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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마식령 스키훈련, 대북제재 약화와 인권유린 옹호 우려”


지난 2월 북한 강원도 원산의 마식령 스키장.
지난 2월 북한 강원도 원산의 마식령 스키장.

남북한 정부가 합의한 양측 선수들의 북한 마식령 스키장 공동 훈련에 대해 미 전문가들과 인권단체가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압박을 약화할 수 있고 강제 노동 등 북한의 심각한 인권 침해에도 잘못된 신호를 보낼 수 있다는 겁니다. 이들은 한국이 올림픽 뒤에 선수 시범단을 평양에 보내거나 북한 선수들을 대거 한국 스키장에 초청해 한국의 발전상과 자유를 체험하는 방안이 더 나았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미 전문가들은 한국이 스키 선수들을 마식령 스키장에 보내는 의미를 단순하게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습니다.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은 19일 ‘VOA’에 한국 정부가 대북 움직임에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와일더 전 선임보좌관] “South Korean government must be very careful that it doesn’t send any signal to Washington or to North Korea that it’s wiling to move against sanctions….”

미국과 북한에 제재에 반대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는 어떤 신호도 보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와일더 전 선임보좌관은 그런 의미에서 문재인 정부가 평창 올림픽 전에 남북한 선수들의 마식령 공동훈련 결정을 한 것은 일부 우려스럽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결정이 일회성으로 끝난다면 그냥 넘어갈 수 있지만, 마식령 스키장과 관련해 추가 결정들이 나오면 대북 제재를 약화할 우려가 크다는 겁니다.

[녹취: 와일더 전 선임보좌관] “I would say if this is the only decision they’ve made in this regard, it’s probably OK. But if they make more decisions…”

와일더 전 선임보좌관은 그러면서 “마식령 스키장은 한국 선수들이 가기에는 잘못된 장소”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2013년 12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새로 개장한 마식령 스키장을 방문했다고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지난 2013년 12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새로 개장한 마식령 스키장을 방문했다고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2013년 개장한 마식령 스키장이 북한의 대북 제재 위반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장소라고 지적합니다.

유엔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는 지난 2014년 보고서에서 유엔 결의가 금지한 다양한 외국산 사치품들이 사진에 담겨있다며 내용을 자세히 지적했었습니다.

이탈리아 업체 프리노스와 독일 업체 피스톤 불리의 제설기, 스웨덴 아레코의 분사식 제설기와 캐나다 BRP의 스노모빌이 마식령 스키장에 유입됐다는 겁니다.

위원회는 이후 여러 보고서에서 유럽연합(EU)과 캐나다가 모두 이를 사치품으로 인정했다며, 장비들이 다른 국가 업체를 통해 북한에 유입됐거나 대북 결의 이전에 판매된 것도 일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중국산 리프트, 오스트리아산 여러 장비와 관련 부품 유입이 확인되자 제재위원회는 2016년 4월에 유럽연합이 공중 케이블과 의자식 리프트 등 여러 스키장 장비들을 사치품 제재 목록에 추가했다고 밝혔습니다.

제재 전문가인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는 19일 자신의 ‘트위터’에 이런 유엔안보리의 대북 제재를 위반한 장소에 한국이 스키 선수들을 보내고 숙박비 등을 지급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프랭크 자누지 맨드필드 재단 대표는 한국이 평창 올림픽에 북한 선수단 뿐 아니라 북한의 다양한 방식의 참여와 교류를 원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올림픽 전에 선수단을 마식령에 보내는 것은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차라리 올림픽 뒤에 북한의 참가에 화답하는 차원에서 스키나 스케이트 시범단을 북한에 보내 주민들에게 감사를 표시하는 방식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자누지 대표] “I would prefer to see maybe a post-Olympic exhibition by South Korean skiers or skaters for the North Korean people….”

이런 방식이 마식령 스키장에 사용료를 지불할 수 있다는 우려를 피할 수 있다는 겁니다.

반면 미 서부 캘리포니아주립 샌디에이고 대학의 스테판 해거드 교수는 북한의 평화 공세로 미-한 합동군훈련 재개와 제재에 대한 타격을 우려하면서도 핵 문제 진전을 위해 이런 위험을 무릅쓸 가치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해거드 교수는 19일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남북 간에 실질적인 진전이 이뤄지기 전에 핵 문제가 제기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며, 마식령과 북한의 한국 방문 등은 예외적인 일회성 소규모 행사이기 때문에 많은 돈이 드는 게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핵·미사일 타개 전에) 마식령에서 한국 관광객들을 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노규덕 한국 외교부 대변인은 19일 마식령 스키장 공동 훈련과 관련한 유엔 안보리 제재 회피 우려에 대해 “그런 내용도 충분히 감안해 관련 결정이 내려지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우려 사안에 관해서는 대답을 피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여러 인권단체와 탈북민 단체들은 마식령 스키장이 북한 내 인권 침해의 상징적 장소라며 한국 정부의 결정에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그레그 스칼라튜 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은 19일 ‘VOA’에 강제노동으로 대표되는 마식령 스키장에 한국 선수들을 보내는 것은 북한의 반인도적 범죄를 옹호하는 어리석은 짓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녹취: 스칼라튜 총장] “I have major concerns. First and foremost, Maskiryoung ski resort was built by forced labor. It was built by military labor.

마식령 스키장은 강제 노동, 특히 북한 군인들의 노동으로 건설됐기 때문에 국제 인권 기준에 심각하게 배치된다는 겁니다.

지난 2013년 9월 북한 마식령 스키장 건설에 동원된 노동자가 돌덩이를 나르고 있다.
지난 2013년 9월 북한 마식령 스키장 건설에 동원된 노동자가 돌덩이를 나르고 있다.

스칼라튜 총장은 국제노동기구(ILO)가 이런 방식의 노동을 강제 노동으로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마식령 스키장은 북한 주민들을 위해 써야 할 돈과 자원으로 세워졌고 무엇보다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COI)가 지적한 반인도적 범죄를 자행한 정권이 독재자의 치적을 선전하기 위해 세운 곳임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스칼라튜 총장은 과거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악명 높은 아파르트헤이트, 즉 흑백 분리 정책을 이유로 유엔이 남아공의 올림픽 출전을 금지한 결의안에 한국이 동참한 전례를 지적하며, 한국 정부가 반인도적 범죄에 균형적인 접근을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스칼라튜 총장은 특히 북한 정규군 창건일인 다음 달 8일 김정은 정권이 대규모 열병식을 준비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다며, 마식령 스키장에서 활강하는 한국 선수들의 모습은 “김정은의 업적을 우상화하는 데 이용될 우려가 크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칼라튜 총장] “North Korean regime will have a military parade on the day before the opening of the Olympic games…”

평창 올림픽 개막 하루 전에 이런 열병식을 개최하는 것은 9월의 북한 정권 수립 70주년 기념을 시작하는 전주곡이며 올림픽도 이런 선전에 활용될 수 있다는 겁니다.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의 필 로버트슨 아시아 부국장도 19일 ‘VOA’에 보낸 성명에서 북한에 만연된 심각한 강제 노동 실태를 볼 때 마식령 스키장도 예외가 아니라고 지적했습니다.

로버트슨 부국장은 “북한 내 크고 작은 사회 기반 건설 프로젝트에서 강제 노동이 정기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으며, 이는 어린이 노동 등 학생을 동원한 노동도 포함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마식령 스키장 건설에 (이런 현실과) 다른 어떤 게 있다면 정말 놀라운 일이 될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이어 휴먼라이츠워치가 북한 정부에 모든 형태의 강제 노동을 끝내고 북한 주민들의 노동권을 존중하는 첫 행보로 국제노동기구에 가입할 것을 반복적으로 압박했지만, 북한 정권은 지금까지 이를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앞서 올림픽 주관 방송사인 미 ‘NBC’ 방송은 지난해 1월 마식령 스키장 주변에서 어린이 강제노동이 이뤄지고 있다고 폭로했었습니다.

이 방송은 마식령 스키장으로 가는 도로에서 삽 등을 들고 제설 작업을 하는 주민들을 촬영한 사진과 동영상을 보도하며 수천 명의 주민들 가운데 일부는 11~12살로 보였다고 전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조이스 애널레이 전 영국 외교담당 차관은 재임 시절인 지난해 2월 의회 서면 답변에서 “마식령 스키장의 어린이 노동에 관한 보도들에 관해 잘 알고 있다”며 보도 내용은 깊은 우려 사안이라고 말했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영국에 본부를 둔 국제탈북민연대의 김주일 사무총장은 19일 ‘VOA’에 “김정은의 치적을 선전”하고 북한 주민들의 피땀으로 세워진 곳에서 한국 선수들이 훈련하는 것은 북한 주민을 우롱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김주일 사무총장] “저는 한국이 마식령에 스키 선수들을 보내는 것은 절대적으로 반대하고 저 뿐 아니라 주위 많은 탈북민 단체장들과 탈북민들도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김정은의 치적을 우상화에 이용하는, 또 국제사회가 우려하고 있는 마식령 스키장에 오히려 남한 선수들이 가서 북한 주민들의 피땀으로 세워진 그 땅을 밟으면서 훈련한다는 것은 저는 이치에 맞지 않고 오히려 북한 주민들을 우롱하는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김주일 총장은 한국 정부가 진정으로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싶다면 마식령이 아니라 많은 북한 선수들을 한국의 세계적인 스키장으로 초청해 한국의 풍요로운 발전상과 자유를 보여주는 게 훨씬 나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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