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 입니다. 지금 이 시각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예멘 내전의 중재자로 나섰던 알리 압둘라 살레 전 대통령이 반군에 살해됐습니다. 전염병과 식량부족까지 겹친 현지의 혼란이 더 악화될 전망입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달 중순으로 예정된 문재인 한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에 대해 기대를 나타냈습니다. 이어서, 미국이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정책과 안 맞는 국제이주협약에서 탈퇴한다는 소식, 함께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예멘의 전직 대통령이 살해됐다고요?
기자) 네. 내전이 계속되고 있는 예멘에서 얼마 전 휴전 중재에 나섰던 알리 압둘라 살레 전 대통령이 반군에 살해당했습니다. 터키 관영 아나돌루 통신은 어제(4일) “후티 반군이 살레를 처형했다”고 전했는데요. 반군 측은 자신들이 통제하는 ‘알마시라TV’ 등을 통해 “반역자의 수괴가 죽었다”고 밝히고, 살레 전 대통령의 시신을 트럭에 싣는 영상을 인터넷 사회연결망에 올렸습니다. 살레 전 대통령이 이끌어온 국민회의당(GPC)도 사망을 확인했습니다.
진행자) 반군이 이런 일을 감행한 이유는 뭔가요?
기자) 정부에 맞서 내전에 협력했던 살레 전 대통령이 배신했다는 게 이유입니다. 살레 전 대통령은 지난 2011년 중동에 민주화 요구 시위가 크게 퍼졌던 ‘아랍의 봄’ 와중에 33년 만에 자리에서 물러난 독재자인데요. 이후 들어선 압드라부 만수르 하디 정부에, 후티 반군과 손잡고 대항했습니다. 다시 권력을 잡으려던 겁니다. 그러다 살레 전 대통령과 반군의 관계가 조금씩 틀어졌는데요. 지난주 토요일(2일) 살레 전 대통령이 하디 정권을 지원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주도 연합군 측에 ‘휴전 중재’를 제안한 지 이틀 만에, ‘반역자’라며 살해한 겁니다.
진행자) 국제사회가 이번 사건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요?
기자) 네. 그렇잖아도 복잡한 내전이 더 혼란스럽게 될 것으로 국제사회가 우려하고 있습니다. 내전이 지속된 3년여 동안 예멘에선 8천600여 명이 폭격과 공습 등으로 숨졌습니다. 700만여 명은 굶어 죽을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올해 4월부터는 콜레라가 퍼지면서 90만여 명이 감염되기도 했는데요. 최근 살레 전 대통령이 휴전 중재에 나서면서 내전을 멈출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지만, 피살 사태로 상황이 완전히 바뀌어 버린 겁니다. 사건 전날인 일요일(3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성명을 통해 “예멘 국민은 이미 세계에서 가장 큰 인도주의적 위기에 휘말려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진행자) 세계에서 가장 큰 인도주의 위기가 벌어지고 있다는 예멘, 어떤 나라인가요?
기자) 아라비아반도 남쪽 끝에 있는 나라인데요. 2세기 그리스 지리학자 프톨레마이오스가 ‘축복받은 아라비아’라고 칭송했던 곳이 바로 예멘 일대입니다. 사막지대가 많은 중동이지만, 예멘은 바다에 가까워 원시림이 있고요, 인도양과 홍해를 끼고 있어 무역이 발달할 조건까지 갖췄습니다. 이 같은 훌륭한 자연 환경과 지리적 조건에도 불구하고 분쟁이 끊이지 않았는데요, 인구가 이슬람 수니파와 시아파로 절반 정도씩 나뉘었기 때문입니다. 어느 쪽에서 대통령이 나오든지 다른 종파를 억누르는 정책을 펼치면서, 이에 반발하는 상대방과 충돌이 계속됐습니다.
진행자) 종파 갈등 때문에 내전이 계속됐던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한반도처럼 남·북 예멘으로 분단된 시절도 있었는데요. 1990년 극적으로 통일했지만, 갈등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살레 정권이 무너진 이후, 시아파 후티 반군이 이란의 지원을 통해 2014년 수도 사나를 점령하고 수니파 하디 정부를 수도에서 쫓아냈고요. 이란의 영향력 확대를 우려한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듬해 연합군을 구성해 하디 정권을 적극 지원하면서 내전에 적극 개입하기 시작했습니다.
진행자) 반군과 정부에 이란과 사우디까지 얽힌, 굉장히 복잡한 내전이네요?
기자) 맞습니다. 내전 와중에 시아파 종주국 이란과 수니파 종주국 사우디의 대리전이 겹친 국제전으로 사태가 복잡하게 전개됐는데요. 수니파 과격단체 알카에다 추종세력까지 개입하면서 예멘은 사실상 삼등분된 상황입니다. 이렇게 세력과 세력이 얽히면서, 적과 시민을 구분하기 어려운 게릴라전 양상으로 내전이 발전해 해결 방법을 찾기 더욱 어려워졌습니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연합군은 후티 반군 점령 지역을 봉쇄하고 나섰지만, 민간인 피해가 늘고 있는 실정입니다.
진행자) 미국 정부 입장은 어떤가요?
기자) 미국은 그 동안 예멘 사태에 직접적으로 개입하지 않으면서, 당사자들끼리 평화적인 해결을 진행하도록 북돋아왔습니다. 대신 미군 병력이 알카에다 퇴치에 주력하면서 이 지역의 혼란을 줄일 수 있도록 도왔는데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과 영국 등 서방은 하디 정부를 지원하는 사우디에 무기를 판매하면서 간접적으로 후티 반군을 견제했습니다.
진행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한국과 스페인 대사 신임장을 제정했다고요?
기자) 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오늘(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한국과 스페인, 인도, 노르웨이, 포르투갈을 비롯한 11개 나라 신임 대사들의 신임장을 제정했습니다. 신임장 제정은, 주재국에서 외교사절을 공식적으로 받아들이는 절차인데요. 시 주석은 연설을 통해 “편하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정부가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대사들에게 밝히고 해당 국가와 중국의 관계가 역동적으로 발전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시 주석 연설, 더 들어보죠.
기자) 시진핑 주석은 오늘 대사들의 신임장을 제정한 각국과 정치적 신뢰를 더욱 강화하고, 실용주의적 협력을 촉진하는 한편, 국제 현안에서 더 깊이 협력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세계 평화와 안정, 공동번영을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당부했습니다. 이에 대사들은 19차 중국 공산당전국대표대회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시 주석 집권 2기가 출범한 것을 축하했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전했습니다.
진행자) 시 주석이 한국 대사에게 특별한 기대감을 표시했다고요?
기자) 네. 시 주석은 오늘(5일) 신임장 제정으로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할 노영민 한국 대사에게 “최근 중·한 관계가 양호하게 발전 중”이라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방문과 회담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문 대통령과 “회담을 통해 양국 공통 관심사에 대해 깊이 있는 의견을 교환하고 많은 공동 인식에 도달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언제 중국을 방문하나요?
기자) 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이달 중순 중국을 국빈 자격으로 방문합니다. 양국이 관계정상화 합의문을 발표한 지 한 달 반 여만에 두 정상이 만나게 되는 건데요. 주한미군 ‘사드’ 배치를 둘러싼 갈등을 뒤로 하기로 한 두 나라 관계가 앞으로 어떤 양상으로 진행될지, 시 주석과 문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 윤곽이 잡힐 것으로 한국 언론은 전망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주민에 관한 국제 협약'에서 탈퇴하기로 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주말 미국 정부가 '이주민에 관한 국제협약(Global Compact on Migration)'에 더 이상 참여하지 않는다고 유엔 측에 통보했습니다. 4일부터 멕시코 푸에르토 발라르타에서 전 세계 난민과 이주민들을 위한 인도적 전략 방안을 모색하는 국제회의가 열리고 있는데요. 회의 개막 몇 시간 전에 미국이 빠진다는 발표가 나오면서 사흘간의 회의 일정이 다소 맥이 빠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주민에 관한 국제협약(Global Compact on Migration)이란 게 뭔가요.
기자) 네, 지난 2016년 9월, 전 세계 193개국 대표들이 참석한 뉴욕 유엔 총회에서 나온 구속력 없는 국제협약입니다. 당시 각국 대표들은 다양한 이유로 전 세계에 흩어져 살고 있는 6천만 명에 달하는 난민과 이주민들의 재정착을 돕고, 교육과 일자리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협력하겠다는 선언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는데요. 이 '뉴욕선언'을 토대로 유엔난민기구(UNHCR)가 주도해 오는 2018년 공식 채택할 예정이었습니다.
진행자) 2016년 9월이라면 미국 대통령 선거가 있기 불과 두 달 전쯤이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바락 오바마 전임 행정부 때 미국도 이 협약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는데요. 하지만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의 난민· 이민 정책과는 맞지 않는다는 게 현 미국 정부 당국자들의 설명입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미국은 난민 문제와 관련해 국제적 협력을 지지하고 중시하지만, 그들을 안전하고 질서 있게, 법적으로 보호하는 것은 각 주권국가들에게 일차적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행정부 들어와, 미국이 국제 협약이나 국제기구에서 탈퇴하는 일이 또 있었죠?
기자) 네, 지난 8월 파리기후변화협약이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유엔에 공식 탈퇴를 통보했고요. 앞서도 말씀드린 것처럼, 지난 10월에는 반 이스라엘 편향성과 조직 개혁의 필요성 등을 들어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 탈퇴를 선언한 바 있습니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그러나 미국은 앞으로도 다방면에서 유엔과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틸러슨 장관은 이번 경우, 미국의 국경을 보호하고 미국의 이민법을 시행하는 데 있어 미국의 주권과 상치될 수도 있기 때문에, 단순히 선의로 이를 지지할 수만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유엔주재 미국 대표부도 뉴욕 선언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난민·이민 정책과 원칙에 일치하지 않는 조항들이 많이 담겨 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유엔주재 미국 대표부의 대표인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도 이와 관련해 무슨 발언을 했습니까?
기자) 니키 헤일리 대사는 성명에서, 미국은 이민의 유산과 전 지구촌 난민과 이민자들을 지원해온 지도력을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말했는데요. 헤일리 대사는 그러나 미국의 이민 정책에 관한 결정은 언제나 미국과 미국인들만이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헤일리 대사는 또 뉴욕 선언에 있는 국제적 접근은 미국의 주권과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미국 행정부 내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기자) 네,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제프 세션스 미 법무장관 등이 탈퇴를 강하게 지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의 외교전문지인 '포린폴리시(Foreign Policy)'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결정에 특히 영향을 미친 인물로 스티븐 밀러 백악관 정책 고문을 꼽았는데요. 올해 32세의 밀러 고문은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정책에서 꽤 입김이 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마지막으로 유엔 반응도 볼까요?
기자) 네, 유엔은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결정에 유감을 나타냈는데요. 하지만 미국이 다시 참여할 수 있는 시간이 아직 있다고 말했습니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4일 미국의 탈퇴 때문에 지난해 만장일치로 나온 뉴욕 선언의 성과가 훼손돼선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