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인권전문가들과 탈북민들은 2년 전 한국에 집단 망명한 북한식당 종업원들에 대한 유엔의 진상조사에 우려를 표했습니다. 종업원들이 사정을 솔직히 털어놓기 어렵고 실제 북송이 이뤄진다면 민감한 탈북민 정보가 유출돼 북한 내 가족들까지 위험해 진다는 지적입니다. 김현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4일 ‘VOA’와의 인터뷰에서 2년 전 한국에 집단 망명한 중국 류경식당 종업원들 문제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방문 기간 식당 종업원들을 만나 이들의 의사와 관심사, 이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확인하겠다는 겁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북한자유연합 수잔 숄티 대표는 퀸타나 보고관을 존경한다면서도, 이미 분명히 결정된 사안에 대해 추가 조사를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숄티 대표] “I respect Mr. Quintana but this issue was clearly decided already and further investigation is absurd….. ”
이어 조사를 하게 된다며, 북한 내 이들 가족들이 위험해 처해지지 않도록 누가 이들의 신상과 거주 정보 등을 갖고 있는 지도 함께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숄티 대표는 이 문제가 다시 불거지면서 해당 종업원들의 신상이 노출되면 북한에서 더 많은 처형과 죽음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종업원들의 신상이 노출될수록 피해를 보는 사람은 북한에 남아있는 가족들이라는 설명입니다.
또 한국 정부가 이들을 북한으로 돌려보내지 않을 것으로 확신하지만, 만약 송환된다면 송환된 종업원 들 뿐 아니라 한국 내 다른 탈북자들도 큰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녹취: 숄티 대표] “If they are sent back, they will be interrogated….it will mean that the lives of all North Koreans in South Korea are at grave risk…”
이들이 갖은 고문에 못 이겨 한국에서 함께 생활했던 다른 탈북자들의 신원 정보를 북한 당국에 넘겨줄 수 있다는 겁니다.
로베르타 코헨 전 국무부 인권담당 부차관보는 무엇보다 농르풀망 원칙에 따라 이들 종업원들이 북한에 강제 송환되는 일이 없도록 퀸타나 보고관이 확실히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코헨 부차관보] “We know from many different reports or testimonies, these people are subject to detention, beating, torture…”
이들이 북한에 돌아가면 수용소에 감금되거나 심한 고문을 받고 심지어 처형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코헨 전 부차관보는 종업원들이 자발적으로 북한에 돌아가고 싶다고 말하더라도 진의를 정확히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녹취: 코헨 부차관보] “When if any of these young women want to go back to North Korea willingly, you’d have to question first of all, what that means, whether they are under pressure because of the harassment of their family…”
북한에 남아있는 가족의 처벌이 두려워 이들을 보호하기 목적으로 북한에 돌아가길 원하는 건지, 어떤 압박에 의해 그렇게 원하는 것은 아닌지 정확히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입니다.
미국 내 탈북자들은 여종업원들이 유엔의 진상조사 과정에서 얼마나 솔직히 말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재미탈북민연대의 조진혜 대표는 무엇보다 종업원들이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들에게 돌아갈 피해를 우려해 정직하게 말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녹취: 조진혜 대표] “뭐라고 대답을 하겠어요. 자기를 위해 안 가겠다고 하면 북한에 있는 가족들이 다 잡힐 거고. 간다고 하면 보내주면 그 사람들 어떻게 될지 뻔 할거고.. ”
조 씨는 이들이 정말로 북한에 가기를 원하면 언제든 중국을 통해 북한에 갈 수 있지 않느냐며, 이들은 북한에 돌아가고 싶은 것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진혜 대표] “저는 그 사람들이 가고 싶어 하는 것도 아니고 안 가겠다고 말할 수도 없고, 가족을 위해서 그 사람들은 아무 얘기 안 하면서 자기는 여기서 그냥 숨은 듯이 살기를 원하고 자기를 잊어주길 바라는 마음일 거에요.”
그러면서 북한 식당의 종업원들을 절대 북한으로 돌려보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만약 이들이 북한에 보내진다면 한국 내 탈북자들 관련 많은 정보가 북한에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녹취: 조진혜 대표] “그 사람들이 거기에 가서 살아남으려면 당연히 한국의 정보를 가지고 가야 하는 거고, 하나원부터 국정원까지 조사받은 내용, 약도까지 그리라고 하면 그려야 할 거에요.”
미국 내 탈북민들은 2011년 탈북 브로커에 속아 한국으로 왔다며 북송을 요구 중인 김련희 씨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습니다. 한국에 7년 넘게 거주한 김 씨가 북한에 돌아갈 경우 그 동안 알게 된 민감한 탈북민 관련 정보가 북한 당국에 흘러 들어갈 위험이 있다는 겁니다.
미 서부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는 50대 남성 박명남 씨는 종업원들의 현재 상황이 매우 난처할 것이라며, 유엔이 이 문제 보다 더욱 심각한 다른 문제에 더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탈북자 박명남 씨 ] “인권, 인권 하는데, 그 사람들 마음은 그대로 덮어주고, 조사할 것도 없고, 자꾸 끄집어 낼 것도 없어요. 그거 신경 쓰기 전에 북한에 납치된 남한 사람도 많고. 답답해 죽겠어요. 그 사람들도 스트레스가 쌓이겠죠. 가겠다고 하겠어요. 안 가겠다고 하겠어요.”
박 씨는 한국 정부가 만약 종업원들을 북한에 보낸다면 북한의 정치 선전에 이용되는 것뿐일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탈북자 박명남 씨 ] “김정은 우상화 체제, 북한 체제 유지하는 데만 이용되는 거죠. 체제 선전에 쓰고 감시하다가 조용히 처형되겠죠. 뻔해요.”
미 버지니아 주에 사는 30대 탈북 여성 김영희 씨는 면담은 좋지만 북한 내 가족들로 인해 종업원들로부터 솔직한 이야기는 듣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씨는 면담 보다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이들의 신변이 보장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종업원들이 진짜로 원하는 것을 유엔이 안다고 이를 어떻게 지원해주고 보장해 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현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