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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인권결의안, 코로나 따른 북한 주민 인도적 위기 반영…전문가들 "북한 백신 협력 여전히 소극적"


3일 북한 평양 금성제2중학교 학생이 등교하면서 손을 소독하고 있다.
3일 북한 평양 금성제2중학교 학생이 등교하면서 손을 소독하고 있다.

유엔총회 제3위원회가 채택한 북한인권 결의안이 북한에 신종 코로나 감염증 백신 협력을 촉구한 것은 북한 당국의 초강경 비상방역 조치에 따른 주민들의 인권 상황 악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반영한 겁니다. 북한은 그러나 일상 회복을 위한 전 세계의 이른바 ‘위드 코로나’ 전환에 대해 부정적 태도를 보이며 백신 확보에 여전히 소극적인 상황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유엔총회 제3위원회가 이번에 통과시킨 북한인권 결의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백신 공급을 위한 북한 당국의 협력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백신을 주민들에게 적시에 공급, 배포할 수 있도록 백신 공동 구매와 배분을 위한 국제 프로젝트인 코백스(COVAX) 등 관련 기구와 협력하고 이를 위해 국제 단체 직원들의 진입과 물자 수송을 받아들이라고 권고한 겁니다.

이는 신종 코로나와 이로 인해 계속되는 국경 봉쇄로 북한 주민들의 인도적 상황이 악화된 데 따른 국제사회의 우려가 반영된, 과거 인권결의안에는 없던 내용입니다.

강동완 동아대 교수는 유엔이 북한 당국의 초강경 비상방역 조치 장기화에 따른 주민들의 인도적 위기 상황을 지적하고 북한에게 정상국가로서의 역할에 나설 것을 압박하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강동완 교수] “백신 협력을 통해서 하라는 것은 결국 북한이 지금 봉쇄하고 있는 국경을 개방하라는 요구인 것이고 또 계속 비상방역 체계를 강조하면서 이중, 삼중의 철조망이라든지 인권을 침해할 수 있는 요인들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백신 협력이라는 국제사회의 공통의 대응 방안에 북한도 동참하라는 그런 무언의 압박으로도 볼 수 있겠죠.”

탈북민 출신인 조충희 굿파머스 연구소장은 민생이 파탄 지경인데도 백신 확보에 나서지 않고 방역을 앞세워 국경 봉쇄를 장기화하는 북한 당국의 태도는 체제안보에 급급해 주민들의 생명권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비판했습니다.

조 소장은 세계 각국이 경제 회생을 위해 자국민들에 대한 백신 접종에 적극 나서면서 방역정책도 일상 회복을 위한 ‘위드 코로나’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지만 북한은 여전히 확진자가 한 명도 없는 ‘코로나 청정국’이라고 주장하면서 이런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충희 소장] “위드 코로나라고 하는 국제적 흐름에 동참을 못하고 안 하겠다고 하고 있는 건데 그 사람들은 인민들이 제대로 먹지 못하고 병들어 죽어가도 눈썹 하나 까딱 안 한다는 건데 인민들의 생명에 대해서 그것을 지키는 당이라고 이야기 하면서도 생명, 재산을 지킬 수 있는 국경 봉쇄 해제 등 과감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은 체제 유지에만 급급한다고 이야기 할 수 있는 거죠.”

코백스는 지난 3월 북한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90만 회분을 배정했지만 준비 절차 미비 등으로 아직까지 공급이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또 지난 9월엔 코백스가 북한에 추가로 중국산 백신 297만 회분을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북한은 이 백신을 다른 나라에 재배정하도록 양보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현재 지구 상에서 코로나 백신 접종을 시작하지 못한 나라는 북한과 아프리카의 에리트레아 두 나라 뿐입니다.

북한 매체들은 세계 각국이 위드 코로나 정책 시행 이후 감염자가 다시 증가하는 상황을 우려하는 기사들을 내보내고 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은 16일 “백신 접종에 기대를 걸면서 방역 조치를 거의 해제한 나라들이 파국적인 보건 위기에 빠져들고 있다”며 "세계가 대유행 전염병의 위험에서 벗어나려면 아직 멀었으며 방역사업에서 잠시라도 긴장을 늦추는 경우 더욱 참혹한 후과가 빚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강동완 교수는 북한 당국이 이런 보도를 통해 백신 확보에 나서지 않으면서 초강경 비상방역 조치로만 상황을 돌파하려는 현 정책을 주민들에게 정당화시키려는 의도라고 풀이했습니다.

김형석 전 한국 통일부 차관은 유엔의 백신 협력 촉구에도 북한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아 보인다며, 이는 백신 접종 과정에서의 외부 물자와 인원 유입에 대한 경계심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전 차관은 이와 함께 위드 코로나 정책을 쓰고 있는 선진국들 조차 돌파감염으로 다시 어려움에 처한 상황을 지켜보면서 북한 당국이 자신들의 열악한 의료 인프라를 감안해 섣불리 방역 조치 완화를 염두에 두고 백신 접종에 나서기를 꺼리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김형석 전 차관] “백신이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적으로 돌파감염으로 확진자가 늘어나고 확산됐을 경우 북한은 이것을 도저히 감당하기 어렵다, 그리고 이게 북한 주민들에게만 국한된다면 모르겠지만 북한 지도부 특히 김정은 위원장 같은 최고 지도부에게도 영향을 준다면 매우 심각하기 때문에 북한이 쉽게 열지 못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북한은 위드 코로나로 전환할 수 있는 재정적 능력과 의료 인프라 등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이라며, 그렇다고 한계에 달한 경제 위기 때문에 북-중 국경 봉쇄를 지속할 수도 없는 딜레마에 놓여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조 박사는 북-중 간 주요 교역통로인 신의주와 단둥 간 국경 봉쇄 완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지만 두 나라가 서로 코로나 유입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지금 북한의 딜레마는 위드 코로나로 전환할 수 있는 준비나 계획이 전혀 없다는 겁니다. 그렇다고 해서 국경 봉쇄를 장기화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요. 국경 봉쇄를 어쩔 수 없이 열어야 하는 상황인데 그런데 문제는 북-중이 서로의 코로나에 대해서 우려하고 있다는 겁니다. 지금 중국의 돌파감염, 코로나 재확산이라는 문제 때문에 사실 북한도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김형석 전 차관은 북한은 과거에도 세계적인 유행병이 돌 때 비상방역 조치를 취하면서 치료제 등의 개발로 통제가 가능해질 때 비로소 방역 조치를 푸는 행동을 보였다며, 이번에도 그런 수순으로 문제를 풀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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