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은 최근 중간 보고서에서 북한의 불법 환적 문제를 집중 조명했습니다. 지난 2013년부터 2018년까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에서 해상전문가로 활동한 닐 와츠 전 위원으로부터 국제 제재에도 불구하고 끊이지 않는 북한의 불법 환적 문제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오택성 기자입니다.
기자) 미국뿐 아니라 유엔 등에서 지속적으로 북한의 불법 환적에 대해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런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와츠) 북한이 계속해서 불법 환적을 하고 있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닙니다. 불법 환적이야말로 북한의 경제를 돌아가게 하는 연료 획득의 가장 중요한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북한에게 있어서는 불법 환적이야말로 정제유의 연간 수입 한도를 50만 배럴로 제한한 제재를 회피하는 가장 좋은 수단입니다. 연구소 등에서 작성한 자료를 보면 평양의 기름값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기자) 북한의 불법 환적은 주로 어떤 형태로 이뤄지나요? 최근 나타난 특이점이 있나요?
와츠) 북한은 감시를 피하기 위해 밤이나 새벽녘에 환적을 실시합니다. 뿐만 아니라 식별 가능한 특징들을 제거합니다. 가령 선박 깃발을 내린다거나 하는 일이죠. 심지어는 선박의 IMO를 바꾸기까지 합니다. 최근에는 작은 선박을 이용하는 게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배들은 심지어 IMO 번호도 없는 배들입니다.
기자) 북한의 불법 환적이 이뤄지는 곳은 주로 어느 지역인가요?
와츠) 북한의 불법 환적은 공해상에서 이뤄집니다. 특히 북한은 배타적경제수역과 관련해 논란의 여지가 있는 곳을 불법 환적의 최적의 장소로 보고 있습니다. 이런 곳들은 각 나라의 사법주권이 명확하지 않고 논란의 소지가 있는만큼 이런 곳을 집중적으로 찾아 노리고 있는 겁니다. 북한의 불법 환적에 대한 대부분의 보고서들을 살펴보면, 어느 특정한 지역이라기 보다 넓은 의미에서의 공간을 지적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기자) 북한의 불법 환적 단속과 관련해 어려운 점은 어떤 것이 있나요?
와츠) 제일 중요한 것은 특정 선박의 신원을 정확히 확인하는 일입니다. 선박 간 환적 자체가 불법은 아닙니다. 단지 북한과의 연관이 있을 때만 불법이라고 할 수 있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북한과의 활동에 연관된 선박을 찾는 게 가장 중요한 단계입니다. 그런 다음에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기자) 선박의 신원을 확인한 뒤에는 어떤 과정이 이어지나요?
와츠) 불법 환적을 통해 이익을 보는 사람이 누군인가를 찾아내는 단계입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를 확인하기는 굉장히 어렵습니다. 가령 유령회사 등을 통해 신원을 감추거든요. 뿐만 아니라 불법 환적을 중개하는 브로커는 단순한 단계가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여러 브로커가 개입돼 있기 때문에 돈의 흐름을 식별하기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기자) 북한과의 불법 환적 거래 단속이 주요 출발점이라고 한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와츠) 돈이 누구로부터 먼저 들어왔느냐를 살펴보는 겁니다. 통상 불법 환적 거래는 ‘선불’ 원칙입니다. 환적을 하기 전에 돈부터 오고 가는 거죠. 브로커들은 먼저 돈이 들어왔나를 확인한 뒤에 환적을 진행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돈이 누구로부터 전해진 돈인가를 알아내는 게 굉장히 중요한 과정입니다. 그러나 이 역시도, 브로커가 누구인지를 알아내지 못한다면 추적하기 굉장히 어렵습니다.
기자) 그렇다면 불법 환적 단속에서 핵심은 무엇인가요? 브로커의 행방 혹은 신원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건가요?
와츠)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습니다. 불법 환적 거래의 핵심에 누가 있는지를 파악하는 겁니다, 북한은 신뢰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소수의 인물’을 통해 불법 환적에 나섭니다. 그렇기 때문에 핵심은 북한의 이 ‘소수의 인물’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확보하는 겁니다.
기자) 그렇군요. 말씀하신대로 북한의 불법 환적 거래는 여러 단계, 여러 나라를 거치는데요. 이에 대한 핵심 대응책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와츠) 바로 국제 공조입니다. 주변국가들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서 북한의 불법 환적에 대응할 수 있습니다. 각국이 각자 조사하고 확인한 정보를 제공해야 합니다. 각국이 조사할 수 있는 부분은 퍼즐 한 두 조각으로 굉장히 제한적입니다. 이런 한 두 개의 퍼즐 조각을 모두 모아 하나로 합쳐야 합니다. 그리고 이런 방식으로 퍼즐을 모아 큰 그림을 완성할 때 불법 환적에 연루된 인물은 누구인지, 기업은 어떤 기업인지, 나아가 네트워크는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닐 와츠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 전 위원이었습니다. 인터뷰에 오택성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