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 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이란이 호르무즈해협 인근에서 영국 유조선을 나포하려다 실패했다고 영국 정부가 밝혔습니다. 이란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22개국 유엔 대사들이 중국 신장 자치구의 ‘재교육 캠프’ 철폐를 중국 정부에 촉구하는 공동 서한을 보냈습니다. 프랑스 의회가 미국의 대형 IT기업들을 겨냥한 ‘디지털세’ 부과 법안을 승인했는데요. 관련 소식, 차례로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이란이 호르무즈해협 인근에서 영국 유조선을 나포하려고 했다는 정황이 포착됐다고요?
기자) 네, 영국 정부가 밝힌 내용인데요. 영국 국방부 대변인은 11일 성명을 내고 이란 혁명수비대(IRG) 소속 고속정 3척이 전날인 10일, 걸프만을 거쳐 호르무즈 해협에 진입하던 영국 유조선 ‘브리티시 헤리티지’ 호를 나포하려고 시도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실제로 나포되거나 충돌이 있었던 건 아니고요?
기자) 아닙니다. 영국 해군 호위함 ‘몬트로즈’호가 개입해 구두로 발포를 경고하자 이란 선박이 물러났다고 설명했습니다. 영국 국방부는 성명에서 ‘브리티시 헤리티지’호가 정상적인 경로를 운항 중이었으며, 이란 측의 나포 시도는 국제법에 위배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이란의 이번 행동에 우려를 표하고, 이란 당국이 해당 지역에서 상황을 더 크게 만들지 말 것을 촉구했습니다.
진행자) 이란은 나포 시도 사실을 인정했습니까?
기자) 이란은 영국 정부의 발표를 전면 부인했습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11일 지난 24시간 동안 영국을 비롯한 외국 함정과 맞닥뜨린 사실이 없다고 반관영 ‘파스’ 통신에 밝혔습니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영국이 “긴장을 조성하기 위해” 꾸며낸 일이라며, “일고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파스 통신에 밝혔습니다.
진행자) 현장이 영상으로 촬영이 됐다고 하던데요?
기자) 네, 미국 언론들은 당시 상공을 비행하던 미국 유인 정찰기가 이 장면을 촬영했다고 전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최근 이란 유조선이 영국 해군에 의해 나포되는 일이 있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지난 4일 영국령 지브롤터가 시리아로 원유를 실어나르려던 이란 유조선 ‘그레이스’1호를 영국 해병대의 도움을 받아 억류했습니다. 지브롤터 당국은 EU의 제재를 어기고 시리아의 정유공장에 원유를 운반 중이라는 믿을만한 증거가 있다며 유조선 억류 이유를 밝혔습니다.
진행자) 그러자 이란이 크게 반발했죠?
기자) 네, 이란 외무부는 즉각 주이란 영국대사를 불러 불법적이고 용납할 수 없는 나포 행위에 대한 강한 항의를 전달했고요. 이란 혁명수비대 측은 억류된 유조선을 풀어주지 않을 경우 영국 배를 억류해 보복하겠다고 경고했습니다. 이번 나포 시도 사건이 발생하기 하루 전에도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자국 유조선을 억류한 영국이 “결과”를 보게 될 것이라며 보복을 시사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자, 이렇게 이란과 영국이 현재 갈등을 빚고 있는데요. 이란과 미국과도 긴장도 고조되고 있습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본부에서 긴급 집행이사회가 열렸는데 미국과 이란이 또 격돌했다고요?
기자) 네, 10일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IAEA 본부에서 긴급 집행이사회가 열렸습니다. 미국이 이란의 핵 합의 위반에 대처해야 한다고 요청해 소집된 회의였는데요. 재키 월코트 IAEA 주재 미국 대사는 이 자리에서 이란의 최근 행보는 긴장을 완화하기보다 더 가중시키고 있다며, 이란이 세계 평화와 안보에 중대한 도전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또 이란이 제재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협상이지 협박이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이란은 뭐라고 말했습니까?
기자) 커젬 가리브 아바디 IAEA 주재 이란 대사는 미국이 핵 합의를 먼저 탈퇴하고 제재를 가했다고 비난했는데요. 핵 합의 당사국 모두가 약속을 지킨다면 이란도 핵 합의를 기꺼이 다시 지키겠다고 말했습니다. 아바디 대사는 또 회의를 마친 뒤 현지 언론에 이번 긴급회의는 미국에 있어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IAEA 회의가 열리는 동안 도널드 트럼프도 이란 핵 활동을 비난하는 글을 남겼다고요?
기자) 네, 10일 트럼프 대통령은 인터넷 ‘트위터’에 이란은 오랫동안 비밀리에 핵을 농축했다고 주장하면서 제재를 더 늘리겠다고 경고했습니다. 비밀 핵 활동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는데요. 이에 대해 아바디 대사는 이란은 숨길 게 아무것도 없다며 IAEA가 철저히 사찰한다고 반박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유엔(UN) 대사들이 중국 신장 자치구내 수용소 철폐를 촉구하고 나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영국과 프랑스 등 22개국 유엔대사들이 10일,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최고대표 앞으로 서한을 보내, 신장 자치구의 위구르 주민과 소수민족에 대한 감시와 대규모 수용소에서 이뤄지는 불법적인 구금에 대해 우려한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그동안 국제 인권단체들은 중국 당국이 신장 자치구의 이슬람계 소수민족을 이른바 ‘재교육 캠프’에 강제수용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는데 이에 대한 지적을 한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중국 당국은 관련 시설의 존재를 인정하면서도 ‘직업교육 기관’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주민들에게 직업 교육을 하고 테러나 극단주의 사상을 제거하기 위해 시설에 수용하는 것이라는 주장인데요. 하지만 성명은 중국에 대해 국내법과 국제적 의무를 준수할 것을 촉구하면서 신장 자치구와 중국 전역에서 종교의 자유를 포함한 인권과 기본적인 자유를 존중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진행자) 이번 공동 성명에 어느 나라 대사들이 동참했습니까?
기자) 영국과 프랑스, 독일, 스위스 등 유럽 국가가 대부분으로 일본과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도 서명했습니다. 미국은 아직 서명하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유엔 대사들이 결의안이 아닌 공동 서한을 통해 우려를 표한 것이 눈에 띄네요?
기자) 네, 정식 결의안을 상정할 경우 유엔 상임이사국인 중국이 거부할 수 있기 때문에 공동 서한을 선택했다는 분석입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의 존 피셔 제네바 국장은 이번 공동 서한은 유엔이 가장 강력한 나라들에도 인권 문제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신장 주민뿐 아니라 전 세계인에게 모두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신장 주민들이 탄압을 받는다는 것을 알려졌지만, 실제로 확인하기는 어렵다고 하죠?
기자) 네, 당국이 철저히 감시하면서 외부인의 출입을 제한하기 때문인데요. 따라서 성명은 바첼레트 최고대표를 포함해 국제 인권전문가들이 신장위구르 자치구를 자유롭게 방문해 재교육 수용소에 대해 조사할 수 있도록 의미 있는 접근권을 보장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진행자) 현재 재교육 수용소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까?
기자) 중국은 지난 3년간 수십만 명의 위구르족과 다른 소수민족들을 대규모 수용소에 가둔 채 이슬람 신앙을 부정하고 공산당에 충성하도록 세뇌 교육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부 인권 전문가들은 신장 사태와 관련해 ‘집단 학살’이란 표현까지 쓰고 있는데요. 최근 영국의 ‘BBC’ 방송은 재교육 캠프 수용자의 자녀들도 기숙학교에 들어가 고유의 신앙과 언어를 말살하는 교육을 받고 있다고 보도해 논란이 됐습니다.
진행자) 유엔 대사들의 공동 서한에 중국은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기자)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겅솽 외교부 대변인은 11일 정례 브리핑에서 관련 국가들이 근거 없이 중국을 비난하고 공격하며 모욕하면서 중국의 내정에 간섭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겅 대변인은 그러면서 서한 관련국에 강력하게 항의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마지막 소식입니다. 프랑스 정부가 대형 정보기술 기업에 세금을 부과하기로 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프랑스 상원이 11일, 이른바 ‘디지털세’ 부과 법안을 승인했습니다. 앞서 지난 4일 이미 하원을 통과한 법안인데요. 연간 총 수익이 7억5천만 유로, 미화로 약 8억4천500만 달러 이상이면서 프랑스에서 2천500만 유로, 즉 2천800만 달러 이상 버는 30대 정보기술(IT) 기업이 대상입니다. 이들 30대 기업이 프랑스에서 벌어들인 연간 총 수익의 3%를 디지털세로 내도록 하는 내용입니다.
진행자) 구체적으로 어떤 기업들이 여기 포함됩니까?
기자) 프랑스에서 사업을 하는 독일과 영국, 중국 등 IT 관련 대기업들이 포함되는데요. 특히 구글과 페이스북, 아마존 등 미국 기업들이 과세 대상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앞으로 2주 안에 법안에 서명할 전망입니다.
진행자) 이런 프랑스 움직임에 미국 쪽에서 어떤 반응이 나왔습니까?
기자) 네, 거센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앞서 프랑스가 관련 법안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지자, 미국 정부는 강한 불만을 표출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프랑스가 마련 중인 ‘디지털세’에 대한 조사를 지시했습니다.
진행자) 디지털세가 타당한지에 대한 조사인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같은 날(10일) 성명을 발표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통상법 301조’에 근거한 조사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미국의 통상법 301조는 대통령에게 외국의 불공정 무역 행위를 제거하는 데 필요한 조처를 할 권한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프랑스가 추진 중인 디지털세가 차별적이고 부당한 과세인지, 또 미국 기업들에 부담이 되거나 제한적이지는 않은지 조사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미국이 이렇게 불만을 나타냈는데도 불구하고 프랑스가 결국 과세 법안을 통과시켰네요.
기자) 맞습니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정경제부 장관이 11일 상원 표결에 앞서 연설했는데요.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과 장시간 대화를 했다며 IT 기업들에 대한 공정한 과세를 위해 미국과 프랑스는 협박이 아닌 협상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르메르 장관은 그러면서 프랑스는 주권국가로서 자국의 조세 원칙을 결정할 수 있으며,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IT 기업에 대한 프랑스의 과세가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었다고요?
기자) 네, 프랑스는 원래 유럽연합(EU) 차원에서 디지털세 도입 방안을 마련하자는 입장이었습니다. 하지만 EU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독자적인 디지털세 부과를 추진해 왔는데요. 프랑스 언론은 올해 초 애플이 프랑스에 10년간 체납했던 세금 5억 유로, 미화로 약 5억7천만 달러를 납부하기로 프랑스 정부와 합의했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프랑스 외에 다른 나라는 어떤가요?
기자) 영국도 내년부터 자체적인 디지털세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습니다. 디지털세를 둘러싼 논란이 점점 커지면서, 세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20년, 그러니까 내년까지 디지털세와 관련한 논란을 마무리 짓겠다는 목표를 세웠는데요.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성명에서 디지털세와 관련한 합의 도출을 위해 OECD를 계속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프랑스의 디지털세와 관련해 미국이 조사에 들어간다고 했는데, 앞으로 미국이 어떤 조처를 내놓을 수 있을까요?
기자) 미국 역시 관세를 부과하거나 프랑스 기업들에 대한 무역 제한 등 보복 조처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입니다. 현재 미국은 EU와 항공기 제조업체 보조금 지급과 관련해 무역 마찰을 겪고 있는데요. 이번에 프랑스와의 디지털세를 둘러싼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전 세계 무역 전쟁이 더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프랑스의 새로운 과세 조건에 포함되는 기업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기자) 아마존은 성명을 내고 프랑스의 과세가 부실하고 차별적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아마존은 디지털세 부과로 미국은 물론 프랑스의 소비자들도 큰 피해를 볼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가 결단력 있는 행동을 보였다며 정부 대응 방식을 환영했는데요. 이를 통해 미국 정부가 자국 기업에 대한 부당한 과세나 차별적인 무역 정책을 묵인하지 않으리란 점을 모든 무역 대상국에 보여줬다는 겁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