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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러시아 군용기 한국 영공 침범…한국군, 경고사격


러시아 공군의 TU-95 폭격기. (자료사진)
러시아 공군의 TU-95 폭격기. (자료사진)

러시아 군용기가 한국 영공을 침범해 한국 공군 전투기가 경고사격에 나서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러시아 군용기가 한국 영공을 침범하고, 이에 한국 공군이 경고사격을 가한 것은 처음입니다. 한국 정부는 재발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대응하겠다고 밝혔지만, 러시아는 한국 영공을 침범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서울에서 안소영 기자입니다.

23일 아침 9시 9분쯤, 러시아 공군의 조기경보통제기가 한국 영공을 침범했습니다.

이 러시아 조기경보통제기는 독도 상공 영공을 두 차례 침범했고, 이에 한국 전투기가 경고사격에 나섰습니다.

러시아 군용기가 한국 영공을 침범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보다 앞선 23일 아침 6시 44분에는 중국 공군의 H-6 폭격기 2대가 이어도 북서쪽에서 한국방공식별구역 KADIZ로 진입했습니다.

이후 8시 33분, 중국 폭격기들이 러시아 공군의 TU-95 폭격기 2대와 합류해 KADIZ 이탈과 진입을 반복했고, 여기서 조금 떨어진 독도 상공에서 러시아 조기경보통제기가 비행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가 사전 통보 없이 한국 영공을 침범하자 한국 공군 전투기는 중국 군용기에 20여 차례, 러시아 군용기에 10여 차례 경고통신을 했지만 응답하지 않았습니다.

이어 러시아 조기경보통제기가 독도 상공 영공을 침범하자 한국 공군의 F-16 전투기가 80여 발의 1차 경고사격을 가했습니다.

이후 다시 러시아 조기경보통제기가 영공을 침범해, 한국 공군은 280여 발의 2차 경고사격에 나섰습니다.

러시아 조기경보통제기가 완전히 KADIZ를 벗어난 것은 9시37분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한국 군 당국은 러시아 군용기가 한국 영공을 침범한 배경과 의도를 분석하고 있으며, 특히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가 합류한 배경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정의용 한국 국가안보실장은 러시아 군용기의 영공 침범에 대해 러시아 연방안보회의 서기에게 한국은 이번 사태를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으며, 이같은 행위가 되풀이되면 더욱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또 연방안보회의에서 상황을 파악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청하는 강력한 항의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이와는 별도로 한국 정부는 서울 주재 러시아와 중국 대사와 국방무관을 초치해 항의했습니다.

한편 러시아는 이날 자국 군용기의 한국 영공 침범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자국 군용기가 한국 동해를 비행한 것은 맞지만, 타국 영공을 침범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쇼이구 장관은 한국 합동참모본부가 이날 독도 인근 영공을 침범한 러시아 군용기에 경고사격을 했다고 발표한 데 대해 이같이 반박했습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구체적인 상황은 알지 못한다면서도 방공식별구역은 영공이 아니며, 국제법에 따라 각국은 비행의 자유를 누린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군용기가 KADIZ를 침범했다는 한국 측 반발에 대해서도 한국과 중국은 좋은 이웃으로 침범이라는 용어를 조심스럽게 써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러시아 군용기가 독도 인근 한국 영공을 침범했을 때, 일본의 자위대 군용기도 긴급 발진했다고 일본 정부가 밝혔습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정례브리핑에서 러시아 군용기가 독도 인근 한국 영공을 침범하고 이에 한국 공군기가 경고사격에 나선 것과 관련해 자위대기의 긴급 발진으로 대응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러시아 군용기가 2차례 일본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시마네현 ‘다케시마’ 주변 일본 영해를 침범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일본 `교도통신'은 일본 정부가 이날 외교 루트를 통해 한국과 러시아 정부에 각각 일본 영토에서 이런 행위를 한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하며 항의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스가 장관은 또 한국 군용기가 경고사격을 한 데 대해 “다케시마의 영유권에 관한 일본의 입장에 비춰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극히 유감"이라고 한국에 항의하고 재발 방지를 요구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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