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곳곳의 스포츠 소식 전해드리는 ‘주간 스포츠 세상’ 입니다.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스포츠 행사는 뭘까요? 풋볼 결승전인 슈퍼볼? 야구의 월드시리즈? 아니면 농구의 NBA파이널? 모두 아닙니다. 정답은 1875년 시작된 ‘켄터키 더비(Kentucky Derby)’ 경마대회인데요. 봄이 절정에 이르는 5월 첫째 주 토요일, 해마다 켄터키주 루이빌에서 진행됩니다. 145번째 대회가, 오는 4일로 다가왔는데요. 켄터키 더비 이모저모,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음악: 미국 민요 ‘My Old Kentucky Home’]
‘켄터키 옛집(My Old Kentucky Home)’이라는 미국 민요 한 소절 들으셨는데요. 켄터키 더비 현장에서 관중이 한 목소리로 부르는 노래입니다. 말들이 경기장에 들어올 때 루이빌대학교 고적대가 이 곡을 연주하는데요. 관중석과 경기장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이 크게 따라 부릅니다.
이렇게 민요를 앞세울 만큼, 켄터키 더비는 전통을 중요시합니다. 관람객들은 대부분 격식을 갖춘, 옛스런 복장으로 입장하는데요. 특히 유명인들도 켄터키 더비를 많이 찾기 때문에, 이들이 어떤 옷차림으로 나오는지도 매년 언론이 주목합니다.
‘처칠다운스’ 경마장에 직접 가지 않는 사람들도 이 같은 흐름에 동참합니다. 매년 이 맘 때면 켄터키 더비를 기념하기 위해, 옛날식 복장을 뽐내는 행사가 미국 곳곳에서 벌어지는데요.
남자들은 체크무늬 셔츠와 나비넥타이, 멜빵에다가, 중절모의 일종인 ‘페도라’를 쓰고 한껏 멋을 냅니다. 여자들은 고운 드레스에 챙 넓은 모자로 꾸미는데요. 옛날 서부영화 속에 들어간 듯한 착각을 일으킬 만큼 색다른 광경이 펼쳐집니다.
[녹취: 경마 현장음]
켄터키 더비는 1과 1/4mi 구간에서 승부가 결정됩니다. 약 2km 정도 되는 주로인데요. 말 20마리가 결승선을 통과하는 데 불과 2분 정도면 됩니다. 순식간에 우승마가 결정되는 건데요. 그래서 ‘스포츠에서 가장 빠른 2분(fastest two minutes in sports)’이라고 경마 팬들은 부릅니다.
이 2분짜리 경기를 보기 위해 매년 루이빌 처칠다운스 경마장에 들어가는 사람이 15만 명이 넘습니다. 관련 흥행 규모도 미국 4대 프로 스포츠 주요 경기에 뒤지지 않는데요. 매출과 중계방송 시청률이 높기로도 유명합니다.
올림픽 주관 방송사인 미국 NBC가 세계 각 지역으로 중계해 주는데요. 시청자 수가 1천600만 명에 달합니다.
그래서 해마다 켄터키 더비에 세계적인 관심이 쏠립니다. 지난 2007년에는,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직접 처칠다운스를 방문해 관람하기도 했는데요. 켄터키 더비의 원형은, 영국의 유명한 경마 대회 ‘더비(Derby)’입니다.
[녹취: 경마 현장음]
20마리가 함께 뛰는 켄터키 더비는, 모래밭 길 경주에서 세계 최대입니다. 잔디밭 길까지 포함하면 24마리가 나서는 호주 멜버른컵 다음으로 경기 규모가 큰데요.
경마에선 관중이 각자 우승 예상마에 돈을 걸어 배당금을 탑니다. 스포츠 도박 전문업체 ‘스포츠라인(SportsLine)’이 정한 배당률을 보면, 올해 켄터키 더비에서 어떤 말의 우승 가능성이 가장 높은지 알 수 있는데요.
‘오마하 비치(Omaha Beach)’라는 말과, ‘로드스터(Roadster)’라는 말이 각각 7대 2로, 가장 낮은 배당률을 받았습니다. 그만큼 우승할 걸로 보는 사람이 많은 건데요.
우승할 경우 오마하비치나 로드스터에 2달러를 건 사람은, 7달러를 얻을 수 있단 이야기입니다.
그 다음으로는 ‘임프로버블(Improbable)’이 5대 1, ‘맥시멈 시큐리티(Maximum Security)’가 6대 1, ‘게임 위너(Game Winner)’가 7대 1로 배당률이 점점 높아지는데요.
우승 가능성이 작아지는 반면, 이 말들에 돈을 건 사람들은 더 큰 돈을 받게 되는 거죠.
그 다음, ‘바이 마이 스탠다즈(By My Standars)’부터는 배당률이 14대 1로 훌쩍 뜁니다. 가장 하위권으로 분류된 ‘수에노(Sueno)’의 배당률은 300대 1로 잡혔습니다.
켄터키 더비를 시작으로, 미국에선 ‘프리크니스 스테이크스(Preakness Stakes)’와 ‘벨몬트 스테이크스(Belmont Stakes)’ 경마대회가 2~3주 간격으로 이어집니다. 여기서 모두 우승하면 ‘트리플 크라운(triple crown)’이라고 하는, 삼관마가 되는데요.
매년 4만 마리 경주마가 나오는 미국에서 말 한 마리가 이 3개 대회를 석권하는 건 흔치 않은 일입니다.
최초의 삼관마는 1919년 ‘서 바튼(Sir Barton)’이었는데요. 이후 1978년 ‘어펌드(Affirmed)’까지 11마리에 불과했습니다. 어펌드를 마지막으로 삼관마의 명맥이 오랫동안 끊겼는데요. 40년 가까이 흐른 지난 2015년, ‘아메리칸 파로아(American Pharoah)’라는 말이 열두 번째 트리플 크라운을 차지했습니다.
그리고는 지난해, ‘저스티파이(Justfy)’가 3년 만에 트리플 크라운 영광을 안았는데요. 저스티파이는 중국계 자본의 투자를 받은 말이라, 미국 경마 산업의 저변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주간 스포츠 세상’, 알쏭달쏭한 스포츠 용어를 알기 쉽게 설명해드리는, 스포츠 용어 사전입니다. 조금 전에 나온 ‘트리플 크라운(triple crown)’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보겠습니다. ‘삼관마’라는 뜻이라고 설명해드렸는데요. 다른 스포츠 종목으로 활용이 확장됐습니다.
세 가지 주요 부문을 혼자 휩쓰는 경우를 가리키는데요. 특히 야구에서 공· 수 양면에 이 표현을 두루 씁니다. 한 타자가 타율과 홈런, 타점에서 동시에 수위를 차지했을 때 ‘트리플 크라운’이라고 부르고요. 투수의 경우 다승, 평균자책점, 삼진을 석권하면 ‘트리플 크라운’의 영예를 얻게 됩니다.
‘주간 스포츠 세상’, 145회 켄터키 더비 이야기 전해드렸고요. ‘트리플 크라운’이 무슨 뜻인지도 알아봤습니다. 음악 들으시겠습니다. ‘장미를 위해 달린다(Run for the Roses)’라는 노래인데요. 지난 1980년대 켄터키 더비를 기념해 만든 곡입니다. 우승마에게 장미 꽃을 선사하는 전통에 관한 이야기인데요. 이 노래 제목이 켄터키 더비 별명이기도 합니다. 댄 포겔버그가 부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