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지금 이 시각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시리아 분쟁지역인 '골란고원'에 대한 이스라엘의 주권을 인정할 때라고 말해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 유럽연합(EU)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연장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일단 영국은 3주간의 시간을 확보했습니다. 아프리카에서 ‘사이클론’이 큰 피해를 남겼는데요. 구조적인 문제가 지적되고 있습니다. 어떤 내용인지 전해드립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동 문제와 관련해 매우 중대한 발언을 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21일, 이스라엘과 시리아 간의 분쟁지역으로 남아있는 '골란고원'에 대한 이스라엘의 주권을 인정할 때라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52년이 지난 후, 이제는 미국이 골란고원에 대한 이스라엘의 주권을 완전히 인정할 때"라고 적었는데요. 그러면서 골란고원은 이스라엘과 지역 안정에 전략적 안보의 중요성을 지닌 곳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진행자) 골란고원, 어떤 곳인지 좀 설명해주시죠.
기자) 골란고원은 이스라엘과 시리아 국경 지대에 위치한 해발 약 1천m, 1천800km³ 면적의 고원인데요. 대부분 암석으로 이루어졌지만 중동 지역에서는 매우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입니다. 이스라엘은 지난 1967년 시리아와 벌인 이른바 '6일 전쟁'에서 승리하면서 골란고원의 대부분을 점령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트위터에 적은 "52년이 지난 후"라는 표현은 이 1967년 6일 전쟁 이후, 이스라엘 점령을 말하는 것입니다.
진행자) 이후 양측은 또 한차례 전쟁을 벌이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1973년, 이번에는 시리아가 기습 공격을 감행해 수복을 노렸는데요. 하지만 오히려 이스라엘이 더 많은 골란고원을 차지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이후 양측은 이듬해 유엔의 중재로 휴전협정을 맺고, 유엔군이 감시하는 비무장 완충지대를 설정했는데요. 하지만 골란고원의 대부분은 이스라엘 쪽이고, 이 휴전선은 시리아 다마스쿠스에서는 불과 50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이스라엘은 1981년, 골란고원을 자국의 영토로 병합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고 이후 줄곧 주권을 주장해왔는데요. 하지만 국제사회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진행자) 미국 정부도 그동안은 이스라엘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이 전격 이에 대한 지지를 나타낸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주요 매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골란고원에 대한 이스라엘의 주권을 인정할 때라고 한 발언은, 미국의 정책에 대한 급격한 변화이자 재선에 나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는 아주 든든한 지원군이 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예루살렘의 이스라엘 수도 인정,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관 예루살렘 이전 등의 조치를 발표하며 줄곧 친이스라엘 행보를 보이고 있는데요. 이런 가운데 미국의 대중동 정책의 균형이 깨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네타냐후 총리, 미국 정부에 계속 골란고원에 대한 주권을 인정해 달라고 요구해왔죠?
기자) 네, 지난 2017년 미국을 방문했을 때도 이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다음 주 네타냐후 총리가 워싱턴을 방문할 예정인 가운데 나온 겁니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1월, 존 볼튼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이스라엘을 방문했을 때도 골란고원 방문을 계획했는데요. 이때는 성사되지 못했습니다. 한편 시리아 관영 통신은 22일 외무부 고위 관리의 말을 인용해 미국이 이스라엘을 맹목적으로 편든다며 비난했습니다.
진행자) 그 밖에 국제사회 반응은 어떤가요?
기자) 중동국가들은 일제히 비판적입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이 “새로운 혼란과 새로운 긴장을 이끌어낼 것”이라고 말했고요. 아랍연맹의 아흐메드 아불 게이트 사무총장은 “어떤 나라도, 아무리 중요한 나라라도, 이런 결정을 내리진 못한다”고 비난했습니다. 이집트를 비롯한 주요 국가들도 비슷한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러시아 외무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선언(call)에 그칠 뿐”이고, 실제적인 효력은 없을 것이란 바람을 나타냈습니다.
진행자) 서방 국가들은 어떻게 보고 있나요?
기자) 비판적이긴 마찬가지입니다. “유럽연합(EU)의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고 EU 대변인이 로이터통신에 밝혔는데요. "골란고원을 포함해 1967년 6월 이후 이스라엘이 점령한 땅에 대한 주권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미국 내에서도 전쟁으로 영토를 획득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유엔안보리 결의에 위배되는 것이란 지적이 나왔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유럽연합이 영국의 브렉시트 연장요구를 받아들이기로 했군요.
기자) 네, 유럽연합과 영국이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Brexit)를 일단 오는 4월 12일까지 연기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당초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시한은 다음 주 금요일, 29일이었습니다.
진행자) 일단 4월 12일이라는 건 무슨 이야기입니까?
기자) 영국 하원이 다음 주 테레사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합의문을 승인하면 5월 22일까지 연기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4월 12일로 3주 더 연장해주겠다는 겁니다. 당초 메이 총리는 유럽연합에 오는 6월 30일까지 석 달간 연기해줄 것을 요청했었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메이 총리가 다시 한번 영국 의회에서 브렉시트 합의문 표결을 하겠다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메이 총리의 합의문은 앞서 두 차례 표결에서 모두 부결됐는데요. 한 번 더 이를 표결에 부치겠다는 입장입니다. 표결 시점은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영국의 브렉시트 연기는 유럽연합회원국이 모두 다 찬성해야 하는 건데, 다들 의견이 일치했나 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EU 27개 회원국이 만장일치로 동의해야 하는데요. 이날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에서 EU 정상들은 메이 총리의 연기 방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저녁까지 마라톤 협상을 벌인 끝에, 메이 총리의 합의문이 통과되면 5월 22일, 그렇지 않으면 3주 뒤인 4월 12일, 영국이 유럽연합에서 탈퇴하는 방안을 제시했고요. 영국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일단 타결됐습니다.
진행자) 일종의 '투트랙(two track)'을 가동한 셈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주요 매체들은 EU 정상들이 메이 총리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는 것을 보여준 제의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메이 총리가 영국 의원들을 설득해 합의문을 통과시키지 못할 것이라는 회의적 방안이라는 건데요. 하지만 일부 EU 정상들은 메이 총리가 처한 상황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기도 했는데요. 마크 루테 네덜란드 총리는 지금의 상황이 메이 총리의 잘못이 아니라면서 너무 많은 사람들이 이 문제에 각자 정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영국이 당초 6월 30일 연기를 요청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유럽연합 의회 선거가 5월 23일부터 26일까지 있는데요. 그렇게 되면 영국이 유럽연합 의회 선거에 참여해야 하는지 여부에 대한 복잡한 법적, 정치적 논란이 야기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앞서 말씀드린 대로 투 트랙 방안을 제시했고 영국이 이를 받아들인 겁니다.
진행자) 도날트 투스크 유럽연합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기자회견을 가졌다고요.
기자) 네, 투스크 상임의장은 이날 회의를 마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오는 4월 12일까지 모든 옵션이 열려 있고, 그때까지 벼랑끝 날짜, 마감 시한은 연기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영국 정부는 합의에 따른 탈퇴, 아무런 합의 없이 탈퇴하는 '노딜', 긴 브렉시트 연기, 브렉시트 철회 사이에서 여전히 선택권을 가질 수 있다며 영국 쪽으로 공을 넘겼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마지막 소식입니다. 아프리카에서 ‘사이클론’ 피해가 크다고요?
기자) 네. 사이클론 ‘이다이(Idai)’가 지난주 아프리카 대륙 남동부를 지나갔는데요. 인명과 재산 피해가 계속 늘고 있습니다. 이재민도 200만 명에 육박하는데요. 이렇게 막대한 규모의 자연재해를 일으키는, 구조적인 원인이 부각되는 중입니다.
진행자) 먼저, ‘사이클론’이 뭔가요?
기자) 강한 비바람을 동반한 열대성 저기압입니다. 미주에서 발생하는 ‘허리케인’, 아시아에서 일어나는 ‘태풍’이 모두 사이클론의 일종인데요. 바다 위에서 온도가 다른 공기층이 만나 형성됩니다. 이게 빠른 속도로 육지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피해를 남깁니다.
진행자) 사이클론 ‘이다이’가 아프리카에 남긴 피해, 어느 정도인지 살펴보죠.
기자) 모잠비크에서만 1천 명 이상 숨졌을 것이라고 필리프 뉴시 대통령이 연설했습니다. “보수적으로 잡은 통계가 그 정도”라고 했으니까, 훨씬 사망자가 많을 것으로 보는데요. 지금까지 공식 집계로는 모잠비크에서 240여 명, 짐바브웨 250여 명, 말라위에서 50여 명 사망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진행자) 공식 집계보다 훨씬 사망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이야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항구도시 ‘베이라’ 길가에 시신 수백 구가 쌓여 있다는 현지 목격자 증언을 22일 CNN방송이 전했는데요. 물속에 잠겨있는 사체가 아직 많은 것으로, 유엔 인권사무소를 비롯한 국제기구들이 조사했습니다. 범람한 물이 내륙에 바다를 형성했는데요. 위성 사진으로 쉽게 파악할 수 있을 만큼, 고인 물의 범위가 큽니다.
진행자) 이렇게 막대한 재해를 일으키는, 구조적인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고 하셨는데, 뭔가요?
기자) ‘지구온난화’가 원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습니다. 지구온난화란, 공장 매연이나 자동차 배기가스 같은 탄소 배출량이 늘어, 지구의 온도가 매년 올라가는 현상인데요. 특히 바닷물이 이례적으로 따뜻해지고 있어서, 사이클론의 에너지원인 열과 수분을 점점 많이 공급하고 있다고 과학자들이 지적합니다.
진행자) 바닷물 온도가 올라가면 사이클론이 더 강해진다는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사이클론이 품는 공기 온도가 높을수록, 더 많은 수증기가 유입되고, 곧 더 많은 비를 내리는 원리인데요. 닉 맹와나 짐바브웨 정보부 장관은 “이번 사이클론으로 우리가 거대한 인명피해를 봤다”면서, “지구온난화 영향을 풀어내는 접근이 확실히 필요"한 시점이라고 ‘트위터’에 적었습니다.
진행자) 짐바브웨 정부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기자) 국제 공조가 필요한 사안입니다. “이 문제는 초국가적(transnational) 현안”이라고 맹와나 장관이 강조했는데요. 지구온난화의 폐해를 아프리카의 못사는 나라들이 떠안고 있는 현실을, 월스트리트저널과 BBC방송을 비롯한 주요 매체들이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초국가적 현안이라고 했는데, 국제사회는 지구온난화에 어떻게 대처하나요?
기자) 탄소 배출량을 규제하려는 노력을, 오래전부터 진행했습니다. 지난 1997년 주요 국가들이 ‘교토의정서’를 채택했고요. 2015년에는 미국과 유엔 주도로 ‘파리기후변화협정’을 체결했습니다. 190여 개 나라가 참가하고 있는데요.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직후 파리 협정에서 탈퇴했습니다.
진행자) 미국이 파리기후변화협정에서 탈퇴한 이유는 뭐죠?
기자) ‘지구온난화’ 개념의 과학적 실체가 없다고 트럼프 행정부는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를 근거로 한 파리 협정은 미국 산업 발전의 걸림돌일 뿐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이 비판했는데요. 국제사회가 미국의 탈퇴를 비난했습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파리 협정에 복귀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몇 차례 내놨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