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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북 대화의 끈 이어온 트럼프-문재인-김정은 '친분 관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문재인 한국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6월 판문점에서 만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문재인 한국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6월 판문점에서 만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올해 2월과 6월, 베트남 하노이와 판문점에서 두 차례 만났습니다. 판문점 만남에는 문재인 한국 대통령도 함께 했는데요, 이런 만남이 가능했던 것, 또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미-북 교착 상태에도 대화의 불씨가 완전히 꺼지지 않은 건 미국과 한국, 북한 정상들의 개인적 친분이 핵심적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입니다. 올 한 해 세 지도자들의 관계를 김영교 기자가 돌아봤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올해 초부터 `친서 외교'를 활발하게 펼쳤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첫 각료회의에서 김 위원장의 친서를 꺼내 들어 보이며, `훌륭한 편지’를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과 여전히 좋은 관계를 맺고 있고, 머지않아 만남을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We’ll probably now have another meeting. He would like to meet. I like to meet. We’ll set that up. We’ll be setting it up in the not-too-distant future.”

이후 곧바로 트럼프 대통령도 김정은 위원장에게 인편으로 친서를 전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옵니다.

그리고 1월 18일,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을 찾은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으로부터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또 받습니다.

닷새 뒤인 23일, 김정은 위원장은 김영철 부위원장이 전달한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훌륭한’ 것으로 평가하면서 “커다란 만족을 표시” 했습니다.

하지만 2월 말 하노이에서 열린 2차 정상회담이 결렬로 끝나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간접대화는 잠시 중단됩니다.

3월 22일,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 대화의 여지를 열어두기 위해 전날 재무부가 발표한 대북 제재의 철회를 지시합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I have a very good relationship with Kim Jong un. He's somebody that I get along with very well, we understand each other. They are suffering greatly in North Korea. They're having a hard time in North Korea. And I just didn't think additional sanctions at this time were necessary.”

자신은 김정은 위원장과 사이가 좋고 서로 잘 이해하고 있으며, 북한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지금 추가 제재는 필요해 보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4월 12일, 김정은 위원장은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나와 트럼프 대통령 사이의 개인적 관계는 두 나라 사이의 관계처럼 적대적이지 않다”며 “생각나면 아무 때든 서로 안부를 묻는 편지도 주고받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음날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우리의 관계가 매우 좋다는 김정은 위원장의 말에 동의한다” 면서 “아마도 훌륭하다는 단어가 더 정확할 것”이라고 화답했습니다.

그리고 15일, 김정은 위원장의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의 생일에 맞춰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축하 메시지와 사진을 담은 친서를 보냈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I have very good relationship with Kim Jong Un. He just said the other day he looks forward to more talks. Talk is okay. Talk is okay.”

트럼프 대통령은 거듭 김 위원장과의 좋은 관계를 강조하면서, "그가 얼마 전 더 많은 대화를 고대한다고 말했고, 대화는 괜찮은 것”이라고 말합니다.

미-북 협상이 답보 상태를 계속하는 가운데 북한은 5월 들어 무력 도발을 감행했고, 그럼에도 김 위원장과 대화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노력은 이어졌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김 위원장이 자신과의 약속을 깨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미-북 정상회담 1주년을 하루 앞둔 6월 11일,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으로부터 “아름다운 편지를 받았다”며 양국의 관계가 좋아 긍정적인 일이 일어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17일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대화를 하고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직접적인 답변 대신 김정은 위원장이 보낸 생일축하 편지를 공개했습니다..

6월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한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 위원장에게 한반도의 비무장지대인 판문점에서의 만남을 제안하며, 서로 악수하고 인사하길 바란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그리고 다음날인 30일, 판문점에서 미국과 한국, 북한 정상 간 깜짝 회동이 성사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의 손을 마주 잡고 군사분계선을 넘어, 미국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북한 땅을 밟았습니다.

[녹취: 김정은 위원장] “어떤 사람들은 일부에서는 대통령께서 보내신 친서를 보면서 미리 사전 합의된 만남이 아닌가하는 말들도 하던데 사실 어제 대통령께서 이런 의향을 표시한 것을 보고 나 역시 깜짝 놀랐고, 정식으로 오늘 여기서 만날 것이라고 하는 말씀을 오후 늦은 시간에야 알게 됐습니다.”

올해 미-북 정상 간 두 차례 회담이 열린 데는 문재인 한국 대통령의 중재 역할도 있었습니다. 미-북 하노이 정상회담이 결렬로 끝나면서 한 때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판문점 깜짝 회동을 성사시키며 그 역할이 다시 부각된 겁니다.

미-북 정상 간 친서 소통이 마지막으로 확인된 건 지난 8월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김정은 위원장으로부터 전날 ‘매우 아름다운’ 편지를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I think we will have another meeting. He really wrote a beautiful letter.”

이어 일주일 만인 8월 15일을 전후해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비공개 친서를 보내 평양 초청 의사를 전달했다는 한국 언론의 보도가 9월에 나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북한을 방문할 준비가 아직 돼 있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시점엔가는, 더 나중의 어느 시점에는 그럴 것”이라는 말로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았습니다.

지난 10월 스웨덴 스톡홀름 실무 협상이 결렬로 끝난 이후 북한은 ‘연말 시한’을 강조하며, 미국이 일방적인 비핵화 요구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 `새로운 길'을 가겠다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서로를 직접 비난하는 일은 자제하고 있습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하루에도 수 차례 글을 올리는 트위터 계정에서 지난 8월 이후 북한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다가 11월 17일 거의 석 달 만에 처음으로 언급합니다. 김정은 위원장에게 “신속하게 행동해 합의를 이뤄야 한다”며 "곧 만나자(See you soon!)”고 밝힌 겁니다.

하지만, 북한이 대미 압박 수위를 높여가자 12월 8일,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적대 행위를 하지 말라고 경고했습니다.

“김정은이 적대적으로 행동하면 잃을 것이 너무 많고, 사실상 모든 것을 잃을 것”이라며 “(그렇게 하기에는) 김정은이 너무 영리하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이 글은 북한이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 있는 서해 위성발사장에서 ‘대단히 중대한 시험’을 했다고 발표한 가운데 나왔습니다. 김 위원장과의 친분 관계를 강조했던 것과는 이전까지의 메시지와는 톤이 상당히 달라진 것이 역력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전날인 7일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북한이 적대적으로 행동한다면 놀랄 것”이라며, “김 위원장이 미국 대선이 다가오고 있다는 걸 알고 있고 여기에 개입하기를 원치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I'd be surprised if North Korea acted hostilely. He knows I have an election coming up. I don't think he wants to interfere with that.”

특히 “김 위원장과의 관계는 매우 좋다”면서도 “약간의 적대감이 있고 여기에는 의문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미국과 북한이 신경전을 이어가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 역할 가능성도 다시 제기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일 밤 전화통화를 하고 북한의 비핵화 진전 방안을 협의했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미-북 대화의 끈을 이어온 미국과 한국, 북한 정상 간 ‘탑 다운’ 외교가 실무급 외교로 이어지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런 가운데 향후 관심사는 아직까지 남아있는 세 정상 간 친분 관계와 신뢰가 실질적인 미-북 대화의 재개로 이어질지 여부입니다.

VOA 뉴스 김영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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