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배경과 관련 용어를 설명해드리는 ‘뉴스 따라잡기 시간’입니다. 최근 허리케인 도리안으로 큰 피해를 본 바하마 사람들에게 미국이 ‘임시보호신분(TPS)’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바하마 사람 전부가 아니라 피해 지역에 살고 신원에 문제가 없는 주민들만 받아들일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바하마 사람들에게 TPS가 부여되면 모두 11개 나라 사람들이 TPS 수혜를 받게 됩니다.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미국의 ‘TPS’ 제도에 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김정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인도주의적 구호 성격의 TPS”
TPS는 영어 ‘Temporary Protected Status’의 머리글자를 딴 말로 ‘임시보호신분’을 뜻합니다.
미국 연방 ‘이민국적법(INA)’에 따르면 TPS는 무장분쟁이나 자연재해, 그리고 안전한 귀환을 보장할 수 없는 특별한 상황을 겪고 있는 나라에서 온 외국인을 추방하지 않고 이들에게 미국 안에서 일할 권리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TPS 수혜자들은 일정 기간 미국에서 살 수 있고 일도 할 수 있습니다.
“TPS 제도의 연원”
미국 TPS 제도는 지난 1967년 유엔(UN)이 만든 ‘난민 지위에 관한 의정서’에 따른 것입니다.
미국 연방 의회는 유엔 의정서가 만든 난민 보호 원칙을 국내법에 반영했고, 이런 노력 가운데 하나로 지난 1990년 이민법 가운데 일부로 TPS 제도를 만들었습니다.
TPS 제도의 첫 수혜자는 내전을 피해 미국에 들어와 있던 엘살바도르 주민들이었습니다. 1990년 이들에게는 18개월 기한의 TPS가 주어졌습니다.
이후 앙골라,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브룬디, 기니, 라이베리아, 레바논, 쿠웨이트, 세르비아 내 코소보, 그리고 르완다와 시에라리온 사람들에게도 TPS 자격이 부여됐습니다.
“TPS 수혜 대상 선정 과정”
미국 연방법은 국토안보부 장관이 국무부 등 다른 조직과 협의해 TPS 수혜 대상을 지정하도록 했습니다.
국토안보부 장관은 신변에 심각한 위협을 주는 분쟁이 진행 중이거나 환경재해, 그리고 특별한 상황 탓에 자국민의 안전한 귀환을 보장할 수 없어 미국에 TPS를 요청하는 나라 주민들을 수혜 대상으로 지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정 대상 국민이 미국에 머무는 것이 미국의 이익에 반한다고 판단하면 이 나라는 지정 대상에서 제외합니다.
국토안보부 장관은 6개월이나 18개월 기한으로 TPS를 부여할 수 있고, 조건에 맞으면 이를 연장할 수도 있습니다. TPS 수혜자가 되려면 미국 안에서 연방 이민국(USCIS)에 신청 서류와 수수료를 지정된 기한 안에 내야 합니다.
하지만, 범죄 기록이 있거나 마약, 테러 행위 등에 연관된 사람들은 수혜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TPS 수혜자들은 TPS 효력이 인정되는 기간엔 이민 신분 때문에 구금되거나 추방되지 않습니다. 또 TPS는 합법적으로 미국에 계속 살 권리인 '영주권'을 자동으로 부여하지는 않지만, 자격이 되는 사람들은 나중에 이민 신분을 바꿀 수도 있습니다.
“미국 TPS 제도의 현황”
2018년 11월 29일 기준으로 미국 내 TPS 수혜자는 약 41만7천 명에 달합니다.
지난 1990년부터 지금까지 모두 22개 나라가 TPS 대상으로 지정됐고, 이 가운데 현재 10개 나라가 남아 있습니다.
현재 TPS 수혜국은 엘살바도르, 아이티, 온두라스, 네팔, 니카라과, 소말리아, 남수단, 수단, 시리아, 그리고 예멘 등입니다. 이 가운데 엘살바도르 국적이 약 25만 명으로 가장 많고, 온두라스가 8만여 명, 아이티가 약 5만6천 명, 그리고 네팔이 약 1만4천 명입니다.
이들은 미국 내 50개 주와 미국령에 흩어져 살고 있습니다. TPS 수혜자들이 많이 사는 곳은 캘리포니아주와 텍사스, 그리고 플로리다주 등입니다.
“TPS와 유사한 제도들”
TPS와 비슷한 제도로는 ‘강제출국연기(Deferred Enforced Departure)’도 있습니다.
DED는 연방 정부 재량으로 지정된 나라 출신 외국인을 미국 밖으로 추방하지 않는 제도입니다. DED는 TPS와는 달리 법적 근거는 없습니다.
DED 대상 나라는 대통령이 행정명령이나 메모를 통해 지정합니다. 지난 1990년에 만들어진 뒤 지금까지 엘살바도르, 중국, 아이티, 라이베리아 등을 대상으로 DED가 5번 지정됐고, 지금은 아프리카에 있는 나라 라이베리아만 DED 대상국입니다.
미국 안에서 DED 외에 TPS와 비슷한 맥락에 있는 제도로는 또 ‘난민(refugee)’과 ‘망명(asylum)’ 신청 제도를 들 수 있습니다.
미국 법은 종교나 인종, 국적, 정치적 견해, 특정 단체 소속 등 문제로 처벌되거나 처벌받을 두려움 때문에 모국으로 돌아가기를 원하지 않거나 돌아갈 수 없는 사람들을 ‘난민’으로 규정입니다. 그런가 하면 ‘망명’은 난민 자격에 준한 사람 가운데 이미 미국에 들어왔거나 미국 공항이나 항구 등 ‘관문(US. port of entry: POE)'에 도착한 사람에게 제공하는 보호 조처입니다.
난민과는 달리 망명은 미국 밖에서는 신청할 수 없습니다. 또 미국에 도착한 지 1년 안에 망명을 신청해야 합니다.
미국 정부부터 난민이나 망명 신분을 허용받은 사람들은 TPS 수혜자들과는 달리 기한 없이 미국에 합법적으로 살 수 있고, 시간이 흐른 뒤엔 미국 시민권을 신청할 수도 있습니다.
“TPS 폐지를 둘러싼 논란”
지난 2017년 미국 국토안보부는 여섯 나라의 TPS 효력을 연장하지 않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미국 정부는 시간이 많이 지나 본국 상황이 변했기 때문에 더 미국에 살 이유가 없어졌다는 이유로 몇몇 나라 국민에게 부여한 TPS 기한을 연장해 주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018년 라이베이라에 부여했던 DED 효력을 끝낸다고 발표했다가 마음을 바꾸기도 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2018년 10월 북캘리포니아 연방 지법은 관련 소송이 모두 해결될 때까지 TPS 효력을 유지하라고 명령했습니다. 당시 법원은 TPS가 연장되지 않아 사람들이 본국으로 돌아가면 TPS 수혜자들과 아이들이 큰 고통을 당할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현재 TPS는 10개 나라, 그리고 DED는 1개 나라에 효력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뉴스 속 인물: 존 버커우 영국 하원의장
최근 뉴스에서 화제가 됐던 인물을 소개하는 ‘뉴스 속 인물’ 시간입니다. 오늘 이 시간 주인공은 존 버커우 영국 하원의장입니다.
10년간 영국 하원을 이끌었던 존 버커우 하원의장이 지난 9월 9일, 사퇴할 뜻을 밝혔습니다. 그는 현재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날짜로 예정된 10월 31일을 끝으로 하원의장직과 하원의원직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올해 56세인 버커우 의장은 에식스대학 재학 시 보수학생연맹 회장이었습니다. 그는 1997년 보수당 소속으로 버킹엄에서 처음 하원의원에 당선됐습니다.
보수당 안에서도 자유주의적 성향을 가진 하원의원이었던 버커우 의장은 지난 2009년 하원의장이 됐습니다. 그는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당시 유럽연합(EU) 잔류에 찬성했습니다.
버커우 의장은 당초 지난해 여름에 사퇴하려고 했지만, 브렉시트 일정을 마무리 짓기 위해 자리를 지켰습니다. 영국 의회 안에서 브렉시트를 둘러싼 토론이 가열되자 버커우 의장이 ‘정숙’이란 뜻으로 "오더! 오더!(Order! Oder!)"를 외치는 장면이 전파를 타면서 큰 화제가 됐습니다.
버커우 의장은 브렉시트 논란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중립을 지키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이에 보수당은 물러나는 의장에게 귀족 지위를 주는 전통을 깨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버커우 의장은 자신이 의회 권리의 맹렬한 수호자일 뿐이라고 항변했습니다. 사임할 계획을 발표한 버커우 의장이 과연 브렉시트가 마무리되는 것을 보고 물러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네.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미국 ‘TPS’ 제도, 그리고 뉴스 속 인물로 최근 사임할 뜻을 밝힌 존 버커우 영국 하원의장에 관해서 알아봤습니다. 지금까지 김정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