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 입니다. 지금 이 시각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중국이 과일과 돼지고기 등 128개 미국산 수입품목에 최대 25%의 관세를 부과합니다. 두 나라 ‘무역전쟁’이 본격화 되는 건데요. 또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멕시코의 행동에 따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나프타)’을 파기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이어서, 미· 중 무역 분쟁 와중에 베트남이 이익을 보게 된다는 이야기, 함께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중국이 미국산 수입품에 고액 관세를 매기는군요?
기자) 네. 미국산 과일과 돼지고기 등 128개 품목에 최고 25% 관세를 오늘(2일)부터 부과한다고 중국 상무부가 발표했습니다. 전체적으로 연간 30억 달러 규모인데요. 상무부는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 대변인 담화에서, “국무원 관세세칙 위원회 결정에 따라 이 같은 방침을 시행한다”고 밝히고, “민의를 반영한 조치”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구체적으로 어떤 품목에 얼마나 관세를 부과하나요?
기자) 제1부문과 제2부문으로 나눴는데요. 상대적으로 세율이 낮은 1부문에는 신선과일과 말린 과일, 땅콩 같은 견과류, 포도주(와인), 강관(철강 파이프) 등 120개 품목이 해당돼 15% 관세를 매기고요. 보다 세율이 높은 2부문에는 돼지고기와 폐알루미늄 등 8개 품목이 들어가 25%를 부과합니다. 이런 내용은 지난달 23일 중국 상무부가 예고한 사항인데요, 국무원 승인을 받아 오늘(2일)부터 시행하는 겁니다.
진행자) 높은 관세를 매기는 이유가 있겠죠?
기자) 미국이 지난달 무역확장법 232조를 발동한 것은 국제 무역 규정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중국 상무부는 밝혔습니다. 오늘(2일) 담화에서 “미국이 무역확장법 232조로 철강·알루미늄에 추가 관세를 매기기로 한 것은 중국의 이익에 막대한 손해를 준다”며 “손해를 배상하고, 국익과 무역체제를 지켜내기 위해 (미국산 수입품에) 새 관세 조치를 부과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미국이 철강관세를 매기는 건 일부 예외를 빼고 모든 나라가 대상인데, 중국이 보복하는 배경은 뭐죠?
기자) 철강관세 부과 조치는 모든 나라가 대상이지만,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중국 정부는 보고 있습니다. 대미 철강 수출 상위권에 있는 한국(3위)과 러시아(5위), 일본(7위), 타이완(9위) 등이 중국산 철강제품의 우회수출 경로로 파악되고 있기 때문인데요. ‘우회 수출’이란, 중국산 철강이 이들 나라에 수출돼 약간의 가공을 거친 뒤 해당 국가 원산지 표시로 미국에 재수출되는 것을 뜻합니다. 미 무역대표부(USTR)가 한국에 철강관세 한시적 예외를 적용하면서도 물량 제한(쿼터)을 둔 것은 이 같은 현실과 관계있습니다. 따라서 이들 나라들의 대미 철강 수출이 줄어들면 원 수출지인 중국이 함께 타격을 받는 겁니다.
진행자) 철강관세 말고, 중국이 미국산 수입품에 보복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고요?
기자) 네. 중국 정부가 오늘(2일) 담화에서 밝히진 않았지만, 외신들은 또 다른 이유를 들고 있는데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2일, 연간 500억달러 규모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새로 매기겠다고 발표하고, 미 무역대표부(USTR)에 대상 품목들을 정리해 보고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대응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돼지고기와 과일 같은 농축산물들을 주요 대상으로 삼은 이유는 뭐죠?
기자) 중국은 돼지고기 세계 최대 소비국이고요, 미국산 돼지고기를 가장 많이 사들이는 나라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중국이 의도한 보복 효과가 가장 크게 나올 수 있는 부문 중 하나인데요. 돼지고기를 포함해 과일과 포도주 등 농축산물을 주요 대상으로 삼은 건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지지 기반 여론을 흔들기 위한 목적이 있는 것으로 주요 매체들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미국 국내 정치에 영향을 줄 목적이란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보도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환영받는 농업 부문이 중국과의 무역 전쟁 영향으로 압박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는데요. 즉, 올해 미국에서 중간선거가 진행되는 점을 감안해, 트럼프 대통령 주요 지지 기반인 ‘팜벨트(farm belt)’, 농장 지대가 몰려있는 주에서 반발할 것을 중국이 노렸다는 분석입니다.
진행자) 중국이 앞으로도 보복 조치를 계속할 전망이라고요?
기자) 네. 이번 미국산 수입품 관세 부과 조치에서, 당초 관심을 모았던 대두, 콩은 빠졌는데요. 미국산 콩은 돼지고기보다 훨씬 대중국 수출 비중이 큰 품목이라, 중국이 향후 무역분쟁 진행 과정에서 쓸 카드로 아껴뒀다는 게 경제 매체들의 판단입니다. 미국에서 생산하는 대두의 3분의 1이 중국으로 수출되는데요. 조만간 미 무역대표부(USTR)가 신규 관세를 매길 중국산 수입 품목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지식 재산권 침해 사유 등으로 중국에 대한 투자제한 조치를 발표하면, 중국이 콩을 포함한 추가 관세 등 보복 조치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진행자) 미국과 중국 사이에 관세와 보복 관세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 언론은 어떻게 보고 있나요?
기자) 대부분 세계 경제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보는 중입니다. 영국 신문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중국의 이번 관세 부과는 베이징(중국 정부)과 워싱턴(미국 정부) 사이 무역 전쟁의 긴장감을 한층 더 높였다”고 진단했는데요. 전문가들의 판단도 비슷합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는 최근 경제전문매체 CNBC와 인터뷰에서 미국과 중국과의 ‘치고받기’식 무역 전쟁은 세계적인 경제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듣고 계십니다. 이번에는 미국과 멕시코 관계 보겠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나프타)을 폐기할 수 있다고 멕시코에 경고했다고요?
기자) 네. “멕시코 사람들이 우리 이민법을 비웃고 있다. 국경을 통해 마약과 불법이민이 흘러들어오는 것을 그들이 막지 않으면, 나는 그들의 수익창출원을 막을 것”이라며 ‘나프타’를 폐기할 수 있다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어제(1일) 인터넷 사회연결망 ‘트위터’에 적었습니다. 그러면서, 두 나라 사이 국경에 장벽을 설치하는 일에 협조하라고 멕시코 당국에 요구했습니다.
진행자) 나프타가 뭔지 짚어보고 넘어가죠.
기자)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는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 이렇게 북미대륙에 있는 세 나라 사이에 관세 없이 물품과 용역을 거래하는 협정인데요. 그 동안 미국에 불공정한 방향으로 시행돼왔다는 트럼프 행정부 지적에 따라 현재 개정 협상중입니다. 그런데, 멕시코 정부가 국경단속을 강화하는 데 협조하지 않을 경우 이 협상을 결렬시키고, 나프타를 아예 폐지할 수 있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건데요. 로이터 통신 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장벽 건설 사업과 나프타 재협상 문제를 명확하게 연계시켰다”고 해설했습니다.
진행자) 멕시코 정부가 국경단속 강화에 어떻게 협조하라는 건가요?
기자) 장벽 건설 비용을 부담하고, 멕시코 북쪽 국경을 더 잘 지키라는 겁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대선 당시부터 이민 정책 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고, 미국 남쪽 멕시코 국경에 거대한 장벽을 짓겠다고 밝혔습니다. 그 비용은 멕시코 측이 낼 것이라고 설명했는데요. 멕시코 측은 장벽 건설 비용 부담 요구를 줄곧 거절해왔습니다. 이 같은 상황을 바꾸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나프타’와 연계해 멕시코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이 ‘나프타’ 폐기를 언급할 만큼 멕시코에 강경한 입장을 트위터에 올린 이유는 뭘까요?
기자) 이날(1일) 폭스뉴스 보도와 관련 있다는 시각이 많습니다. 폭스는 ‘불법 이민자들의 행렬(caravan)이 미국을 향하고 있다’는 보도를 통해, 중남미 출신 불법 이민자 1천200여 명이 미국으로 오고 있다고 전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행렬’이 미국에 들어오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권능이 멕시코 정부에 있다. 그들의 북쪽 국경에서 국경법을 엄격히 집행해야 한다”고 ‘트위터’에 이어 적은 뒤, 하지만 “멕시코는 거의 아무것도 안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진행자) 미 의회에도 국경단속과 이민 개혁에 협조하라고 촉구했다고요?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이렇게 흘러들어온 사람들이 ‘DACA(불법체류청년 추방유예제도·다카)’를 활용하고 있다”고 트위터에 적었는데요. 오늘(2일) 다시 트위터를 통해, 의회가 국경단속 강화 관련 법규를 신속히 통과시켜야 한다고 촉구한 뒤, 민주당이 협조하지 않아 ‘다카’는 죽었다고 언급했습니다.
진행자) 멕시코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오는 7월 멕시코 대선에 나선 주요 후보들이 일제히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발언을 비난했습니다. 지지율 1위인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즈 오브라도르 전 멕시코시티 시장은 “사회적인 문제는 벽이나 무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사안”이라면서 국경 장벽 건설이 옳지 않은 사업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래서 협조할 수 없다면서 “멕시코와 우리 국민은 외국의 피냐타(인형)가 되지 않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피냐타는 종이 인형을 말하죠?
기자) 그렇습니다. 축제 때 아이들이 막대기로 터뜨리면 과자나 사탕 등이 쏟아지는 건데요. 오브라도르 전 시장의 말은 가만히 맞고 있지 않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지지율 2위인 리카르도 아나야 후보는 양국의 국경 문제가 멕시코만의 책임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아나야 후보는 “미국이 불법 이민 유입을 우려하는 만큼 멕시코도 (미국에서 들어오는) 총기 밀매를 걱정하고 있다”며, “멕시코에서 살인에 사용되는 총기 80%가 미국에서 유입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세계 제1, 2위 경제 대국인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 가능성이 계속 나오고 있는데요. 이런 가운데 베트남이 틈새 승자가 될 수도 있다는 소식이군요.
기자) 네, 미국과 중국 간에 무역 분쟁이 확대되면 수출 의존도가 높은 베트남 기업들이 중국 기업들과 경쟁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전문가들은 미국에 제품을 수출하는 베트남 기업들이 미국의 관세 대상이 안 된다면 중국 경쟁 업체들에 비해 비용을 많이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미국 정부는 앞으로 중국 수입품에 대해서는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죠?
기자) 네, 미국 정부는 이번 달 중국산 수입품에 최대 600억 달러에 달하는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하고, 해당 품목 목록을 만들고 있고요. 이에 중국은 맞대응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의 불공정 무역관행을 줄곧 비난해왔는데요. 미국 무역대표부는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에서 3천700억 달러가 넘는 흑자를 누리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미국과 베트남 간의 교역 관계는 어떻습니까?
기자) 미국은 베트남의 최대 단일 수출국입니다. 지난해 베트남은 미국에 470억 달러 상당의 물품을 미국에 수출했는데요. 베트남 당국은 특히 지난 1980년대 이후 투자환경을 대폭 개선했고요. 이에 따라 포드 자동차 공장과 인텔 칩 공장과 같은 미국의 투자 공장들이 현재 베트남에서 가동 중입니다.
진행자) 베트남에 대한 외국의 투자도 늘고 있다고요.
기자) 네, 지난해 외국인 투자로 인한 베트남의 수출 규모는 약 1천550억 달러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베트남 경제는 올 1/4분기에 약 7% 성장했는데요. 전문가들은 미국이 관세를 더 높이면 베트남이 중국보다 더 매력적인 투자가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중국에 기반을 둔 회사들이 관세를 피하기 위해 베트남으로 이전할 수도 있겠군요.
기자) 그럴 가능성도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중국 역시 다른 나라들처럼 베트남과의 무역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더 좋은 정책이나 인프라 지원을 제공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들과 무역 관계를 강화할수록 중국으로서는 미국과의 무역 마찰 피해를 상쇄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인데요. 실제로 최근 중국 상무부는 인도에 영향을 미치는 무역 규정을 완화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지난주 발효된 미국의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에 베트남은 포함됩니까?
기자) 네, 포함됩니다. 캐나다와 멕시코, 한국, 유럽연합(EU), 호주 등 일부 나라를 제외하고 중국과 베트남을 비롯해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해당되는데요. 베트남은 지난해 미국에 약 3억 달러 규모, 38만t의 철강을 수출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진행자) 중국도 베트남의 주요 교역국이라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최근 몇 년까지는 미국이 베트남의 제1 수출국이었는데요. 베트남 관세청의 올 1월 발표에 따르면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베트남의 제1 수출국으로 떠올랐습니다. 또 현재 많은 중국 기업들이 베트남과 공동 투자를 하고, 광범위하게 공급망을 공유하고 있는데요. 이 때문에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전쟁이 단기적으로는 베트남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 무역 혼란은 국제 시장 위축과 함께 베트남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