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요 언론들은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의 방북 결과에 대해 비핵화 협상에 대한 의구심을 키웠다고 평가했습니다. 비핵화에 대한 미국과 북한 간의 근본적인 인식차가 드러났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워싱턴포스트' 신문은 폼페오 장관의 이번 평양 방문 목적이 미-북 간 비핵화 대화 진전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는 것이었다면 실패한 것 같다고 평가했습니다.
폼페오 장관은 '회담이 건설적이고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 북한 외무성으로부터 '미국의 일방적이고 폭력배 같은 비핵화 요구'라는 비판이 나왔다는 겁니다.
신문은 북한 외무성의 이번 담화에는 북한이 핵무기 폐기 가능성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에 대한 '포괄적인 신호'가 담겨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즉 북한은 싱가포르 정상회담 선언문을 일방적인 비핵화 약속이 아니라, 비핵화로 가는 단계적·동시적인 접근의 첫 단계로 보고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외무성 담화를 보면 북한은 싱가포르 공동성명에 명시된 4가지 항목을 비핵화를 위한 '일정'으로 인식하고 있다면서, 공동성명에서 첫 번째 항목은 '새로운 미북관계 수립'이고, 두 번째는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그리고 세 번째가 '비핵화'였다고 신문은 지적했습니다.
이어 북한은 '미국이 평화체제 논의는 하지 않고 이미 합의된 종전선언 문제까지 미뤄두려 했다'며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비핵화 요구만을 들고 나왔다'고 비판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은 '핵 실험장이나 미사일 실험장 폐기'를 자신들의 큰 양보로 평가하는 반면, 미한 연합군사훈련은 '가역적인 조치'로 평가절하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신문은 한국의 북한 전문가를 인용해 이런 북한의 주장은 최종적으로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또 북한에게 '한반도 비핵화'는 미국 등 다른 국가들의 핵무기 포기까지를 포함하는 '국제 무기 통제'를 의미한다는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의 해석을 소개했습니다.
이어 조엘 위트 스팀슨센터 수석연구원은 "북한의 비핵화가 하룻밤에 될 수 있다는 생각은 환상"이며, 미국이 북한과 지속적으로 만나기 위해서는 전문 협상가를 찾아야 한다고 주문했다고 신문은 보도했습니다.
'뉴욕타임스' 신문도 미국과 북한은 대화 초기부터 비핵화 방식에 근본적인 차이를 보였다고 분석했습니다. 북한은 '단계적, 동시적 접근'을 요구했지만, 미국은 비핵화 완료 이후 보상하는 방안을 선호했다는 겁니다.
특히 트럼프 정부 관리들은 '단계적 보상'은 과거 행정부들이 대북 협상에서 실패했던 방식으로 선을 그어왔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폼페오 장관은 이번 평양 방문 이후 비핵화가 진행되는 동시에 체제 안전 보장과 양국관계 개선 관련 조치를 취할 수 있음을 인정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도 폼페오 장관은 경제적 제재는 '완전히 다른 문제'로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이룰 때까지 제재를 유지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고 신문은 전했습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대화하는 동안 '최대압박'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폼페오 장관이 7일 자신의 트위터에 '최대압박'의 중요성을 언급한 점을 주목했습니다.
'CBS' 방송도 폼페오 장관이 북한의 체제 안전보장에 관한 협상에는 유연함을 보였지만, 대북 경제 제재에는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고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최대압박'이라는 표현이 다시 등장한 것이 새로운 제재 부과를 의미하는지에 대해서 미 국무부는 답변하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CNN'은 회담이 '건설적'이었다는 폼페오 장관의 평가와 '폭력배 같은 비핵화 요구'라는 북한 외무성의 담화를 '외교적 절연(diplomatic disconnect)'으로 표현했습니다.
이런 모습들은 미국과 북한이 '같은 페이지'에 있지 않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 주고, 북한으로부터 양보를 받아 내려는 미국의 노력에 의문을 제기한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폼페오 장관이 평양을 떠난 뒤 북한이 바로 비난 성명을 발표한 건 협상의 조건을 결정하는 쪽이 미국이 아니라 북한이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해석했습니다.
이어 폼페오 장관은 당초 이번 방북에서 미군 전사자 유해 송환과 북한의 미사일 엔진 시험장 폐기에 대한 구체적인 일정을 얻길 기대했지만, 오직 앞으로 있을 회담에 대한 약속만 받았다고 비판했습니다.
때문에 이번 회담 결과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막연한 수사’를 현실로 만들려는 폼페오 장관의 시도가 처한 어려운 상황을 부각시켰다고 CNN은 분석했습니다.
또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오는 9월 유엔 총회에서 만날 수 있다는 일각의 관측도 회의적으로 만들었다고 전망했습니다.
AP통신은 분석기사를 통해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부 내 대북 강경 정책을 완화하려는 의지가 누구보다 크다고 믿으며, 거기에 일종의 '도박'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습니다.
또 폼페오 장관과의 회담을 비판한 북한 외무성 담화는 미국을 압박하기 위한 '협상 전술'이자, 비핵화에 대한 미국과 북한의 '결정적인 인식 차이'를 보여준다고 해석했습니다.
특히 북한이 담화에서 미-한 연합훈련 일시 중단을 언제든지 되돌릴 수 있는 조치로 평가절하 한데 주목했습니다. 또 북한은 자신들이 원하는 체제 안전보장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과거 주한미군 철수와 미-한 군사훈련 중단을 요구했다는 점을 상기시켰습니다.
이어 북한의 이런 태도가 협상 전략인지, 근본적인 인식 차이인지는 결국 핵무기 포기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에 관한 질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의 속내는 미국 본토를 직접적으로 위협할 수 없는 제한된 범위 내에서 핵 보유국으로 인정 받는 것이라는 일부 전문가들의 전망을 소개했습니다.
'폭스뉴스'는 "폼페오 장관이 빈손으로 북한을 빠져 나왔고, 미국에겐 3가지 선택이 남았지만 모두 나쁜 선택'이라는 해리 카지아니스 미국 국가이익센터 국방연구국장의 기고를 실었습니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첫째로 남은 선택으로 북한 핵시설에 대한 군사 공격을 거론했습니다. 하지만 북한 핵무기 대부분이 지하에 흩어져 있어 한번의 공격으로 제거할 수 없고, 오히려 한국과 일본, 심지어는 하와이와 미국 서부에 대한 북한의 보복 공격을 부추길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둘째는 '최대압박'으로 돌아가는 것이지만, 무역과 남중국해 문제 등으로 중국과 참예한 갈등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쉽지 않은 선택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끝으로 북한을 핵무장국으로 인정하는 방안이 있지만, 이것은 한국과 일본의 핵무기 보유 요구로 이어지고 결국 중국의 군비 강화를 부추길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요한 양보를 했지만 북한은 핵 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 같다며, 다시 북한과 벼랑 끝으로 돌아가는 것이 두렵다고 카지아니스 국장은 말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북한의 비판으로 비핵화 협상의 운명이 의문에 빠졌다면서 이런 북한의 모습은 폼페오 장관이 '선의와 진전'이라고 말한 것과 크게 모순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조셉 윤 전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인용해 북한은 미국이 비핵화 기대를 낮추기를 기대하고 있다는 '나쁜 신호'라고 진단했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