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이 북한을 `최대 적’으로 여기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미국인 과반수가 이런 인식을 드러냈는데, 2년 전에 비해 수치가 3배 이상 높아졌습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윤국한 기자와 함께 합니다.
진행자) 어떤 기관이 이번 여론조사를 실시한 건가요?
기자)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갤럽이 이달 초 실시한 `세계 문제에 관한 조사’ 결과입니다. 이 조사에서 응답자의 51%가 북한을 미국의 `최대 적’으로 꼽았는데요, 2년 전인 2016년의 16%에서 3배 이상 높아진 수치입니다.
진행자) 갤럽의 여론조사에서 북한이 미국의 `최대 적’으로 꼽힌 게 이번이 처음인가요?
기자) 아닙니다. 갤럽은 지난 2001년부터 `세계 문제에 관한 조사’를 실시해 왔는데요, 이 조사에서 북한은 2005년과 2016년에도 `최대 적’으로 지목됐었으니까, 이번에 세 번째로 1위를 차지한 겁니다. 하지만 2005년에는 이라크와 공동 1위였고, 2016년에는 응답률이 16%로, 51%인 올해와 큰 차이가 납니다. 지금까지 갤럽의 조사에서 미국인들이 특정 국가를 최대 적으로 꼽은 응답률 가운데 최고치는 지난 2001년 이라크에 대한 38% 입니다.
진행자) 여론조사 응답자 과반수가 특정 국가를 미국의 최대 적으로 꼽은 경우는 이번이 처음인 거군요?
기자) 네, 이 조사는 미국의 적으로 꼽을 만한 나라들의 명단을 응답자들에게 제시하는 객관식이 아니라 주관식으로 진행됩니다. 따라서 늘 많은 나라들이 미국의 적으로 지목돼 왔습니다. 그런데 올해 조사에서 북한이 응답자의 절반을 넘는 압도적 다수에 의해 최대 적으로 꼽힌 겁니다.
진행자) 이런 결과나 나온 이유가 뭔가요?
기자) 지난해는 북한의 핵실험과 잇따른 미사일 시험발사로 미-북 간 긴장이 크게 고조됐습니다. 북한은 한 차례 수소탄 핵실험을 실시했고, 17차례에 걸쳐 20여 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는데요, 이 때문에 유엔 안보리가 무려 4건의 제재 결의를 채택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 위협을 포함한 `말폭탄’을 주고받으면서 북한이 이례적으로 장기간 주요 뉴스가 됐던 것도 이유로 작용했습니다.
진행자) 북한은 그동안 다양한 여론조사에서 미국에 대한 최대 위협으로 꼽히지 않았나요?
기자) 네, 미국의 언론사들과 여론조사 전문기관들이 실시한 여러 조사에서 북한은 자주 최대 위협으로 지목돼 왔습니다. 호감도에서도 가장 낮은 순위를 기록해 왔는데요, 지난해 갤럽의 조사에서는 북한에 대한 비호감이 86%로, 조사 대상 21개 나라 가운데 가장 높았습니다. 이어 이란과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순으로 비호감도가 높았습니다.
진행자) 비호감도가 가장 높은 북한과 이란, 시리아는 모두 미국이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한 나라들이군요?
기자) 미 국무부에 의해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된 나라는 이들 세 나라에 수단을 포함한 4개국입니다. 북한은 지난 2008년 핵 검증 합의에 따라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됐다가 지난해 11월 다시 명단에 포함됐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 살해와 북한에 억류됐던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 씨 사망 사건이 주요 이유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앞서 갤럽 여론조사에서 미국인들은 북한 다음으로 어떤 나라들을 `최대 적’으로 꼽았나요?
기자) 러시아와 중국, 이란 순이었습니다. 그런데, 러시아가 최대 적 2위로 꼽혔지만 응답률은 북한의 51%와는 크게 차이가 나는 19%에 불과했습니다. 앞서 말씀 드린 대로 북한이 압도적으로 미국의 `최대 적’으로 지목된 겁니다.
진행자) 이런 여론조사 결과가 뭘 의미하는 건가요?
기자) 민주국가에서는 여론이 행정부의 정책이나 의회의 입법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따라서 북한에 대한 미국인들의 부정적 인식은 행정부의 대북 강경책과 의회의 다양한 제재 관련 입법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앞서 웜비어 씨 사건에 대한 미국인들의 분노가 북한에 대한 의회의 테러지원국 재지정 법안 의결과, 이후 행정부의 재지정으로 이어진 게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