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 입니다. 지금 이 시각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이란 핵 합의 개정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오늘(25일) 이란 정부가 밝혔습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제안한 핵 합의 수정 중재안을 거부한 겁니다. 얼마 전 타이완해협에서 실사격 훈련을 벌인 중국이 추가 행동에 나설 수 있다고 타이완 당국에 경고했고요. 이어서, 중국의 성차별 고용 실태를 지적한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 최신 보고서 들여다보겠습니다.
기자) 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25일 국영 텔레비전 연설을 통해 “그들(미국)은 7개국이 이뤄낸 합의를, 한 유럽정부 지도자와 함께 바꾸려 한다”고 주장하고, “무슨 권리로 그렇게 하는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국제적 약속을 다룰 자질이 부족한 장사꾼이고, 정치와 법을 모르는 자”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습니다.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도 앞서 미국 공영방송 NPR과 인터뷰에서 “핵 합의는 12년 동안 진행된 협상의 결과물"이라면서 "합의의 일점일획이 엄청난 노력에서 나온 패키지(한 묶음)로, 그 중 어느 것만 골라 고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어떤 배경에서 이런 발언이 나온 거죠?
기자) 미국이 이란 핵 합의를 고쳐야 한다는 발언을 계속하고 있는 데 따른 겁니다. 24일 미국-프랑스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가 논의 됐는데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기존 합의의 허점을 상당부분 메울 수 있는 수정 중재안을, 이날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제안한 것으로 주요 매체들이 전했습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5일 미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에서도 이에 관한 입장을 밝혔는데요. 직접 들어보시죠.
[녹취: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This agreement may not address all concerns..."
기자) 이란 핵합의가 모든 우려 사항을 제대로 다루고 있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폐기할 수는 없다면서 프랑스는 이란 핵 합의를 파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그러면서 이른바 '4개의 기둥' 구상을 대안으로 제시했습니다.
진행자)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제안한 이란 핵 합의 수정 중재안, 일명 4개의 기둥 구상, 어떤 내용인가요?
기자) 마크롱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는데요. 기존의 이란 핵 합의에 더해 이란의 장기적인 핵 활동과 이란의 역내 군사 활동, 이란의 탄도미사일 개발을 언급했습니다.
진행자) 이란의 탄도미사일 개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 합의의 허점으로 지적해왔던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2015년 이란이 핵무기를 포기하는 대신, 경제 제재를 일부 풀어주기로 미국과 프랑스 등 주요 6개국과 약속한 게 이란 핵 합의인데요. 이 합의에는 핵무기 개발 규제 조항만 들어있을 뿐, 탄도 미사일 프로그램을 막을 방법이 사실상 없습니다. 그래서 이란은 합의 발효 이후에도 탄도 미사일 개발과 시험발사를 계속했는데요. 이걸 통제할 조항을 새로 넣자는 구상입니다.
진행자) 이란의 장기적 핵활동과 역내 군사 활동에 대해서는 어떤 구상을 갖고 있는 건가요?
기자) 이란 핵 합의에서는 모든 핵 활동에 대한 제약을 2030년 완전히 풀도록 했는데요. 수정안에서는 그걸 폐기하거나 재검토하자는 거고요. 또 이란의 역내군사활동에 관한 부분은 테러지원활동과 연관 있습니다. 그 동안 예멘과 시리아 내전, 또 이라크의 무력 분쟁에 깊숙이 개입해온 이란의 관련 활동을 차단하자는 겁니다.
진행자) 이런 제안에 대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응은 어떤가요?
기자) 24일 정상회담 후 트럼프 대통령은 “마크롱 대통령이 상당히 좋은 구상을 하고 있다”고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이어서, “견고한 기반에서 새로운 합의를 만드는 게 가능할지 지켜보자”고 말했는데요. 하지만 “내가 5월 12일에 어떤 결정을 할지는 아무도 모른다”면서 여전히 핵 합의 파기 가능성은 열어뒀습니다.
진행자) 5월 12일에 무엇을 결정하게 되나요?
기자) 핵 합의에 따라, 미국 정부는 이란에 대한 제재를 유예하고 정기적으로 연장시켜왔는데요. 다음 달 12일에 유예 시한이 다시 돌아옵니다. 이를 또 연장시킬지 대통령이 결정하게 되는데요. 스티브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얼마 전, 연장 없이 제재를 다시 부과할 것으로 의회에서 증언했습니다. 미국 정부가 제재를 부활하면, 이란 핵 합의는 사실상 파기되는 겁니다.
진행자) 파기 입장이던 미국은 수정 중재안을 일단 긍정적으로 봤는데, 앞서 전해 드린대로, 이란 정부는 전면 거부한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핵 합의 개정 논의는 이란이 핵무기로 서방을 무너뜨리려한다는 미국과 이스라엘 정부의 거짓말을 기반으로 한 것이어서, 전혀 정당성을 갖출 수 없다고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오늘(25일) 연설에서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이란 핵 합의 개정을 둘러 싼 논란, 다른 나라들의 입장은 어떤가요?
기자) 중국과 러시아도 이란 핵 합의 당사국인데요. 이란 측 입장에 힘을 싣는 쪽입니다. 두 나라는 “합의가 그대로 유지될 수 있도록 유엔회원국들이 침묵하지 말고 나서달라”고 어제(24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2020년 NPT(핵확산금지조약) 평가회의 사전준비회의에서 촉구했습니다. 블라디미르 예르마코프 러시아 외무부 무기통제국장은 “누군가(미국)에 이득이 되도록 합의 문구를 수정하면 지역 안보를 훼손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며 핵 합의 개정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듣고 계십니다. 중국 정부가 타이완 당국에 또 다시 경고 메시지를 냈군요?
기자) 네. “타이완이 또 다시 독립 움직임을 보인다면, 중국은 추가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중국 국무원 타이완판공실이 오늘(25일) 경고했습니다. 얼마 전 중국군이 타이완 해협에서 실사격 훈련을 하고, 앞서 남중국해역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이 지휘하는 사상 최대 규모 해상 열병식까지 했는데요. 여기서 더 나아갈 수 있다는 입장을 타이완에 내놓은 겁니다.
진행자) 타이완해협에서 실시한 실사격 훈련 목적에 대해서도 설명했다고요?
기자) 네. 마샤오광 타이완판공실 대변인은 오늘(25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이 이 훈련을 통해 보낸 메시지는 매우 명백하다. 타이완의 독립 움직임을 좌절시키키고 중국의 주권과 영토 통합성을 보호하겠다는 단호한 의지와 완벽한 자신감, 그리고 충분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훈련 당시 외신들은, 독자적 외교노선을 걷고 있는 차이잉원 타이완 정권에 대한 대한 무력 시위라고 해석했지만, 중국 정부가 이를 직접 설명한 것은 처음인데요. 앞으로 타이완의 행보에 따라 추가 행동이 따를 수 있다고 오늘 예고한 겁니다.
진행자) 어떤 추가 행동을 하겠다는 건가요?
기자)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습니다. 다만 최근 타이완과 홍콩 등지 중국어권 매체에서는, 중국 당국이 유사시 타이완에 군사력을 동원하는 무력통일 계획까지 세웠다는 보도가 이어졌습니다.
진행자) 양안관계 긴장이 계속 높아지고 있네요.
기자) 네. 타이완 독립을 추구하는 민진당의 차이잉원 총통이 지난 2016년 취임한 뒤, ‘하나의 중국’ 원칙을 부정하고 국제기구 등에서 독자활동을 모색하면서, 양안 교류가 전면 중단된 상황인데요. 2년새 중국 인민해방군은 타이완 주변에서 전투기와 폭격기, 상륙함 등을 동원한 실전훈련을 주기적으로 펼치며 군사적 압박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타이완 국무총리 격인 라이칭더 행정원장이 최근 입법원(의회)에서 “나는 타이완 독립을 위한 일꾼”이라고 직설적으로 발언하면서 중국군이 타이완해협에서 실사격 훈련을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진행자) 타이완은 여기에 어떻게 반응하고 있습니까?
기자) 적극적으로 맞대응하고 있습니다. 타이완 군이 다음주부터 연례최대 실전훈련인 ‘한쾅’ 워게임을 실시한다고 오늘(25일) 중국어권 매체들이 일제히 전했는데요. 이 훈련은 중국군을 적군으로 상정해, 타이완을 침공하는 병력을 격퇴하는 내용입니다. 중국군이 타이완해협에서 한 것처럼, 대규모 실사격 연습도 포함되고요, 드론(무인 항공기)을 이용한 민방위훈련까지 함께 진행합니다.
진행자) 중국 측이 즉각 이 훈련에 대한 입장을 내놨다고요?
기자) 네.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이 훈련이 “계란으로 바위치는 격”이라고 평가절하하면서, “중국은 어떠한 경우에도 ‘하나의 중국’원칙에서 후퇴하거나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적었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미국 정부는 최근 타이완과 교류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고요?
기자) 네. 미국 정부는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서명을 통해 ‘타이완여행법’을 발효시켰는데요. 미국 정부 관료들과 군 고위 지휘관들이 타이완을 방문해 당국자들과 교섭할 수 있도록 한 내용입니다. 지난 1979년 미-중 수교 이후, 낮은 수준에서만 이뤄졌던 미국과 타이완 정부 당국의 교류를 모든 수준으로 확대하게 한 건데요. 앞서, 미 국무부는 지난해 6월 타이완에 13억 달러 규모 무기 판매를 승인했고요, 이어 올 2월에는 양 측 방위산업체들이 교류를 재개했습니다. 또 오는 6월 타이베이 시내에 문을 여는 ‘미국재타이완협회(AIT)’ 새 청사 경비를 미 해병대 병력이 맡을 예정입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중국에서 성별에 따른 차별적인 고용 관행이 널리 퍼져 있다는 소식이군요.
기자) 네, 중국의 구인광고에서 성 차별적인 요소가 여전히 넘치고 있다고 국제 인권 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가 지적했습니다. 휴먼라이치워치는 특히 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최첨단정보기술업체들과 일부 정부 부처에서도 이런 성차별적인 고용이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최첨단정보기술업체들, 어떤 업체들을 말하는 건가요?
기자) 알리바바그룹, 바이두, 텐센트 홀딩스 등 중국의 내노라하는 정보기술업체들인데요. 하지만 이들 첨단기업의 구인광고는 여성 지원자들을 좌절하게 만들거나, 여성을 상품화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진행자) 예를 들어 어떤 광고들인가요?
기자) 네, 가령 우리 회사에는 젊고 아름다운 여성들이 많기 때문에 우리 회사에서 일하면 그들과 함께 일할 수 있다는 식의 광고들이 많습니다. 반면 여성 구직자들에게는 키나 외모, 성격 등 업무와는 상관없는 요구 사항을 내놓는 광고들이 많습니다.
진행자) 휴먼라이츠워치가 분석한 광고량이 상당히 방대하다고요.
기자) 네, 휴먼라이츠워치는 지난 2013년부터 나온 중국 기업들의 광고 3만6천 건을 분석해 이같은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습니다. 휴먼라이츠워치는 또 중국 정부의 구인광고도 비판했습니다. 휴먼라이츠워치에 따르면 2018년 현재, 중국 공무원 구인 광고의 19%는 남성 전용 또는 남성을 선호했고요. 여성을 선호한다는 구인업체는 단 한 곳이었습니다.
진행자) 지적을 받은 주요 업체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기자) 텐센트는 성명을 발표하고, 현재 조사 중이라며 다시는 그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알리바바도 앞으로 보다 엄격히 광고를 검토하겠다고 밝히는 등 신속한 사태 수습에 나서고 있는데요. 이번 보고서는 중국에서 성차별과 성희롱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나와 주목됩니다.
진행자) 휴먼라이츠워치의 이번 보고서에 대한 중국인들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중국 내 인터넷상에서는 거의 아무런 반응도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알리바바가 지원하는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나, 텐센트의 모바일 채팅앱인 위챗 같은 인기 있는 인터넷 플랫폼에서 이에 관한 언급을 찾기가 어려운데요. 중국의 인터넷 회사들은 정부 당국으로부터 휴먼라이츠워치의 보고서나 #MeToo 운동 같은 특정 내용에 대한 인터넷상 토론 검열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진행자) #MeToo 운동이라면 지난해 미국 영화산업계에서 시작된, 여성들이 성폭력이나 성희롱을 당한 사실을 용기 있게 폭로하는 사회운동인데요. 중국에서는 어떻습니까?
기자) 네, 좀 전에 말씀드린 대로 중국에서는 인터넷상에서 관련 내용이 오가는 건 엄격한 검열대상입니다. 이 때문에 주로 인터넷을 통해 #MeToo운동이 확산되고 있는 다른 나라들과는 달리 중국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중국의 대학들을 중심으로 조금씩 힘을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