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정부가 2차 미-북 정상회담을 활용해 평화와 안전, 관광 이미지를 대대적으로 강조하고 있습니다. 성공적인 회담 개최를 통해 국가 브렌드 홍보와 이익을 극대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하노이에서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인공기와 미국 성조기 아래 평화의 상징인 올리브 가지를 물고 있는 대형 비둘기 걸개그림이 보입니다.
국제미디어센터 등 도시 주요 지역에는 ‘지속적인 평화를 위한 파트너십’, ‘평화를 위한 도시 하노이’라고 쓰인 커다란 벽보와 게시판들이 곳곳에 세워져 있습니다.
하노이의 노이바이 국제공항에서 시내로 이어지는 대로와 도심 곳곳에는 수십 미터 간격으로 성조기와 베트남의 금성홍기, 인공기가 나란히 걸려 있습니다.
베트남 정부가 2차 미-북 정상회담 개최를 활용한 대대적인 국가 홍보에 나섰습니다.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는 24일 국제미디어센터를 방문해 전 세계가 하노이를 주목하고 있다며 책임 있고 우호적인 친절한 국가 이미지를 홍보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회담의 성공과 철저한 안전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라고 정부 부처들에 지시했다고 말했습니다.
‘VTV’(베트남TV) 등 주요 매체들도 연일 미-북 정상회담 준비 상황을 매우 비중 있게 다루고 있습니다.
매체들은 모든 하노이 시민이 역사적 행사를 치르는 데 대해 자부심이 대단하다며 두 정상이 오길 국민이 갈망하고 있다는 소식들을 다양하게 전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시내 중심지에 있는 호안끼엠 호수 주변과 바딘광장에서 만난 하노이 시민들은 ‘VOA’에 일관적으로 ‘평화’를 강조했습니다.
하노이에서 택시 기사를 하는 뚜언 씨는 뉴스 보도를 통해 회담이 27~28일 열린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베트남이 평화의 다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시민 런 씨도 전 세계 평화를 위해 하노이 정상회담이 성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베트남 정부는 물론 언론 매체와 하노이 주요 거리에서 이번 회담의 목표이자 핵심 의제인 ‘비핵화’란 말은 거의 찾아보기 힘듭니다.
바딘 광장에서 만난 여대생 흐엉 씨는 미국과 북한이 서로 적대 관계인데 왜 하노이에서 정상회담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오히려 기자에게 이유를 반문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관해 베트남의 한 외교소식통은 ‘VOA’에 베트남이 경제는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지만, 정부가 언론을 강력히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시민들도 대부분 정부와 견해를 같이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베트남은 국제 언론감시기구인 국경없는기자회의 지난해 언론자유지수 보고서에서 세계 175위를 차지할 정도로 언론 검열과 통제가 철저하게 유지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베트남 정부는 이번 미-북 정상회담을 국가적인 관광 홍보 행사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국제미디어센터 앞에는 베트남관광청이 영문으로 만든 다양한 관광안내 책자와 홍보물이 가득 쌓여 있습니다.
베트남 최대 인터넷 뉴스 매체 가운데 하나인 ‘VN 익스프레스’는 24일 베트남관광청(VNTA)이 하노이와 닌빈, 하롱베이 등 유명 관광지 무료 관광을 외국 기자들에게 제공하기로 했다고 전했습니다.
하노이에는 현재 정상회담 취재를 위해 2천 600~3천 명의 외국 기자들이 입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 반 시우 베트남관광청(VNTA) 부청장은 24일 회견에서 베트남 관광을 홍보할 역사적 기회를 잘 활용해 아름답고 평화로우며 친절한 베트남의 이미지를 부각시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베트남 관광청은 지난해 외국인 1천 540만 명이 베트남을 찾아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으며 2020년까지 최대 2천만 명으로 끌어올려 연간 350억 달러의 관광 수입을 올린다는 계획입니다.
하노이에서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