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급속한 확산에 따른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국제사회도 북한의 코로나 발병 사태를 주목하고 있는 가운데 VOA는 이번 사태를 진단하고 전망하는 전문가 인터뷰 시리즈를 기획했습니다. 오늘은 첫번째 순서로 J 스티븐 모리슨 CSIS 국제보건정책센터 소장과의 인터뷰를 보내드립니다. 모리슨 소장은 북한에서 코로나 대유행을 막기에는 이미 늦었다고 지적하며 북한 당국이 현실을 직시하고 국제사회로부터 백신과 치료제를 신속히 도입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또 북한에서 신종 변이가 발생할 가능성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모리슨 소장을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세계보건기구 WHO가 지난 2020년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팬데믹을 선언한 지 2년 만에 북한에서 코로나가 발병했고 급속히 확산되고 있습니다. 북한의 열악한 의료 환경과 주민들의 백신 미접종을 감안할 때 얼마나 심각한 상황입니까?
모리슨 소장) 북한에서 발병한 코로나바이러스의 오미크론 변종은 놀라운 속도로 퍼져 이동제한령 이른바 ‘락다운’ 조치를 앞질러 갑니다. 북한은 특별히 위험한 상황입니다. 국내적으로 백신 접종으로 인한 면역 보호가 없고 이전 감염으로 인한 면역 보호도 없습니다. 2천500만 인구의 북한은 현재 면역 공백으로 매우 취약한 상황입니다. 바이러스가 주민들 사이에서 매우 매우 빠른 속도로 질주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당국의 통제 조치들이 효과가 없을 것으로 봅니다. 북한은 중국과 달리 정교하고 효과적인 락다운 역량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락다운, 검사, 분리, 격리, 고립할 역량을 가지고 있지 않죠. 물론 오미크론 변이가 너무 빨리 확산돼서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도 무너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기자) 바이러스가 주민들 사이를 질주할 것이라고 하셨는데요, 그 과정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새로운 변이가 출현할까요?
모리슨 소장) 변이의 출현 과정은 불분명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바이러스가 지금 북한에서와 같이 대규모 집단에서 통제 불가능한 전염을 일으킨다면 이것은 새로운 변이에게 ‘환영 초대장’을 보내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사실입니다. 새로운 변이가 생길 수 있는 가장 적합한 환경인 것입니다. 물론 즉각적으로 변이가 생기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면역 보호가 없고 백신이 없으며 이전 감염도 없습니다. 또 매우 약하고 무너진 의료 체계를 가지고 있으며 검사와 격리 역량도 없고 심각한 영양실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바이러스가 그 지역을 지배할 수 있습니다. 끔찍한 상황의 조합으로, 우리는 북한 주민들의 건강과 안녕을 매우 우려해야 합니다.
기자) 백신 접종률이 낮고 보건 체계가 열악한 상황들은 아프리카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을까요? 2021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오미크론 변이가 발생했었는데요.
모리슨 소장) 아프리카는 20년간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와 결핵 등에 대한 수준 높은 실험실과 검사 역량을 갖춰왔습니다. 오미크론이 발생한 남아프리카공화국도 이러한 정교한 역량을 바탕으로 매우 신속하게 유전자 배열 분석을 실시할 수 있었죠. 북한의 경우 현재 앞을 볼 수 없는 상황이며 극도로 취약합니다. 북한은 현실을 부인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의 접근법이 무기한 효과적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끔찍한 오판이었습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경고해왔습니다.
기자) 북한 당국에 어떤 대응을 조언하시겠습니까?
모리슨 소장) 북한 지도부가 결정을 내려야 할 시점입니다. 이 바이러스가 사회 곳곳을 질주하도록 허용할 것인지 막을 것인지 신속히 결정해야 합니다. 바이러스 확산을 그대로 두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감염될 것입니다. 차후에 일정 수준의 면역 보호가 생길 수도 있지만, 인구의 상당수가 사망하거나 중병을 앓고 장기간 코로나 휴유증을 겪게 될 것입니다. 물론 정권의 위상에 손상이 갈 것입니다. 저는 빠른 해법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1년 반이나 2년 전에 해법을 강구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 대유행을 막기에는 너무 늦었습니다. 대유행은 일어날 것입니다. 다만 지금도 할 수 있는 일은 현실을 인정하고 백신과 항바이러스 치료약과 산소 마스크, 개인보호장비(PPE) 등 감염자를 치료하는데 핵심적인 의료 장비들을 북한으로 들여가는 것입니다. 북한엔 현재 좋은 선택 방안들이 없습니다. 중장기적인 관점을 가져야 합니다. 고령자들과 면역이 약한 사람들을 비롯해 가장 취약한 이들을 보호하고 의료진에 집중해야 합니다. 북한은 사망률을 줄이기 위해 매우 구체적인 대상들에 집중해야 합니다. 허비할 시간이 없습니다.
기자) 의료진 보호도 매우 중요하게 언급하셨습니다. 북한에 코로나가 발생하면 의료 체계가 붕괴될 것이라는 우려도 많은데, 어떻게 보십니까?
모리슨 소장) 바이러스가 국내적으로 급속히 확산되면 취약하고 무너진 의료 체계는 매우 빠르게 압도될 것입니다. 의료 체계의 붕괴를 볼 수 있습니다. 의료진의 감염률이 높으면 복합적인 영향을 초래합니다. 당뇨, 암, 고혈압 등 온갖 만성 질환에 대한 의료 서비스를 방해하고 의료 체계를 마비시키며 평균사망률보다 더 많은 사망자를 발생시킵니다. 환자들이 치료 받지 못해서 코로나 아닌 다른 병으로 인해 사망하는 것이죠.
기자) 북한은 국제 백신 공급 프로젝트 코백스의 백신 제공 제안을 여러 차례 거부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긴급한 상황을 고려해서 코백스가 급하게 백신을 제공할 여력이 있을까요?
모리슨 소장) 나는 코백스나 세계백신면역연합(GAVI)을 대변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코백스는 보유하고 있는 백신의 5%를 분쟁 상황이나 취약한 상황에 제공하기 위해 따로 떼어놓고 있습니다. 북한은 이 분류에 해당될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그리 큰 국가가 아닙니다. 2천 500만 인구 중에 5살 미만 어린이를 제외하고 나머지 인구를 최소 두 차례 접종하고 부스터 샷까지 감안해도 5천만에서 6천만 회 접종분이 필요한 것입니다. 현재 전 세계의 백신 공급량은 1년 전 보다 훨씬 많습니다.
기자) 빅터 차 CSIS 한국 석좌와 함께 지난 3월 ‘북한의 코로나-19 봉쇄: 현재 상황과 앞으로의 길’이라는 보고서를 발간하셨죠? 이 보고서에서도 북한에서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을 경고하셨는데요.
모리슨 소장) 그렇습니다. 우리가 최근 관련 연구를 진행한 이유는 북한에서 코로나 발병은 불가피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바이러스가 북한에서 나타나서 확산되는 것은 필연적인 상황이었습니다. 따라서 전문가들과 함께 어떤 일이 일어날 지, 선택지는 무엇인지, 북한 정부가 어떻게 하면 접근법을 바꿀 지 등을 살펴봤습니다. 내가 방금 인터뷰를 통해 이야기한 내용들입니다.
지금까지 J 스티븐 모리슨 CSIS 국제보건정책센터 소장으로부터 북한의 향후 코로나 확산 상황을 내다보고 북한 당국이 취할 수 있는 조치들을 살펴봤습니다. 인터뷰에 조은정 기자였습니다. 내일은 미국 웨일 코넬 의대의 미생물, 면역학 전문가 존 무어 교수와의 인터뷰를 보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