니까 오셨겠죠. 씨앗도서관에서 받은 씨앗이 작은 계기가 돼서 정원 활동이라든가 식물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이라도 커져 나갔으면 좋겠다는 의미를 가지고 운영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VOA 동예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