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 간 북한 관련 화제성 뉴스를 전해 드리는 ‘뉴스 풍경’ 입니다. 최근 한국 내 북한인권 운동가들의 미국 방문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장양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국제사회에서 2천 500만 북한 주민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는 탈북자 북한인권 운동가들이 지난 12일 열린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을 전후해 미국을 잇따라 방문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북 정상회담에서 북한인권을 의제로 삼겠다고 밝혔던 만큼 북한인권 문제를 알리기에 가장 좋은 시점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정상회담을 앞두고 가장 먼저 미국을 찾은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는 지난달 서부 캘리포니아주의 한인 교회와 스탠포드대학에서 북한인권 상황과 정보 유입에 대해 강연했습니다.
또, 텍사스주에 소재한 부시센터를 방문해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도 면담했습니다.
[녹취: 강철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북한인권 문제가 가장 중요한 문제이고, 사실 부시 대통령은 미국의 대통령이 독재자를 만나는 것은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밝히셨고, 북한의 인권 문제가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가 돼야 한다고 자기 생각을 밝히셨고요.”
강 대표는 `VOA'에, 부시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이 독재자를 만나는 것이 별로 바람직하지 않고, 정상회담에서 북한인권 문제가 다뤄져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부시센터의 편지은 인권담당 매니저는 `VOA'에, 부시 전 대통령이 강 대표와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눴다며, 북한인권 문제가 정상회담에서 반드시 다뤄져야 한다는 것이 부시센터 측의 입장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편 매니저는 부시 대통령이 강 대표가 쓴 ‘평양의 어항’을 통해 북한인권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강 대표는 부시 대통령 시절 백악관에 초청된 첫 탈북자였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달 워싱턴을 방문했던 자유북한운동연합의 박상학 대표도 이달 초 다시 미국을 찾았습니다.
태영호 전 공사를 비롯한 10여 명의 트럼프 대통령 면담을 성사시키기 위해서였는데요, 미-북 회담 내용을 지켜본 후 백악관에 면담을 요청할 계획이었습니다.
[녹취:박상학] “싱가포르 미팅을 보고 어떤 내용으로 미팅하는가에 따라서 탈북자 인권단체들, 엄청나게 활동 방향에 영향을 미치니까, 그걸 듣고 백악관에 탈북자 인권단체의 결집된 목소리를 전하자,.. (그런데)”
그러나 6월 12일 싱가포르 회담 후 상황은 달라졌습니다. 정상 간 회담 내용에서나 공동성명에 ‘북한 주민’이나 ‘북한인권”이란 말은 찾아 볼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녹취:박상학] “요청할 형편이 안됐죠.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국회 연설의 절반의 절반만 했었어도 우리가 기대를 접지 않았는데, 너무나 실망해서 미팅을 포기했습니다.”
`북한의 대량학살을 멈추기 위한 전세계 연대'(북대멈) 회원인 탈북자 8명도 워싱턴에 3주간 머물며 백악관, 국무부, 의사당 앞에서 북한의 인권 유린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습니다.
지난해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자신의 경험을 증언한 탈북자 출신 지현아 작가는 미-북 정상회담 후 김정은 위원장을 칭송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강한 유감을 나타냈습니다.
[녹취: 지현아] “미국 국민이고 청년인 오토 웜비어의 죽음을 헛되게 한 발언이 아니었나요? 수 백 만의 북한 주민들의 죽음이 헛되이 하지 않는 발언을 하시기 바라는 마음입니다.”
특히, 북한 정권 체제보장에 대한 내용에 대해, 미국 민주주의의 기본을 잊어버린 말이라며, 북한 정권의 체제안정은 북한 주민들에 의한 것이지 외부에 의한 것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백악관에 북한 정치범 수용소 수감자들의 생사 확인 요청을 위해 수감자 가족들의 생생한 증언과 수감자 사진을 담은 증언자료집을 발간한 대북인권단체 `노 체인'의 정광일 대표도 지난달 워싱턴을 방문했습니다.
정 대표는 증언집 내용을 소개하는 세미나을 여는 것 외에 미 국무부와 유엔 미국대표부를 방문해 북한인권 문제가 정상회담의 의제가 돼야 하는 이유 등을 역설했습니다.
하지만, 정 대표는 북한인권 문제가 실종된 두 정상 간 회담에 대해 “억장이 무너졌다”고 말했습니다.
일부에서 지금은 인권 보다는 북한 비핵화에 전념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지만, 이복형인 김정남을 죽인 살인마를 칭찬하는 것은 반인도적 범죄를 용인하는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특히, 한국 내 북한인권재단 사무소도 폐쇄된 지금은 믿을 곳이 미국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정 대표는 호소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 마저 외면하면 어떻게 할지 난감하다며, 비공개적으로라도 관심과 지원을 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미-북 정상회담을 전후해 미국은 찾은 탈북자들은 미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미 주류사회에 북한인권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켜 온 만큼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기대가 클 수밖에 없습니다.
지현아 작가는 “4번의 미국 방문에서 미국의 사만다 파워,니키 헤일리 등 전현직 유엔대사, 펜스 부통령, 의회, 국무부 등의 관계자들을 만날 때마다 북한인권에 대해 관심을 갖고 묻고 함께 논의했다”고 말했습니다.
정광일 대표 역시, 탈북 후 한국 정부보다 미국이라는 국가의 노력에 감명을 받았다며, 미 정부 관리들은 노 체인의 대북 정보유입 활동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고 항상 지지해 주고 있어 마음이 든든했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탈북자 북한인권 운동가들은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한국 내 분위기가 달라졌다며, 자신들의 발길이 미국으로 향하고 있는 실질적인 이유는 한국에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한국사회에서 북한인권 활동이 전혀 주목받지 못하며 북한 정권의 체제안정이 거론되는 현실에서 탈북자들의 안정은 흔들리고 있다고, 지현아 작가는 주장합니다.
[녹취:지현아] “탈북자들의 전단을 중단시키고 탈북자들을 통해 북한인권 해결 방안을 모색한 적이 없고, 남북정상회담의 의제에 인권 문제를 포함시켜 달라고 했지만 이를 무시했습니다.”
정광일 대표는 “한국 정부가 북한인권단체들의 활동을 저지시키고 심지어 사찰을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정 대표는 특정 지역 경찰서를 언급하며 쌀과 USB를 빈 플라스틱 병에 넣어 보내는 활동을 시작한 뒤 처음으로 UBS 내용 공개를 강요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박상학 대표는 이번 미국 방문의 첫 번째 목적은 NGA 국가지리정보국 내 행사 참여였다며, 이 행사에서 한국 정부가 대북 전단 살포를 중지시켰다고 증언하자 참석자들이 매우 놀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습니다.
강철환 대표는 최근 치러진 지방선거로 한국사회를 진보가 장악했다며, 북한인권은 설 자리가 없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강철환] “보수와 진보가 완전히 나뉘어서 지금은 전혀 관심이 없는 상태입니다. 특히 선거를 통해 진보가 한국사회를 장악했는데, 북한인권에 대한 목소리를 내는 그룹의 힘이 축소되고 있고, 한국사회에서 당분간 북한인권 문제를 본격적으로 거론하거나 일하는 것은 힘들어 보입니다.”
부시센터의 편지은 인권담당 매니저도 부시센터 측도 한국 사회의 이런 분위기를 파악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은 미국 정부가 북한인권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편지은] “미국에서는 북한인권 문제가 두 정당 간에 의견이 모아지는 몇 안 되는 아젠다 중에 하나입니다. 한국에서는 북한인권 문제가 여야가 극명하게 대립하는 문제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한국 정부로서 북한인권 문제를 직접적으로 아젠다에 넣는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미국 정부가 더 북한인권 문제에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노 체인과 백악관 청원을 진행하는 북한인권위원회 그렉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한국 정부가 북한을 달래느라 북한인권을 희생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탈북자 북한인권 운동가들은 현 시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기대를 갖기는 어렵지만, 미국이란 나라의 건국이념과 존재의 가치가 자유와 민주주의 아니냐며, 이런 미국에 대한 믿음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강철환] "북한의 핵문제와 인권문제를 동시에 풀어서 포괄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크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해야 할거 같고, 북한 체제 보장이나 그런 쓸데없는 말은 북한 주민을 모독하는 말입니다. 그런 말은 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녹취: 박상학] 트럼프 대통령 주변에 안보라인을 보면 김정은에 거짓과 위선에 속아 넘어갈 시스템이 아닌데, 뭔가 전략적으로 다른 생각이 있지 않나, 다시 한번 믿고 우리가 힘들지만 좀 더 기다려 보려고 합니다. 미국의 가치라던가 헌법 정신에 비춰보면, 또 미 의회나 언론에서는 인권에 강한 목소리를 내고 있거든요.트럼프 대통령도 우리 국회에서 했던 연설의 절반의 절반만한 그럼 마음 가짐이라면 절대오 김정은의 위선에 속아 넘어가지 않을 것 아닌가, 좀 시간을 가지고 지켜보려고 합니다."
VOA 뉴스 장양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