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으로 인해 한국 내 미국의 굳건한 존재감에 불확실성이 생겼다고, 미국의 유력 매체들이 지적했습니다. 과도한 방위금 분담금 요구가 오랜 동맹국인 한국과의 관계를 멀어지게 하고 있다는 겁니다. 김영교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워싱턴 포스트’ 신문은 24일 “트럼프 정책으로 한국 내 미국의 견고한 존재감에 불확실성 생겨”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습니다.
신문은 이 사설에서 미국과 오랜 동맹인 한국 사이에 입장차가 커지고 있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이 보낸 협상단이 한국과 주한미군의 주둔에 대한 한국의 분담금을 올리기 위한 협상을 벌였지만, 한국이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아 미국 협상단이 협상장을 나와버린 걸 언급한 겁니다.
‘워싱턴 포스트’는 미국이 주한미군 병력 일부를 철수해 한국에 압박을 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한국 매체의 보도를 전하며,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이 부인하긴 했지만, 과거 트럼프 대통령이 철수에 대해 발언했던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한국은 중국과의 군사채널을 늘리고, 내년 한국 국방장관의 중국 방문 등 중국과의 교류와 협력을 촉진하기로 했다고 신문은 전했습니다.
이는 한국과 중국 간 동맹의 시작이라기보다는 미국에 대한 한국의 압박전략이라면서, 동시에 점점 의존하기 어려워지는 미국에 대한 대비책이기도 하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이 우려스러운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워싱턴 포스트’는 미국의 분담금 요구는 한국이 새로운 대규모 미군기지 건설에 들어간 108억 달러 중 90%를 부담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에 있어서 아시아 내 선제적 방어 태세를 갖추는 것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동맹이자 민주주의 국가인 한국에는 요구 사항을 내놓으면서, 미국의 적이자 전체주의 국가인 북한에는 애원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며, 미-한 연합공중훈련의 연기와 트위터에서 북한의 독재자인 김정은 위원장과의 만남을 제안한 점을 들었습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근시안적’인 정책은 그가 취임 전에 약속한, 한국에 대해 ‘견고하고 강한’ 지지를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동북아시아 지역 전반에서 미국의 견고한 존재감은 물론 영향력도 불확실해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뉴욕타임스’ 신문도 ‘한국에 대한 트럼프의 루즈-루즈 제안’이라는 사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에 대한 과도한 요구가 동맹과의 관계를 멀어지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신문은 동맹국들이 미군의 보호를 할인된 가격으로 받고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믿음은 위험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미군의 주둔을 상업적으로 바라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접근방식은 미국의 세계적 역할은 물론, 미국 자체의 안보와 번영에도 해롭다는 겁니다.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해외 주둔 미군을 사실상 용병으로 격하시키고, 한국전쟁 이후 한국에 주둔하는 미군이 한국뿐 아니라 자유주의 세계의 최전방을 지키고 있다는 사실도 무시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판으로 두드려봐도 한국은 결코 무임승차가 아니라면서, 한국은 주한미군을 유지하는 비용의 절반에 가까운 비용을 대고 있으며, 무기를 대부분 미국으로부터 구입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같은 미군 부대를 미국에서 유지하려면 훨씬 더 큰 비용이 들며, 한국에서의 임무는 본국에서 재연할 수 없는 실전훈련을 제공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신문은, 가장 심각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비합리적인 보상 요구가 동맹과의 관계를 약화시키는 것이라면서, 한국은 그동안 정권에 상관없이 미국과의 동맹에 있어서 일관되게, 압도적인 지지를 보여줘 왔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는 한국에서 격분을 일으키고 있다는 겁니다.
‘뉴욕타임스’는 정치적 자본을 낭비하거나 동맹을 약화하는 데 지금처럼 나쁜 시기는 없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터무니없는’ 요구는 중요한 동맹을 멀리하게 하고, 미국의 위치를 약하게 하며, 동맹으로서 미국을 신뢰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높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승자는 북한과 중국일 뿐이라고 `뉴욕타임스’는 주장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