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미국과의 2차 정상회담에서 유엔과의 관여를 약속해야 한다고,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이 밝혔습니다. 퀸타나 특별보고관은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 발표 5주년을 앞둔 11일 VOA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북한에 인권 개선을 위한 기술적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또한, 이달 말 시작되는 유엔인권이사회는 북한이 유엔과 협력하는 보통국가가 되기 원하는지 시험해 볼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퀸타나 특별보고관을 이연철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가 최종 보고서를 발표한 지 오는 17일로 5주년을 맞습니다. COI 보고서가 어떤 의미를 갖는다고 보십니까?
퀸타나) COI 보고서는 기념비적인 보고서였습니다. 수 많은 심각한 인권 유린이 자행되고 있다는 사실이 발표됐고, 많은 사람들이 증언한 공청회를 통해 입증됐습니다. 세계가 북한의 포괄적인 인권 상황을 알게 만든 보고서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이 문제를 사법 체계로 가져가려는 사람들의 시각에서도 중요한데요, 법정에서 보고서는 증거가 되는 문서가 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COI 보고서는 모든 인권 옹호자들에게 어디로 가야 하는지, 우려 사안은 무엇인지 등을 알려주는 ‘로드맵’이기도 합니다.
기자) 지난 5년 동안 COI 보고서가 이룩한 가장 큰 성과로 어떤 것을 꼽을 수 있을까요?
퀸타나) 북한의 인권 상황에 대한 관심이 유지되고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습니다. 한반도와 그 외의 지역을 위한 비핵화와 평화, 번영을 달성하기 위한 협상의 맥락에서는 종종 인권 의제가 최우선 사안이 아닌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유엔이 비핵화 등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아닙니다. 이달 말 제네바에서 시작되는 제40차 유엔인권이사회에서는 북한의 인권 상황에 개선이 있었는지 다시 한 번 검토할 계획입니다.
기자) COI 권고사항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인권 유린의 책임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는 문제였습니다. 하지만, 지난 해 유엔 안보리에서는 충분한 표를 확보하지 못해 북한 인권 상황을 논의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는데요, 이런 상황은 어떻게 보십니까?
퀸타나) 심각한 인권 유린에 대한 책임 규명과 처벌에는 종종 시간이 걸린다는 걸 봐왔습니다. 인권 유린이 자행된 직후에 바로 책임 규명과 처벌 체계가 마련되는 것은 아닙니다. 과거의 책임 규명과 처벌, 정의, 진실을 추구하는데 당사자들의 많은 시간과 노력, 헌신이 필요하다는 점을 세계 여러 곳의 역사가 보여주고 있습니다. 따라서, 지금 중요한 것은 관심이 절대 사라지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반인도 범죄를 자행한 자들에게 책임을 묻는 일은 한반도의 더 나은 미래와 지속 가능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믿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관심이 비핵화와 평화 합의의 필요에 맞춰지는 이 시점에, 70여년 전에 발발한 한국전쟁의 모든 관련 당사자들이 마침내 한반도 평화 합의에 도달하기를 바랍니다.
기자) COI 보고서가 발표된 지 5년이 지나면서, 이 보고서로 조성된 북한 문제 해결의 시급성과 모멘텀이 약화됐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퀸타나) 정치적, 지정학적인 역학관계가 인권 의제와 현장 여건에 영향을 미칩니다. 그런 맥락에서 현실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지금 우리는 화해와 협상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인권 의제가 계속 살아있도록 만들어야 하는 우리의 과제는 새로운 지정학적 역학관계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또한, 그 같은 역학관계 위에 인권이 매우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북한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인권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모멘텀이 바뀌었고, 그런 점을 인정해야 것이 분명합니다. 따라서, 우리의 과제는 현재의 모멘텀 속 어디에 북한의 인권 개선을 촉구할 기회가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기자) 북한은 COI 보고서에 전혀 협조하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의 이런 반응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퀸타나) 보고서에 대한 북한 당국의 반응에는 전혀 변화가 없습니다. COI 보고서와 조사결과를 전면 거부하고 정치범수용소의 존재를 부인하는 태도에서 달라진 게 없죠. 대부분의 유엔 인권 체제에 대한 북한 당국의 태도에도 변화가 없습니다. 북한은 고립의 시대, 유엔에 대한 비협조를 끝낼 필요가 있습니다. 북한은 외부세계에 문호를 개방할 필요가 있습니다. 북한이 유엔 보고서 내용에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의견을 교환하고 대화에 참가할 의무가 있습니다. 북한은 스스로 고립을 자초해서는 안 됩니다.
기자)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말 베트남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2차 정상회담을 갖습니다. 이 자리에서 인권 문제가 논의되지 않을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어떤 권고를 하시겠습니까?
퀸타나) 북한이 취해야 할 첫 번째 조치는 유엔인권사무소와 협력하기 시작하는 것이라는 점을 북한에 다시 한 번 알려달라는 겁니다. 인권을 협상의 지렛대로 사용하라고 압박하거나 인권을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이용하라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베트남에서 열리는 정상회담에서 보고 싶은 것은, 미국, 한국, 중국 뿐 아니라 유엔 인권 체제와 관여하기 시작하겠다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약속입니다. 우리는 기술적인 지원을 제공하고 어디에 인권 문제가 있는지 알려주는 등 북한과 관여할 준비가 돼 있습니다. 그렇게 하려면 이번 정상회담에서 유엔과 관여를 시작하겠다는 북한의 공약이 필요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체 협상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으면서 이 같은 안건을 협상 테이블에서 제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이달 말 제네바에서 40차 유엔인권이사회가 시작됩니다.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으로서 이번 회의를 어떻게 준비하고 계십니까?
퀸타나) 현재 유엔인권이사회에 제출할 북한인권보고서를 작성하고 있고 마무리 단계입니다. 회원국들이 이 보고서에 대해 논의할 것입니다. 제네바에서 열리는 유엔인권이사회에서 또 다시 북한 인권 문제를 논의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최근 자국의 인권 문제를 논의하는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고, 토론도 요청하지 않았습니다. 북한은 유엔 인권 틀을 무시했습니다. 따라서 이번 유엔인권이사회는 북한이 유엔과 협력하는 보통국가가 되기를 얼마나 원하는지 볼 수 있는 새로운 기회이자 시험무대가 될 것입니다.
기자) 앞으로 북한 인권과 관련해 어떤 점들을 주목해서 봐야 할까요?
퀸타나) 당분간 2차 미-북 정상회담의 전개 과정을 따라가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에,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정상회담에서 인권 문제를 매우 간략하게 언급했다고 말했습니다.
제가 모든 이해당사자들에게 묻고 싶은 질문은 2차 정상회담에서 인권 문제가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1차 정상회담 때처럼 계속 노력해서 2차 정상회담에서 일부 인권 문제가 논의되기를 바랍니다.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으로부터 자세한 얘기 들어봤습니다. 대담에 이연철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