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금요일 북한 관련 화제성 소식을 전해 드리는 `뉴스 풍경'입니다. 미국대학에서 북한말 강좌를 여는 것은 이례적인 일입니다. 장양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미 동부 버지니아주 조지메이슨 대학교 한국학과 정영아 교수가 북한말 온라인 강의에 대해 설명합니다.
[녹취:정영아 교수] “북한 언어에 대해서는 제가 교재를 올려요. 그야 말로 문법.. 여러 번 읽은 다음에 자기 목소리를 올리라고 해요..”
[녹취:온라인 수업 내용] “오늘 가사 노동은 누구 책임이디요? 호철과 윤옥이 부엌에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남북한 언어와 문화의 변화’란 제목으로 온라인 수업 웹사이트에 올라간 과제물을 직접 읽고 녹음해 올립니다. 이 대화는 북한의 표준말인 문화어로 구성됐습니다.
학생들이 사용하는 교재는 정영아 교수가 2명의 탈북자의 감수를 받아 만든 것으로, 평양시민이 실제로 사용하는 입말을 따라하도록 안내합니다.
학생들은 또 과제로 주어진 영화를 본 뒤 스스로 질문을 만들고 답하는 동영상을 온라인 수업 사이트에 올리는 방법으로 토론을 진행합니다.
크리스토퍼 라는 이름의 남학생은 한반도 분단 현실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문제를 담은 한국 영화 두 편을 본 뒤 동북아시아 정세와 관련된 전문가의 글을 읽고, 세 가지 질문을 만들어 자신이 공부한 내용을 올렸습니다.
북한의 말과 한반도 정치 상황을 공부하는 것 외에 남북한의 문화를 배우는 것도 수업의 주 내용입니다.
1989년 제작된 북한 영화 ‘마음에 드는 청년’과 2001년 한국에서 흥행했던 ‘엽기적인 그녀’ 등 두 영화를 통해 젊은이들의 일상을 비교합니다.
유창한 한국말로 자신을 소개한 코트니 제임스 씨는 한국의 문화는 익숙하지만 북한 젊은층의 일상은 새롭게 알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코트니 제임스]“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코트니 제임스 입니다. 저는 4학년 입니다… So we kind of compared like how they have different standards of dating..”
북한의 젊은층은 연애보다 국가에 대한 충성심을 우선으로 생각한다는 점, 남자들은 모두 나이 서른에 제대하기 때문에 서둘러 결혼을 하게 되고, 이런 상황은 북한 남성에게 연애의 기회가 적어지는 이유가 된다는 것을 알게됐다는 겁니다.
또 똑똑한 학생들은 대학 졸업 후 핵,미사일 과학자가 되는 등 국가가 정한 대로 살아야 하는 것도 흥미로왔다고 말합니다.
제임스 씨는 그러나 북한 영화가 체제선전을 목적으로 제작되는 만큼 다큐멘터리 등의 객관적인 자료를 본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언어가 한국과 크게 다를 줄 알았지만 어미나 어휘가 조금씩 다른 것 말고는 별 다른 차이가 없는 점도 매우 흥미롭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에서 국제관계학을 공부하고 2년 동안 한국말을 배웠다는 카렌 씨는 이번 강의를 통해 북한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갖게됐다고 말했습니다.
핵과 미사일, 정치범 수용소 등 무거운 주제로만 점철된 북한에 대한 생각이 평범하고 소소한 북한 주민의 일상을 보면서 다양해졌다는 겁니다.
조지메이슨 대학이 한국학 강의를 개설한 건 지난 2006년입니다.
정영아 교수는 지난 10여년 동안 한국학에 대한 미국인 학생들의 관심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정영아 교수] “그 때만해도 한국어 수업은 마이너 랭귀지 중 하나였죠. 그런데 2014년부터 눈에 띄는 속도로 증가했고 2017년 한국학이 부전공으로 매학기 평균 수강 등록이 25-30명에 이르게 됐습니다. 지난 학기에는 250명으로 늘었는데, 라틴어학과와 중국어, 그리고 한국어학과가 3순위였어요. 이번 학기는 중국어 제치고 등록수 285명을 기록했어요. 중국어보다 많아졌죠. 학교에서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2019년 부터는 전공과목이 될 예정입니다.”
한국의 대중음악과 드라마를 즐기는 수준에서 시작된 관심이 고전문학이나 역사에 대한 관심으로까지 이어지면서 학생들의 요구가 급증했고, 북한의 문화와 언어를 배우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설명했습니다. 강의를 공동개설한 김대용 교수입니다
[녹취:김대용 교수]”북한사회도 남한만큼 급변화 하고 있죠. 그런데 90년대 90년대 중반. 북한 배급경제가 무너지고 장마당이 들어선 이후에는 북한의 문화는 크게 변화됐거든요. 그런게 반영되지 않았다. 그런데 정확한 정보가 전달되지 않았다.”
김 교수는 이런 변화는 미국인 학생들이 호기심 차원을 넘어 남북한의 다양한 이해에 대한 욕구를 갖게 했다며, 북한에 대한 정보가 제한적인 점도 고려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 교수는 남북한의 문화와 언어에 대한 수업에 학생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이유에 대해 환경적 요소를 꼽았습니다.
미국의 수도 인근에 위치한 학교인 만큼 졸업 후 미 연방정부에 취업하길 원하는 학생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향후 한반도 관련 정책 입안에 기여할 인재 양성에 초점을 둔 교육이 이뤄지고 있고, 보다 더 전문성을 갖추도록 준비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현재 이번 학기 수강생은 15명으로 이민자 출신 학생이거나 미국인인데요, 이들은 앞으로 국제사회와 한반도의 교량역할을 하고 싶어하고 있다고 김 교수는 전했습니다.
정 교수는 첫 학기인 만큼 온라인 강의로 이뤄지고 있지만 다음 학기부터 교실에서 이뤄지며, 탈북자들과 직접 대화하며 배우는 수업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미국 내 대학교 첫 북한말 강의를 기획, 진행하고 있는 정영아, 김대용 교수는 수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점을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녹취:김대용 교수] ”우리가 방송에서 보는 북한 언어는 대부분 북한 인터뷰 말이라는 거죠. 공식적인 장소에서 공식적으로 말하는 어투나 내용이 일상 시민이 사용하는 말과 상이하다는 거예요. 일단은 우리는 방송을 통해 말할때 자연스럽게 말 하겠지만, 그 사람들은 프로파간다 차원에서 다른 말투, 그리고 내용이 다르다는거예요. 다른 언어와 다른 형식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거예요. 곰곰히 생각해보면 일반 사람들이 사용하는 대화하는 내용을 우리가 접할 기회가 없다는 거예요. 실제적으로.프로파간다에 영향받지 않는 일상 용어가 있다는 거예요. 예를들면 태양절 이란 말은 사용하지 않는다는거예요. 415라고 부르죠.”
이런 점은 이 수업의 실효성을 알려주며 교재의 감수를 맡은 평양 엘리트 출신 탈북자들을 통해 알게됐습니다.
정 교수는 이 수업에 사용되는 교재는 향후 ‘고급 남북한 언어’(가제)라는 책으로 출간된다며 교재는 총 9과이며 탈북자의 교정감수가 현재 5과까지 이뤄졌다고 밝혔습니다.
정 교수는 내년 상반기에는 교정감수가 모두 끝날 것이라며, 이 때쯤 변화하는 남북한의 언어와 문화를 담은 첫 서적이 출간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장양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