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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풍경] 한국전쟁 참전 미군 전사자 이름 새긴 첫 기념비


[뉴스 풍경] 한국전쟁 참전 미군 전사자 이름 새긴 첫 기념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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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풍경] 한국전쟁 참전 미군 전사자 이름 새긴 첫 기념비

매주 금요일 북한 관련 화제성 소식을 전해 드리는 ‘뉴스 풍경’입니다. 미 서부 캘리포니아에 한국전쟁에서 전사한 미군 병사들의 이름을 모두 새긴 첫 기념비가 세워졌는데요, 미주 한인사회와 한국 정부의 지원으로 건립됐습니다. 장양희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뉴스 풍경] 한국전쟁 참전 미군 전사자 이름 새긴 첫 기념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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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 온 모자를 가슴에 묻고 예를 갖춘 라이언 씨는 전사자 이름이 새겨진 기념비를 하나씩 살피더니 뉴욕주라고 쓰인 기념비 앞에 섭니다.

[녹취: 켄 라이언] “Thomas Jefferson Ryan, Thomas Ryan, John Ryan, James Ryan, Howard Ryan, you know, so I just was curious.,,”

토머스 라이언, 존 라이언, 제임스 라이언, 하워드 라이언....뉴욕주 출신 미군 중 ‘라이언’ 이란 성을 가진 전사자들의 이름을 일일이 부르는 이 남성은 삼촌을 찾고 있었습니다.

[녹취: 켄 라이언] “I'm from New York. And I just wanted to see if there anybody, you know, any Ryan's from New York. You never know. You know, because I had an uncle Jimmy, and I’ve never known what happened to him so you never know. You know, my father's brother…”

삼촌이 제2차 세계대전에 이어 한국전에 참전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아무도 모른다며 착찹한 심경을 토로합니다.

한국전에서 전사한 미군 이름이 새겨진 기념비 건립 소식을 듣고 왔다는 라이언 씨는 베트남전쟁 당시 미 공군 보안경찰로 근무했습니다.

라이언 씨는 기념비 건립을 통해 ‘잊혀진 전쟁’으로 여겨졌던 한국전쟁이 인정 받았다며, 참전용사 가족으로서 기념비에 대한 소감을 밝힙니다.

[녹취: 켄 라이언] “I think is a great thing that they should finally recognize this war because as many people will say, sometimes this is considered the Forgotten WarBut if you talk to the guys are there, it was such hard time it was one of the coldest..”

6.25 한국전쟁 당시 전사한 3만 6천 591명 미군의 이름을 새긴 ‘오렌지카운티 한국전쟁 기념비’는 11월 11일 제막식을 통해 세상에 공개됐습니다.

캘리포니아주 플러튼시 힐크레스트 공원 입구 1에이커 부지에 자리한 기념비에 들어서면 ‘한국전 기념비-Korean War Memorial’라고 새겨진 넓직한 표지석이 보입니다.

표지석을 지나 원형 벤치를 중심으로 둥그렇게 놓인 다섯 개의 화강암 별 기둥이 바로 기념비입니다.

정면으로는 직사각형인데 위에서 내려다 보면 별 모양인 각 기념비의 10개 면에는 750명 전사자의 이름이 새겨졌는데 기념비 하나에 7천500명의 이름을 담았습니다.

전사자 명단은 한국 부산에 소재한 유엔 평화기념관의 기록에서 가져왔습니다.

기념비 받침대에는 미국 각 주 이름이 새겨졌는데, 참전용사들을 출신 지역으로 구분했습니다.

기념비 표지석과 기념비를 지나면 네 개의 깃발이 펄럭입니다. 미국 성조기와 한국 태극기, 미 전쟁포로와 실종군인을 나타내는 휘장과 캘리포니아주 기입니다.

미 전역 90여개의 크고 작은 한국전쟁 기념비 가운데 미군 전사자의 이름을 모두 새긴 첫 사례인 이 기념비는, 워싱턴 디씨 한국전쟁 기념관 추모의 벽 보다 앞서 완공됐습니다.

내년 7월 완공 예정인 한국전쟁 기념관 추모의 벽에는 미군 전사자와 미군에 배속된 한국 군인인 카투사 전사자의 이름을 새기게 됩니다.

‘오렌지카운티 한국전쟁 기념비’는 2011년 이 기념비 건립을 위해 설립된 한인 민간단체 ‘오렌지카운티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비 건립위원회(OCKWMC)’의 주도로 이뤄졌습니다.

바락 오바마 전 대통령 재임 당시 백악관 장애인복지 정책위원으로 활동한 이 단체의 조 박(한국명: 박동우) 사무총장이 워싱턴의 한국전쟁 기념관을 방문한 것이 설립 배경이 됐습니다. 박 사무총장입니다.

[녹취: 조 박]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비를 방문할 기회가 있어서 여러 번 갔죠. 볼 때마다 이 3만 6천 591 명 희생 병사들의 이름이 하나도 새겨져있지 않았기 때문에 기념비다운 기념비를 만들어야겠다. 어떻게 젊은 나이에 대한민국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한국 사람이 누군지도 모르고 이런 조그만한 나라에 와서 목숨을 걸고 싸우다가 3만 6천 591 명이 전사를 했는데, 그 분들을 이름을 다 세겨드리는 기념비조차 없다는 게 정말로 우리 그 은혜를 입은 사람으로서의 도리가 아니다. 그걸 느꼈기 때문에 그게 기념비 사업을 하게 된 동기죠..”

박 사무총장은 왼팔을 전혀 사용하지 못하는 장애인으로 당시 백악관에 근무하면서 기념비 건립을한인사회와 논의했습니다.

박 사무총장에 따르면 초대 회장 김진오 씨가 지난 2011년 단체를 만들고 2013년 비영리단체로 등록하면서 기념비 설립을 위한 모금활동이 가능했습니다.

모금활동을 벌이면서 동시에 기념비 디자인도 공모했습니다.

박 사무총장은 기념비의 별 모양은 한국전쟁 당시 인천상륙작전을 지휘한 5성 장군인 더글러스 맥아더 원수의 다섯개의 별에서 착안했다고 말했습니다.

기념비 설립에 한국 정부의 지원도 이뤄졌는데, 힐크레스트 공원으로 부지가 확정되면서 2019년 11월 이종돈 로스앤젤레스 주재 영사가 한국 정부에 지원을 요청했고, 한국 국가보훈처가 기념비 건립을 보훈사업으로 인정해 23만 7천 달러를 지원했습니다.

박 사무총장은 한국 정부의 지원과 한인사회의 모금을 통해 125만 달러의 기금이 모였다며, 기념비는 한인들의 풀뿌리 운동으로 이뤄낸 성과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11일 미 재향군인의 날에 거행된 기념비 제막식에는 한인사회 주요 인사들과 미 정치인 등 500여 명이 참석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한국전쟁 미군 전사자 모두의 이름이 새겨진 유일한 기념비 제막을 축하하는 내용의서한을 전달했습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 신문은 제막식을 소개하면서 미 서부에 유일하게 건립된, 1950년부터 1953년까지 전사한 미국인의 이름을 모두 포함하는 최초의 기념물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남부에는 해외 한인으로는 가장 많은 약 60만 명의 한국계 주민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특히 풀러튼 시는 13만 8천여 명의 주민 중 약 4분의 1이 아시아계이고, 한국계가 약 1만 8천 명에 달합니다.

신문은 해외 한인 인구가 가장 많은 지역에 한국전 참전 미군 전사자의 희생을 기리는 기념비를 건립하기 위해 수 천명의 한인들이 기금을 마련했다며 한인사회의 노력을 소개했습니다.

가령 13세 한인 소녀가 기념비를 위해 5천 달러를 모았고, 로스앤젤레스 한국 영사관은 1천 달러 이상 기부자에게 감사패를 전했다는 겁니다.

한국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희생한 미군을 기리는 기념비는 누구보다 70여 년 전 전쟁의 기억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참전용사들에게 남다른 감회를 안겨주고 있습니다.

22세 나이로 한국전에 참전한 91세 로만 모랄레스 씨는 `로스앤젤레스타임스'에 “이 기념비는 내게 세상을 의미하며, 전쟁 당시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몰랐지만 해야 할 중요한 일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장양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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