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북부지역을 중심으로 심각한 가뭄이 미국의 기상 위성을 통해 확인됐습니다. 가뭄이 시작된 시점이 올해로 드러나 아직까지 식량난이 본격화되지 않았다는 지적에 힘이 실리고 있지만, 수확 시기가 되면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이 위성사진을 토대로 분석한 가뭄 지수(Drought index) 지도에는 지난 6일부터 12일 사이 한반도 북부 지대 대부분이 붉은 색으로 표시돼 있습니다.
가뭄 지수 자료는 가뭄의 정도에 따라 ‘중간’과 ‘높음’, ‘심각’ 수준을 노란색과 빨간색, 검붉은색으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진한 노란색과 붉은 색이 북한 일대를 뒤덮고 있고 군데군데 검붉은색까지 섞여있는 건, 이달 초 북한의 가뭄이 극심했다는 의미입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가뭄은 자강도와 양강도, 함경남도에서 특히 더 심한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나머지 지역들도 곳곳에 붉은 색으로 표기된 곳이 많아 가뭄 피해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같은 현상은 지난달 말과 이달 초부터 본격화 됐습니다.
앞서 지난달 22일과 28일 사이 시점에는 북한 중부지역을 중심으로 ‘높음’ 수준의 가뭄이 퍼져 있을 뿐, 북부 지역의 가뭄은 ‘중간’ 수준 이하로 표시돼 있었습니다.
그러나 한주 뒤인 지난달 29일과 이달 5일 주간에 들어서면서 북부지역이 노란색과 붉은색으로 뒤덮이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해와 비교해도 올해 가뭄이 극심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5월 초를 기준으로 할 때 지난 8년간 가뭄 비율이 높았던 시기는 2012년과 2014년, 2017년 정도입니다. 그러나 이 역시 올해 가뭄에 비하면 붉은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적습니다.
북한은 올 봄 가뭄으로 인한 피해를 사실상 인정한 상태입니다.
북한 기상수문국의 방순녀 처장은 17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과 대담에서 "올해 1월부터 5월 15일까지 기간을 놓고 볼 때 전국적인 평균 강수량은 56.3㎜로 평년의 39.6%였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건 1917년 이후 같은 기간 강수량으로서는 제일 적은 것"이라고 말해, 102년 만에 최저치의 강수량을 기록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처럼 북한 내 가뭄이 심화되면서 최근 국제사회가 지적한 북한의 식량난에 대한 우려도 높아질 것으로 추정됩니다.
다만 국제사회의 지적과 달리 본격적인 식량난은 아직 시작하지 않았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올해 가뭄으로 인한 피해 여부는 가을 수확철이 돼야 알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브래들리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입니다.
[녹취: 뱁슨 전 고문] “The problem is it’s the spring crop season...”
현재 제기되고 있는 북한의 식량난은 가뭄으로 인한 북한의 봄철 작물에 대한 것으로, 앞으로 몇 개월 후 수확시기가 되면 정확한 사정을 파악할 수 있게 된다는 설명입니다.
그러면서 국제기구 등이 제기하는 북한의 식량난은 약 3개월 후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지난 4월말을 기준으로 북한의 (식량) 가격에도 큰 변동이 없는 상태라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세계식량계획(WFP)과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최근 공개한 ‘북한의 식량안보 평가’ 보고서에서 북한의 식량난이 지난 10년 사이 최악이라며 국제사회의 긴급 지원을 촉구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뱁슨 전 고문은 북한 내 시장 가격 변화 등을 토대로 볼 때 아직 식량난으로 보일 만한 조짐은 없다고 최근 VOA에 밝혔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