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다양한 스포츠 이야기 전해드리는 ‘주간 스포츠 세상’ 오종수입니다. 해마다 이맘때 미국에서는 ‘March Madness’, ‘3월의 광란’이 벌어집니다. 대학 농구 상위 토너먼트를 가리키는 말인데요. 올해는 특히 이변이 속출하면서 텔레비전 중계 시청률도 크게 오르고, 관심이 더 높아졌습니다. ‘3월의 광란’, 미국 대학농구 이야기 자세히 전해드리겠습니다.
[녹취: 농구장 관중 함성]
미국 프로농구 NBA는 세계적으로 인기 높은 스포츠입니다.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NBA 경기를 즐겨보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요. 농구 종주국인 미국 사람들은 NBA 못잖게 대학 경기를 좋아합니다. 요즘 가장 인기 있는 스테판 커리와 마이클 조던, 카이리 어빙, 데릭 로즈 등 내로라하는 NBA 선수들이 대학농구를 거쳤는데요. 이처럼 별들의 요람이자, 젊은 학생들의 패기가 넘치는 대학 경기에 농구 팬들이 열광하는 겁니다.
그래서 미국대학체육협회(NCAA)가 주관하는 대학 남자 농구, 그 중에서도 68개 상위 팀이 매년 3월에 진행하는 경기 일정을 ‘3월의 광란’이라고 부릅니다. ‘광란’이라는 별명이 괜히 붙은 게 아닌데요. 미국 대학농구 4강전 ‘파이널 4(Final Four)’는 지난해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발표한 스포츠 행사 브랜드 가치 순위에서 미국 프로풋볼 ‘슈퍼볼’(6억6천300만 달러)과 여름철 올림픽(4억1천900만 달러), 겨울철 올림픽(2억8천500만 달러), 그리고 축구 월드컵(2억2천900만 달러)에 이어 5위(2억2천800만 달러)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우승자를 가리는 월드시리즈(10위· 1억2천400만 달러)와 유럽축구 챔피언스리그(7위· 1억8천500만 달러)보다도 높은 순위여서, 대학 농구 열기가 얼마나 뜨거운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녹취: 농구장 관중 함성]
3월의 광란에서 크게 활약한 대학 졸업반 선수들은 곧 NBA팀과 계약하는 ‘드래프트’ 상위에 올라 높은 보수를 받으며 프로 선수가 됩니다. 올 시즌에는 노스캐롤라이나주 명문 듀크대학의 마빈 배글리, 애리조나대의 디안드레 에이튼, 미주리대 마이클 포터 등이 NBA 드래프트 상위권 대상자로 거론됐습니다.
[녹취: 농구장 관중 함성]
올해 '3월의 광란'은 초반부터 이변이 이어졌습니다. 약체로 예상된 팀들이 강호들을 잇따라 꺾었는데요. 지난해 우승팀 노스캐롤라이나대(UNC) 마저 텍사스A&M대에 져서 탈락했습니다. NBA 드래프트 상위권 후보 디안드레 에이튼이 이끈 남부지구 4번 시드 애리조나대도 13번 시드 버펄로대에 크게 패했고요. 이 같은 과정에서 전체 4개 지구 1, 2번 시드 가운데 절반인 4팀이 일찌감치 떨어져 나갔습니다.
특히 남부지구 1번 시드이자 유력한 우승 후보였던 버지니아대가 16번 시드 메릴랜드-볼티모어카운티대(UMBC)에 패한 게 가장 큰 이변이었습니다. NCAA 토너먼트 34년 역사에서 지구 1번 시드가 16번 시드에 밀려 탈락한 것은 처음인데요. 이전까지 1번 시드 팀들은 16번 시드와 135차례 맞붙어 모두 이겼습니다. 136경기 만에 일어나는 일이 이미 발생했기 때문에 앞으로는 ‘3월의 광란’에서 어떤 일이 벌어져도 그리 놀랄만한 게 아니라고 농구 전문가들은 내다보는데요.
[녹취: 농구장 관중 함성]
이처럼 속출하는 이변 때문에 유명인들의 예측이 어긋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미국에서는 ‘3월의 광란’ 때마다, 64강에서 시작해 16강, 8강, 4강, 그리고 결승까지 올라가는 대진표를 저마다 예상해 내놓고 주변 사람들과 내기를 하는 일이 많은데요. 바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우승팀으로 내다봤던 미시간 주립대는 시러큐스대의 돌풍에 밀려 16강 진출에도 실패했습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16강 가운데 절반인 8개 팀을 맞추는데 그쳤는데요. 조지 H. W. 부시 전 대통령은 16강에서 10개 팀을 적중시켜, 조금 성적이 나았습니다.
[녹취: 농구장 관중 함성]
‘약체’였던 메릴랜드-볼티모어카운티대(UMBC)의 선전으로 워싱턴 DC 인근 볼티모어 일대에서는 축제 분위기가 고조됐습니다.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를 비롯한 지역사회 유력인사들이 앞다퉈 인터넷 사회연결망(SNS) 등을 통해 축하 메시지를 냈고요. 대학 상징물과 기념품을 파는 온라인 상점에 주문이 몰리기도 했습니다. 지역 주민들이 무료로 피자를 먹을 기회도 생겼는데요. 유명 피자 상점인 ‘리틀시저(Litte Caesar)’는 16번 시드 팀이 1번 시드를 이길 경우 다음달 2일(월) 무료 점심 식단을 제공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판매가격이 5달러 정도 되는 이 식단은 피자 4조각과 ‘펩시’ 음료수로 제공될 예정입니다.
비록 1라운드 이변의 주인공 메릴랜드-볼티모어카운티대(UMBC)와 버펄로대는 2라운드에서 각각 캔자스주립대와 켄터키대에 패해 일정을 마무리했지만, 미국 전역 농구팬들의 주목을 모은 것만으로도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또 전통의 강팀들을 물리친 이들의 활약이 전체적인 재미를 더하면서 올해 대학농구 텔레비전 중계방송 시청률도 크게 높아졌는데요. 전문매체 ‘스포팅뉴스’가 전한데 따르면, CBS와 TBS 등 미국 내 주요 중계 채널을 통해 올해 ‘3월의 광란’을 시청한 사람이 820만 명(중복 포함)에 이르러, 지난해의 790만 명에서 4%나 올랐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3월의 광란’은 ‘스위트 16(Sweet Sixteen)’이라고 부르는 16강으로 정리됐습니다. 로욜라, 네바다, 텍사스A&M, 미시간, 캔사스주립, 켄터키, 플로리다주립, 곤자가, 클렘슨, 캔사스, 웨스트버지니아, 빌라노바, 시라큐스, 듀크, 퍼듀, 텍사스공대가 그 주인공들인데요. 이들 대학 가운데 절반이 이번 주말 진행된 ‘엘리트 8(Elite Eight)’, 8강에서 겨뤄 ‘파이널 4(Final Four)’, 4강을 확정했습니다. 이가운데 과연 어느 대학이 우승컵을 안을지 관심이 대단합니다.
‘주간 스포츠 세상’, 알쏭달쏭한 스포츠 용어를 알기 쉽게 설명해드리는, 스포츠 용어 사전입니다. 오늘은 ‘트래블링(traveling)’이라는 농구용어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여행’ 혹은 ‘여행하다’, 즉 한 장소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는 뜻을 가진 영어 단어 ‘트래블(travel)’에서 나온 말인데요. 농구에서 공을 가진 사람이 규칙을 어겨 이동하는 것을 가리킵니다. 공을 바닥에 튀기지 않고 손에 쥔 채 걷는 경우인데요. 심판이 ‘트래블링’을 지적하면 상대방에 공을 넘겨줘야 합니다.
‘주간 스포츠 세상’, 미국 대학농구 '3월의 광란' 이야기 들려드렸고요, 농구에서 ‘트래블링’이 무슨 뜻인지도 알아봤습니다. 다음 주에 더 재미있는 이야기 가지고 오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음악 들으시겠습니다. 슛을 하려고 뛰어오르는 농구 선수를 흔히 ‘난다’고 표현하는데요. 존 덴버의 노래 ‘Flying For Me’, ‘나를 위해 날아요’ 전해드립니다. 지금까지 오종수였습니다.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VOA 방송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