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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갈루치 전 특사] “북한과 대화 위한 대화라도 해야…제재 유지 중요”


로버트 갈루치 전 미 국무부 북핵특사.
로버트 갈루치 전 미 국무부 북핵특사.

긴장 완화를 위해선 북한과 대화를 위한 대화라도 해야 한다고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 핵 특사가 밝혔습니다. 1994년 제네바합의 당시 미국측 수석대표였던 갈루치 전 특사는 19일 ‘VOA’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북한의 의도를 순진하게 받아들여서는 안 되지만 협상을 두려워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현재 북한과 대화를 진행 중인 한국은 제재를 완화하거나 미국의 대북 압박을 약화시키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VOA’가 준비한 전 대북 협상가 인터뷰 시리즈, 오늘은 다섯 번째, 마지막 순서로 갈루치 전 특사를 김영남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남북간 대화가 열리고 있고 북한이 평창동계올림픽에 참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런 분위기가 미-북간 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에 동의하십니까?

갈루치 전 특사) 물론 가능하다고 봅니다. 좋은 신호라고 보지만 남북은 과거에도 올림픽과 관련해 협력한 적이 있습니다.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는 건 실수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은 북한과 대화하기 위해 어떤 전제조건이나 장애물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미국과 대화하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게 미국의 입장입니다.

기자) 북한은 지난 한해 핵과 미사일 부문에 큰 진전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직도 외교적으로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갈루치 전 특사) 이 문제를 보는 여러 시각이 있는데요. 하나는 북한이 미국을 핵무기로 공격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역량을 갖추기 위해 노력은 하고 있지만 아직 이를 갖추지 못했다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 북한에 관여할 수 있는 공간이라든가 시간이 남아 있다는 거죠. 미국과 미국의 대통령은 북한이 이런 역량을 갖추는 걸 원하지 않는다고 밝혀왔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상황 그대로만 놓고 보면 관여하기에 나쁜 타이밍은 아닙니다. 대화 형식으로 북한과 접촉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봅니다. ‘대화를 위한 대화’라고 해도 말이죠.

지난 1994년 6월 워싱턴 국무부에서 미·한·일 당국자들이 유엔에서 추진할 대 북한 제재 내용을 협의한 후 기자들에게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야나이 준지 일본 외무성 외교정책국장, 로버트 갈루치 미국 국무부 차관보, 김삼훈 한국 핵대사.
지난 1994년 6월 워싱턴 국무부에서 미·한·일 당국자들이 유엔에서 추진할 대 북한 제재 내용을 협의한 후 기자들에게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야나이 준지 일본 외무성 외교정책국장, 로버트 갈루치 미국 국무부 차관보, 김삼훈 한국 핵대사.

기자) 1, 2차 북 핵 위기 당시와 비교해 북한의 핵 역량은 크게 진전됐습니다. 과거에도 핵을 포기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가능할까요? 지금 대화를 한다면 목적이 뭐가 될 수 있을까요?

갈루치 전 특사) 대화의 목적은 우선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미사일을 쏜다거나 미국이 예방공격을 하는지 여부를 계속 걱정하지 않아도 되게끔 말이죠. 달리 말해 긴장을 완화하고 북한과 한국, 미국 모두 군사적 충돌에 관심이 없다는 점에 동의해야 한다는 겁니다. 북한이 무엇을 원하는지, 미국이 무엇을 원하는지 다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부분과 관련해 대화를 나누는 건 당연하다고 볼 수 있겠죠.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수 있느냐고 물어보셨는데 아무도 알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북한도 이 질문의 답을 모를 겁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핵 없는 한반도가 모두에게 좋다는 점을 북한에 설득시킬 수 없는 게 아닙니다.

기자) 한국과 일본 일각에서는 미국이 북 핵 문제를 해결해줄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자위적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데요. 타당한 주장이라고 보십니까?

갈루치 전 특사)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이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나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며 자체적으로 핵무장 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게 말이죠. 저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이런 논의가 이뤄지는 건 건강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미국인인 제게 한국이 핵무기를 갖게 되면 안보 역량이 커질 것으로 보느냐고 물으면 아니라고 말할 겁니다. 만약 한국이 핵을 가지면 더 큰 위협에 빠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한국은 핵을 가질 필요가 없습니다. 저는 미국이 억제력으로 한국 방어 약속을 지킬 수 있다고 봅니다.

기자) 김정은이 갑작스럽게 대화에 나서고 평창올림픽에 대표단을 보내기로 한 이유를 뭐라고 보십니까?

갈루치 전 특사) 저는 한국과 미국의 사이를 틀어지게 만들려는 북한의 오랜 목표를 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이 최대 압박을 가는 과정에서 한국의 문재인 정권은 일종의 햇볕정책을 펼친다면 북한이 미-한 양국의 이런 차이점을 악용하거나 양국 동맹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겠죠. 또 다른 이유로는 북한이 실제로 제재로 인해 타격을 받고 있고 이를 완화할 목적이 있을 수 있습니다. 지금 같이 (핵, 미사일) 역량을 갖춘 상황에서 미국, 한국과 진지한 대화를 할 수 있게 됐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북한의 이런 행동에 대해 순진하게 생각해서도 안 되지만 협상을 두려워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북한은 한국에 미-한 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만약 한국이 이를 받아들인다면 어떻게 될까요?

갈루치 전 특사) 저는 미-한 군사훈련이 양국 동맹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준비태세와 비상상황 시 상호 운용 역량을 갖추는 거죠. 하지만 미-한 군사훈련이 항상 지금과 같아야 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북한의 탄도미사일이나 핵무기 실험 동결이 있다면 미-한 양국이 훈련을 조율할 수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동맹국 중 한 국가가 독자적으로 행동을 취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합의를 거친 군사훈련 조정을 통해 긴장을 완화하는 것은 괜찮다고 봅니다.

기자) 북한 핵, 미사일 실험과 미-한 군사훈련을 동시에 중단하는 이른바 ‘쌍중단’과 비슷한 논리 같은데요. 유화정책이라는 비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갈루치 전 특사) 그건 정치적 주장입니다. ‘유화’와 같은 단어는 회담이나 협상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말이죠. 하지만 대화를 통해 과열된 상황에서 벗어나고 긴장을 완화하는 데 집중한다면 북한이 무엇을 하든 별로 걱정되지 않을 겁니다. 저는 유화정책이라는 표현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한국 정치권 일각에서는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 재개를 주장하고 있는데요. 미국이 이끄는 최대 압박 캠페인을 약화시키지 않을까요?

갈루치 전 특사) 매우 조심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북한과 대화를 하고 있는 한국의 경우에 말이죠. 저라면 제재를 완화해주는 쪽으로 간다거나 미국의 대북 압박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가게 되는 걸 주의할 겁니다.

기자) 북한과 여러 차례 대화에 참여하셨는데요. 북한과 대화하는 데 어려운 점이나 한계는 없었습니까?

갈루치 전 특사) 문제 중 하나는 저희가 북한을 아는 것보다 북한이 미국에 대해 아는 게 더 많았던 점입니다. 저희는 개방된 사회이기 때문인데요. (1994년 제네바합의 당시인) 25년 전 북한 문제를 다뤘던 기억을 되살려보면 북한은 미국의 정책 결정 과정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항상 맞았던 것은 아니지만 미국을 꽤 잘 분석하고 있었습니다. 저희는 김정은이 어떤 생각을 하고, 군부나 노동당과 어떤 상황인지 잘 알지 못하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미국과 한국은 북한에 대한 수준 높은 접근 방법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당시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죠. 북한이 체제의 생존을 원하는지, 억제력을 키우면서 경제 성장을 원하는지, 아니면 탄도미사일과 핵무기를 통해 한반도에서 도발 행위를 가하기 위해서인지 알 수 없습니다. 북한의 정확한 의도를 알지 못한다는 겁니다.

기자) 북한과의 과거 협상에서는 검증 역시 항상 중요한 문제였는데요. 북한을 신뢰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갈루치 전 특사) 저는 신뢰라는 단어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안보와 관련된 협상에 있어 영국이나 캐나다, 호주와 대화할 때 신뢰를 갖고 대화해야 합니다. 하지만 러시아나 중국, 북한과는 얘기가 다르죠. 그렇기 때문에 저는 신뢰라는 단어는 국제 정치에서 적절하지 않은 단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경쟁하는 관계이고 적이 될 수도 있는 관계이기 때문입니다. 검증을 언급하셨는데 합의 사안을 어기거나 속이는 부분에는 검증이 필요합니다. 저희가 피해를 봐서는 안 되는 부분입니다.

로버트 갈루치 전 특사로부터 북한과의 협상 여지와 한계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대담에 김영남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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