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월요일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지난해 말 실각한 것으로 알려졌던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4개월여 만에 공식 행사에 재등장했습니다. 한때 2인자 소리를 듣던 황병서가 다시 과거의 정치적 위상을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지난해 말 처벌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황병서 전 북한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다시 공식 석상에 등장했습니다.
지난해 10월 이후 북한 매체에서 사라졌던 황병서는 2월 15일 사망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을 기념해 평양에서 열린 중앙보고대회에 등장했습니다.
이날 오후 `조선중앙TV'가 녹화 중계한 영상에는 황병서가 행사장 객석에 서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한국 통일부 백태현 대변인입니다.
[녹취:백태현] “황병서로 보이는 인물이 최근 북한 중앙보고대회 행사에서 군복을 입지 않은 상태에서 식별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보직 여부 등은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황병서는 이튿날인 16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찾은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현장에도 나타났습니다. 김경옥 노동당 제1부부장, 홍승무 당 부부장 등과 함께 나란히 였습니다.
황병서가 공식 석상에 넉 달 만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전 직책인 인민군 총정치국장으로 복귀하지는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군부로 복귀했으면 군복을 입었을 텐데 15일엔 인민복 차림, 16일엔 검은 양복을 입고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입니다.
[녹취:강인덕] “총정치국장이 돼서 차수까지 올라갔었는데, 거기서 그만 두고 당으로 돌아가면 사복을 입을 수밖에 없죠, 다시 말해 원대복귀 못했다고 봐야겠죠.”
황병서는 15일 중앙보고대회에서 주석단이 아닌 아래 객석에 앉아 있었으며, 금수산궁전 참배 때도 뒷줄에 서 있었습니다.
전문가들은 황병서가 노동당 부부장 급으로 복귀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중앙보고대회와 금수산궁전 참배 영상에서 김경옥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홍승무 당 군수공업 부부장 등과 같은 줄에 서 있었기 때문입니다. 북한 강성산 전 총리의 사위로 1994년 한국으로 망명한 강명도 씨입니다.
[녹취: 강명도] “그 사람이 원래 부부장이었기 때문에, 그렇다고 과장으로 갈 수는 없고, 부부장으로 갈 확률이 높은데, 그것도 좀 지나봐야 합니다.”
워싱턴의 북한 전문가인 미 해군분석센터의 켄 고스 국장은 황병서가 과거 몸담았던 당 조직지도부로 복귀했을 공산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켄 고스] “Hwang Byung-ser before he head of GPB…"
그러나 현재 최룡해가 조직지도부를 총괄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황병서를 같은 부서에 배치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강인덕 전 장관은 말했습니다.
[녹취:강인덕] “조직지도부에 갔으면 최룡해 밑에 간 건데, 그럼 비슷한 사람 둘을 함께 놓은 건데, 그런 일은 없으리라고 봅니다.”
켄 고스 국장은 황병서가 사상교육이라는 비교적 가벼운 처벌을 받고 복귀한 것은 최룡해와 비슷하다고 말했습니다. 최룡해도 지난 2015년 11월 백두산영웅청년발전소 토사 붕괴 사고 책임을 지고 지방 협동농장에서 석 달 간 혁명화 교육을 받고 복권된 적이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강명도 씨는 황병서가 복귀한 것은 그가 군부 내 자기 세력이 없는데다, 아직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임을 잃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강명도] “당 중앙위원회 조직지도부에 있다가 총정치국으로 갔기 때문에 군부에 자기 세력이 없습니다. 황병서는 또 김정은에게 충성을 다하고, 또 TV를 보면 무릎을 꿇고 입을 가리고 얘기를 하고, 그만큼 충성도가 높기 때문에, 김정은은 황병서를 자기 적수나 자기 자리를 탐내는 사람으로 보지 않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황병서가 다시 과거의 정치적 위세를 되찾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강명도 씨입니다.
[녹취: 강명도] “좀 있으면 세대교체가 이뤄질 것이기 때문에 황병서가 총정치국장 같은 그런 자리로 올 확률은 상당히 낮다고 봅니다.”
그러나 켄 고스 국장은 황병서가 다시 정치일선에 복귀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황병서와 최룡해 두 사람을 상호 견제시켜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최룡해를 밀어낼 경우 황병서가 부상할 수 있다는 겁니다.
[녹취: 켄 고스] “Natural rivalry so it wouldn’t surprise me..”
과거 노동당 조직지도부에 오래 몸 담았던 황병서는 2013년 장성택 제거에 앞장서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최측근으로 떠올랐습니다.
황병서는 김정은 집권 후인 2014년 5월 북한군 서열 1위인 총정치국장 자리에 오른 뒤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에 임명되는 등 승승장구했습니다. 또 2014년과 2015년에는 김정은 위원장의 현지지도를 가장 많이 수행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이후 돌연 공개 석상에서 사라졌고 이후 북한 매체에서 언급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국가정보원은 국회에 “지난해 10월 당 조직지도부가 총정치국에 대한 검열을 진행했다”며 “검열 결과 황병서는 총정치국장에서 해임됐으며 고급당학교에서 사상교육을 받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고했습니다.
한편 황병서 해임 이후 인민군 총정치국장에는 김정각이 임명됐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8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인민군 건군절 열병식 소식을 전하면서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인 차수 김정각 동지’라고 언급했습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