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 입니다. 지금 이 시각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이명박 전 한국 대통령이 횡령과 뇌물 수수 등 유죄를 인정받아, 징역 15년· 벌금 130억 원(미화 약 1천150만 달러)을 선고 받았습니다. 올해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전쟁 성폭력 없애기에 노력한 콩고민주공화국 의사 드니 무퀘게, 이라크 소수민족 ‘야디지’ 여성 운동가 나디아 무라드 씨가 선정됐고요. 이어서, 텔레비전 퀴즈쇼까지 진행하는 중국의 ‘시진핑 우상화’ 실태, 짚어보겠습니다.
진행자) 이명박 전 한국 대통령이 중형을 선고 받았군요?
기자) 네. 횡령과 뇌물수수 등 혐의로 기소된 이명박 전 한국 대통령이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 받았습니다. 대통령 취임 전 가족회사인 ‘다스’를 통해 거액을 빼돌리고, 재임중에는 삼성 등에서 뇌물을 받은 사실이 인정됐는데요. 판결 내용 들어보시겠습니다.
[녹취: 이명박 전 한국 대통령 1심 선고] “피고인을 징역 15년 및 벌금 130억 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3년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피고인으로부터 82억7천70만3천643원을 추징한다.”
기자) 재판부는 이 같은 중형을 선고하는 배경에 대해, "국민으로부터 받은 권한을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민을 위해 행사할 책무가 있음에도, 다스를 실소유하며 자금을 횡령했다"며 "죄질이 좋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다스’를 실소유했다는 게 무슨 말인가요?
기자) 다스는 이 전 대통령 가족이 운영하는, 자동차 좌석(시트) 제조 회사인데요. 이 전 대통령이 국회의원과 서울시장에 재임 중일 때, 거액의 자금 횡령과 세금 포탈, 불법 금융 거래가 이 회사를 통해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전 대통령 친형인 이상은 회장이 대표자이지만, 실제 주인은 이 전 대통령이라는 의혹이 많았는데요. 법원은 오늘(5일)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실소유자라고 확인하면서, 권력을 이용해 부당한 행위를 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진행자) 대통령 취임 후 뇌물과 청탁을 받은 부분도 유죄로 인정됐다고요?
기자) 네. 법원은 이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 있는 동안 “삼성으로부터 60억 원가량을 수수하거나 원세훈 전 국정원장으로부터 10만 달러를 뇌물로 수수하기도 했다"고 판결했습니다. 또한 “국회의원 공천이나 기관장 임명에 관한 청탁을 받았다”고 판결문에 명시했는데요. “국가원수이자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의 이러한 범죄는 공직사회 전체의 공정성을 무너뜨려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이명박 전 대통령은 판결에 어떻게 반응했습니까?
기자) 이 전 대통령은 오늘(5일) 건강이 좋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법정에 나오지 않았는데요. 다만, 판결 내용이 “대단히 실망스럽다”고 이 전 대통령 측 강훈 변호사가 언론에 밝혔습니다. “다스(실소유)와 삼성(뇌물) 부분에 대해 상당한 반박 물증을 제시했다고 생각했는데, 재판부가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말했고요, 항소 여부는 이 전 대통령과 상의해 결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검찰은 징역 20년 구형량보다 선고가 낮아진 데 대해, 항소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진행자)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선 어떻게 보나요?
기자) 여당은 환영, 야당은 반발했습니다. 집권 더불어민주당은 “사필귀정”이라면서, “법원이 법리와 증거에 입각해 엄정하게 판단했다고 평가한다"고 대변인 논평을 통해 밝혔는데요.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측은 “문재인 정부가 선과 악의 판단을 독점하면서 전직 대통령들을 적폐로 몰아가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참여연대’와 ‘경제정의실천연합’ 등 시민사회 단체들은 형량이 기대보다 낮다며, “국민 다수의 법 감정과 동떨어진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진행자) 한국의 전직 대통령이 중형을 받은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죠?
기자) 그렇습니다. 전두환, 노태우,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이명박 전 대통령이 네 번째인데요. 전·노 두 전직 대통령은 내란과 거액 비자금 조성 관련 유죄 판결로 징역형을 살다가, 김영삼 정부의 특별 사면으로 풀려났고요. 박 전 대통령은 재임 중 측근 최순실 씨와 함께 국정을 ‘농단’한 사건 등으로 아직 재판중입니다. 지난 8월 2심에서 징역 25년, 벌금 200억 원(미화 약 1천800만 달러) 등을 선고 받고, 상고를 포기했는데요. 검찰이 일부 무죄 판결된 혐의에 이의를 제기했기 때문에, 3심 판단이 남아있는 상태입니다.
진행자) 그런데,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다른 사건 재판이 동시 진행 중이라고요?
기자) 네. 재임 당시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수에 징역 6년, 여당이었던 새누리당 공천 불법 개입에 징역 2년, 총 8년을 지난 7월 1심에서 추가로 선고받았습니다. 국정농단 사건 2심 선고와 형량을 합치면, 징역형만 32년이 되는 건데요. 박 전 대통령은 구속 중 인권탄압을 받고 건강이 악화됐다고 주장하며, 모든 재판에 출석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듣고 계십니다. 올해 노벨 평화상 수상자가 발표됐군요?
기자) 네. 콩고민주공화국 의사 드니 무퀘게, 이라크 소수민족 ‘야디지’ 여성 운동가 나디아 무라드 씨가 올해 수상자로 결정됐습니다. 오늘(6일) 노르웨이 노벨위원회 발표, 들어보시겠습니다.
[녹취: 2018 노벨 평화상 수상자 발표] “The Norwegian Nobel Committee has decided to award the Nobel Peace Prize for 2018 to Denis Mukwege and Nadia Murad for their efforts to end the use of sexual violence as a weapon of war and armed conflict.”
기자) 두 사람이 전쟁과 분쟁지역에서 성폭력을 무기로 삼는 행위를 종식하는 데 펼친 노력을 노벨 평화상 수상 이유로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이들 두 수상자들이 어떤 활동을 한 건지, 좀 더 들어가 보죠.
기자) 무퀘게 박사는 산부인과 의사인데요. 내전 과정에서 잔인한 성폭행이나 신체 훼손을 당한 여성 피해자 수만 명을 치료하고 재활을 도왔습니다. 그리고, 무라드 활동가는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IS의 성노예 피해자 출신인데요. ‘야디지’ 소수민족 소녀 3천여 명을 성적으로 학대한 IS의 행위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소한 당사자입니다. 이 문제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유엔친선대사로 활동해왔습니다.
진행자) 당초 한반도 문제에 관련된 지도자가 받을 거라는 예상도 있었잖아요?
기자) 그렇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문재인 한국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수상 가능성을 주요 언론이 앞서 거론했습니다. 최근 한반도 정세를 진전시킨 공로를 들었는데요. 하지만, 올해는 이들 모두 수상자가 되지 못했습니다. 이같이 예상이 빗나간 이유로 시점이 맞지 않은 점이 꼽히는데요. 노벨평화상 후보 접수를 1월께 마감한 것으로 일부 언론이 파악했는데, 이때는 6월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이나, 4월 1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기 전이었습니다.
진행자) 그럼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에 후보가 될 수도 있는 건데, 역대 노벨 평화상 수상자 중에 미국인은 얼마나 됩니까?
기자) 총 19명입니다. 노벨 평화상은 지난 1901년부터 총 99차례 시상했는데요. 초창기인 1906년, 시어도어 루스벨트 당시 미국 대통령이 포츠머스 조약을 통해 러-일 전쟁을 중재한 공로로 수상했습니다. 1919년에는 우드로 윌슨 대통령이 받았는데요. 파리 평화회의에서 ‘국제연맹’ 설립을 주창한 점을 인정받았습니다. ‘국제연맹(League of Nations)’은 지금의 ‘국제연합(United Nations)’, 유엔으로 발전했습니다.
진행자) 말씀하신 미국인들이 모두, 인류 역사에 중요한 사건들을 주도한 인물들이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어서, 1964년에는 흑인 민권운동가 마틴 루서 킹 목사가 수상했고요. 1973년에는, 베트남 휴전 협상에 기여한 헨리 키신저 당시 국무장관이 노벨 평화상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공동 수상자로 선정된 북베트남(월맹) 지도자 레둑투는 수상을 거부했는데요. 1986년에는 나치 독일의 유대인 학살 생존자인 평화운동가 엘리 위젤이 받았습니다.
진행자) 한반도 문제 해결에 노력한 공로를 인정받은 경우도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퇴임 후 한반도 긴장 완화 노력을 펼친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2002년에 수상했는데요. 카터 전 대통령은 제1차 북한 핵 위기가 불거졌던 1994년, 김일성 당시 주석을 직접 만나 중재에 나섰습니다. 이어서, 2007년에는 앨 고어 전 부통령이 받았는데요. 지구온난화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한 공로였습니다. 그리고 2년 뒤인 2009년, 바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이 ‘핵무기 없는 세계’를 주창한 공로로 수상했습니다.
진행자) 미국인이 아닌 사람 중에, 기억할만한 역대 노벨 평화상 수상자 소개해주시죠.
기자) 2014년, 당시 17살이었던 파키스탄의 말랄라 유사프자이 씨가 역대 최연소 수상했습니다. 여성의 동등한 교육권을 주장하다 탈레반이 쏜 총에 맞으며 탄압당한 인물인데요. 유사프자이 씨는 수상 이후 미국을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 강연 등으로 활동 영역을 넓혔습니다. 2000년에는 김정일 당시 북한 국방위원장과 첫 남북 정상회담을 한 김대중 당시 한국 대통령이 수상했고요. 지난해에는 비정부기구(NGO) 연합체인 ‘핵무기폐기국제운동(ICAN)이 수상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최근 중국의 한 방송사가 시진핑 국가 주석에 관한 퀴즈쇼를 방영해 역풍을 맞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중국 후난 TV가 지난 일요일(9월 30일) '신시대 시진핑 공부하기'라는 제목의 프로그램을 방영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4일까지 총 5회에 걸쳐 방송됐는데요. 하지만 중국 공산당이 뉴스뿐만 아니라 이제는 예능 퀴즈쇼를 통해서까지 선전 활동을 펼치는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인터넷을 중심으로 고조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후난 TV라면 중국 최대 방송사 중의 하나죠?
기자) 네, 중국 관영매체인데요. 예능 프로그램과 드라마로 젊은 층의 인기가 특히 많고요. 시청률이 중국중앙방송(CCTV) 다음으로 높습니다. 이번에 논란이 되고 있는 시 주석 퀴즈쇼는 10월 1일부터 7일까지인 중국 국경절 연휴 기간에, 특히 저녁 황금시간에 편성돼 중국 당국이 더 높은 시청률을 노렸다는 지적입니다.
진행자) 시진핑 주석에 관한 퀴즈쇼라면 구체적으로 어떤 겁니까?
기자) '신시대 시진핑 공부하기'라는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시진핑 주석의 생애와 시진핑 주석의 정치사상 등에 대한 문제를 대학생, 회사원, 공무원 등 주로 20대 젊은이들이 출연해 맞히도록 한 프로그램입니다. 지난 3월 중국 공산당 헌장에 포함된 시진핑 사상이 어디서 왔고, 어떤 점이 다른지, 국민들에게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등의 주제로 질문들이 구성됐는데요. 특히 젊은 층을 공략해 퀴즈쇼 형식을 취했고, 우주를 배경으로 무대도 꾸몄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퀴즈쇼 같은 재미있는 방식을 통해 복잡하고 어려운 사상을 좀 쉽게 전달하겠다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사회주의 사상보다는 외국의 영향에 더 많이 노출돼 있는 중국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중국 당국이 고안해낸 거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는데요. 하지만, 현재 중국 온라인상에는 중국 당국의 이런 선전 활동이 더 이상 정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역풍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는 여태껏 충분히 신중국 사상을 홍보해오지 않았느냐며 그만하라는 요구부터, 어차피 시청자들은 좋아하지 않을 것이니 시청률이 떨어지는 걸 지켜보자는 등 비판의 글들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전문가들도 이 프로그램은 재미나 인기를 위한 것이 아니라 선전용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중국 당국이 최근 국내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사회주의적 사고방식을 전파하려 한다는 지적이 있던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최근에는 또 영국 런던에서 홍콩의 자유와 법치 상황을 논의하는 토론회가 있었는데요. 이를 취재하던 중국 CCTV 기자가 중국 정부의 입장에 서서, 토론회에 나선 홍콩 민주화 활동가들을 '반역자'라며 고함을 지르다 쫓겨난 일이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사건이나 후난 TV 퀴즈쇼는 중국 당국이 언론을 통제하고 선전도구로 활용하고 있는 단적인 예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서방에서는 기자가 이런 행동을 하는 경우, 드물죠?
기자) 네, 이번 사건은 기자의 역할에 대한 인식이 서방과는 차이가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이런 지적이 나왔는데요. 자유롭게 표현하고 보도하는 서방의 기자들과는 달리 중국의 언론인들은 먼저 당에 충성하도록 배운다는 겁니다. 그래서 중국 기자들은 공산당의 연장선상에 있기 때문에 기자가 아니라 정부의 선전일꾼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최근 더 노골적으로 중국 공산당과 시진핑 사상에 대한 선전 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그들이 원하는 성과를 얻을 수 있을지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