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기복이 심했던 올해 미-북 관계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활동에도 적잖은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군사 관련 활동이 늘었고, 노동당 조용원 부부장이 김 위원장을 가장 많이 수행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올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공개 활동에서 주목되는 것은 군사 관련 활동이 늘었다는 겁니다.
한국 국가정보원과 통일부 등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은 올해 77차례 공개 활동을 했는데, 이 가운데 절반 가까운 36회가 군사 분야 활동이었습니다.
이는 지난 해와 비교하면 눈에 띄는 변화입니다. 지난해 김정은 위원장의 군사 관련 활동은 13회에 그쳤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그 2배가 넘는 36회에 달한 겁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김 위원장이 11월23일께 서부전선 최전방인 창린도 군 부대를 시찰한 겁니다. 당시 군 부대를 둘러본 김 위원장은 해안포중대에 사격을 지시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 중방] ”최고영도자 동지께서는 전투직일근무를 수행 중인 중대 2포에 목표를 정해주시며 한번 사격을 해보라고 지시하였습니다.”
해안포 발사는 남북 간 체결된 ‘9.19 군사 합의’ 위반입니다. 남북한은 지난해 9월 평양에서 체결한 군사 합의를 통해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해안포를 비롯한 일체의 적대 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이 합의를 어기고 해안포를 발사한 겁니다.
한국 국방부는 북한의 해안포 발사에 유감을 표했습니다. 한국 국방부 최현수 대변인입니다.
[녹취: 최현수 대변인] “서해 완충구역 일대의 해안포 사격 훈련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지난해 9월 남북 군사 당국이 합의하고 충실히 이행해 온 9.19 합의를 위반한 겁니다.”
이밖에도 북한은 5월4일 단거리 발사체를 발사한 데 이어 7월31일 신형 방사포, 10월2일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 11월28일 초대형 방사포 등 올해 13차례나 발사를 감행했습니다. 또 김정은 위원장은 11차례에 걸쳐 현지에서 발사를 지켜봤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군사 활동 비중을 늘리면서 박정천 총참모장의 수행 횟수도 늘었습니다. 박정천은 지난 9월 북한군 서열 2위인 총참모장에 임명됐습니다.
이후 박정천은 김 위원장의 방사포 시험발사와 창린도 방어대 시찰을 수행한 데 이어 12월에는 백마를 타고 백두산에 오른 김 위원장의 행렬에 함께 했습니다. 또 12월4일과 14일, 미국을 겨냥해 강경한 담화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북한 수뇌부의 군사 관련 활동이 늘어난 것은 미국과 한국을 압박하기 위한 의도로 보입니다. 김 위원장은 올 2월 말 베트남 하노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대북 제재를 풀려고 했으나 회담은 결렬됐습니다.
따라서 미국이 제재를 풀지않으면 군사적 도발을 통해 ‘새로운 길’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한국의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말했습니다.
[녹취: 안찬일] ”신형 방사포를 비롯해 발사체와 탄도미사일을 무려 13 차례나 쏘고, 거의 30발 이상 발사하고, 현장을 찾아가 직접 지휘하고, 상반기와 다른 하반기 대미 압박으로 군사 행동이 나타나 우려스럽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현지 지도 수행원에도 미묘한 변화가 관찰되고 있습니다.
올 한 해 김정은 위원장을 가장 많이 수행한 사람은 노동당 조직지도부 조용원 부부장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 통일부에 따르면 조용원 부부장은 올해 34 차례나 김 위원장을 수행해 3년 연속 수행횟수 1위를 기록했습니다.
머리가 살짝 벗겨지고 검은색 뿔테 안경을 쓴 조용원 부부장은 당 조직지도부에서 잔뼈가 굵었다는 것 외에 알려진 것이 없습니다.
외교관으로 근무하다 2016년 8월 한국으로 망명한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는 조용원 부부장이 북한의 핵심 실세 중 한 명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태영호] “최룡해나 박봉주가 나와서 말해도 거기에 귀 기울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북한 사람들은 중앙당 조직지도부 지도원 지시부터 들어요. 말을 안 들으면 내 목이 왔다 갔다 해요.”
현송월 삼지연 관현악단장 겸 당 부부장도 김 위원장 수행 횟수가 부쩍 늘었습니다. 지난해 현송월은 단 한번도 김 위원장을 수행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올 들어 17 차례나 현지 지도에 모습을 나타내, 조용원에 이어 수행 횟수 2위에 올랐습니다.
특히 현송월은 김정은 위원장 바로 옆에서 의전 실무를 챙기는 모습을 자주 보이고 있습니다. 그동안 김 위원장의 의전 실무는 그의 여동생인 김여정이 맡아왔습니다.
그러나 지난 6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평양 방문 환영식 장면을 보면 김여정은 다른 당정군 간부들과 함께 서있습니다. 반면 현송월은 검은 치마 정장에 이어폰을 끼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있습니다.
안찬일 소장은 김여정의 위상이 올라가는 동시에 그 빈자리를 현송월이 맡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안찬일] "2월28일 베트남 방문 때만 해도 의전 책임자는 김창선과 김여정이었는데 6월 시진핑 주석이 평양 순안공항에 왔을 때는 현송월이 이어폰을 끼고 나타났는데, 아마 선전선동부 부부장으로 임명되면서 그자리를 차지하고…”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도 올해 급부상한 인물로 꼽을 수 있습니다.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은 그동안 노동당 통일전선부가 담당해왔습니다. 그 결과 외무성은 뒷전에 밀려나 있었습니다. 그러나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로 끝난 이후 외무성과 최선희 제1부상이 북한 외교의 전면에 나섰습니다.
지난 4월 이뤄진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를 계기로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제1부상은 새 국가기구인 국무위원회 위원으로 선출됐습니다. 특히 최선희는 당 중앙위원회 후보위원을 거치지 않고 바로 정위원이 됐습니다.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제1부상은 지난 4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김정은 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 북측 배석자로 참석하기도 했습니다.
미국도 최선희 제1부상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미-북 비핵화 협상을 책임진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11월 열린 미 의회 청문회에서 자신의 협상 상대로 최선희 제1부상을 지목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녹취: 비건 지명자] “The person who needs to negotiate with me in North Korea is the first Vice Minister of Foreign Affairs Choe Son Hui.”
반면 힘을 잃고 2선으로 물러난 인사도 있습니다. 김영철은 지난 2년 간 통일전선부장 자리에 있으면서 핵 협상과 대미, 대남 관계를 총괄해왔습니다. 그러나 2월 하노미 미-북 협상 이후 통일전선부장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다만, 노동당 부위원장직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은 김영철이 완전히 실각한 것은 아니지만 하노이 정상회담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강인덕] “최종적인 책임은 김영철이 질 수밖에 없는데, 아직 당에서 부위원장 자리는 갖고 있는 것으로 봐서 실각한 것은 아니고, 일단 업무는 영어를 잘하는 외교부로 옮기고, 김영철의 영향력은 축소됐다고 봐야겠죠.”
또 북한에서 ‘빨치산 혈통’을 대표하는 최룡해는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에 오르는 동시에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도 차지했습니다. 이에 따라 북한의 명목상 국가수반이었던 김영남 상임위원장은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북한의 경제사령탑에 해당되는 내각총리도 교체됐습니다. 2013년도부터 북한 경제정책을 관장해 온 박봉주는 당 부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김재룡 자강도 당 위원회 위원장이 총리에 임명됐습니다.
북한은 또 4월을 기해 2기 국무위원회를 구성했습니다. 최고정책기관인 국무위원회는 김정은 위원장과 3명의 부위원장, 그리고 8명의 위원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국무위원회의 역할과 비중은 당 중앙위원회나 서기실에는 못미치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