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 입니다. 지금 이 시각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지난 9월 총선에서 승리한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연립정부 구성에 실패했습니다. 총리직까지 위태로워진 상황입니다. 중국이 ‘로힝야’ 난민 사태에 3단계 해법을 제안했고요. 유엔인권이사회가 일본 정부에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와 보상을 촉구한 이야기,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진행자) 독일의 정치상황에 세계의 관심이 몰리고 있군요?
기자) 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오늘(20일) 기자회견을 통해, 기독민주-기독사회당 연합과 자유민주당, 녹색당 간의 연립정부 구성 협상이 결렬됐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들 네 정당은 지난주 목요일(16일) 자정을 시한으로 4주동안이나 협상해왔는데요, 시한을 넘겨서 주말까지 추가 대화를 진행했지만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겁니다. 영국의 BBC방송을 비롯한 유럽 주요 언론은 메르켈 총리가 12년 재임 중 가장 큰 도전에 직면했다고 전하는 중입니다.
진행자) 먼저 연립정부가 뭔지 설명해주시죠.
기자) 독일이나 일본같이 의원내각제 통치 구조를 가진 나라에서 흔히 있는 일입니다. 내각제에서는 다수 정당 대표가 총리를 맡아 정부를 이끌기 때문에, 의회 내 과반 수 이상, 되도록 많은 의석을 가져야 안정적으로 국정을 꾸려나갈 수 있는데요. 총선 결과 제1당이 과반을 얻지 못했을 때, 비슷한 정강· 정책을 가진 정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합니다. 연정에 참여하는 정당은 일부 장관직을 할당받아서 내각에 참여하는 기회를 얻게 되는 거고요.
진행자) 총리를 내는 정당이,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 소수당과 힘을 합치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과 한국 같은 대통령 중심제 아래서는 여-야간 갈등이 있더라도, 정부의 임기가 보장되는데요. 내각제에서는 소수당이 연합해 총리를 불신임하거나, 총리가 이에 맞서 의회를 해산하면 선거를 다시 치러야 됩니다. 얼마 전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중의원을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실시한 게 단적인 예인데요. 근래 어느 나라에서건 한 정당에 표를 몰아주는 경우가 드물어서, 일본에서는 자민당과 공명당, 독일에서는 기민당과 기사당을 중심으로 줄곧 연립정부를 꾸려왔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이번에 독일에서 연립정부 구성에 실패한 이유는 뭔가요?
기자) 정책적으로 어느 정도 방향이 맞아야, 연정을 세울 수 있는 건데요. 난민문제와 환경 현안에서 4개 정당의 입장 차를 줄이지 못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시리아 등지 출신 난민들이 가족들을 독일로 불러 들이는 것, 또 전기자동차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화석연료 내연기관을 규제하는 문제에서 부딪혔는데요. 메르켈 총리가 주도하는 기민-기사 연합은 이런 문제들에 긍정적이지만, 상대적으로 ‘친기업’ 보수 성향인 자민당은 강하게 반대했습니다.
진행자) 연정 구성 실패로, 앞으로 독일 정부가 안정적으로 가긴 힘들텐데, 어떤 가능성들이 있나요?
기자) 먼저 이견이 큰 자민당을 배제하고, 기민-기사연합과 녹색당만으로 작은 연정을 꾸리는 방안이 있습니다. 녹색당은 기본적으로 환경정당이고, 여타 사회 현안에 진보적이어서 기민-기사 연합과 정책적으로는 잘 맞는데요. 이들 세 정당만으로는 여전히 과반수에 못 미치는 ‘소수 정부’가 될 수 밖에 없는 게 한계입니다. 2차대전 이후 독일에서 소수정부는 전례가 없습니다. 그래서, 제1야당인 사회민주당을 연정에 끌어들이는 방법도 있는데요, 사민당 측은 메르켈 총리와는 연정을 안한다는 입장을 굳힌 상태입니다.
진행자) 이도 저도 어렵다면, 선거를 다시 치러야 하는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연정구성에 실패하면, 기민-기사 연합만으로 정부를 이끌어 나가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메르켈 총리가 재선거를 결단하는 길이 남아있는데요. 선거를 다시 하면 지금과 또 다른 정치 환경이 만들어질 가능성 때문에 메르켈 총리 측이 고심하고 있는 걸로 보도됐습니다.
진행자) 지금과 다른 정치환경이란 건 어떤 건가요?
기자) 극우정당이 의회내 세력을 넓힐 가능성이 높습니다. 최근 독일에서 메르켈 총리와 집권당 지지도는 하락세인 반면, 극우 정파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 ·대안당)’의 인기는 오르는 중인데요. 특히 대안당은 지난 9월 총선에서, 나치당 이후 처음으로 극우정당으로 원내에 진출한 것은 물론이고, 제3당이 되는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지금 선거를 다시 하면, 대안당이 그 이상의 성과를 거둘 것으로 현지 언론이 전망하는 중입니다.
진행자) 독일 집권세력이 곤경에 처한 상황이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독일 신문 ‘빌트’는 이번 연정 협상 결렬을 계기로, 지난 총선에 승리하며 4선 16년 재임을 예고한 메르켈 총리의 직위도 위태로워졌다고 해설했는데요. ‘디벨트’신문이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약 60%가 연정협상에 최종 실패하면 메르켈 총리가 사임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진행자) 중국 정부가 ‘로힝야’ 난민 사태에 적극적으로 나섰다고요?
기자) 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어제(19일) 미얀마를 방문했습니다. 왕 부장은 미얀마 정부를 실질적으로 이끄는 아웅산 수치 외무장관 겸 국가자문역과 회담하고, 틴 초 대통령,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군 최고사령관을 이어서 만났는데요. 현안 논의 후 기자회견을 통해 ‘로힝야’ 난민 사태에 대한 3단계 해법을 제안했습니다.
진행자) 3단계 해법, 어떤 내용인가요?
기자) 1단계는 ‘평화 회복’입니다. 왕 부장은 “(미얀마 군과 로힝야 무장세력이) 상호 폭력행위를 중단하고 질서를 먼저 회복해야한다”고 밝혔는데요, 그 다음 2단계로는 “미얀마 당국과 방글라데시 정부가 평등하게 협의해 난민 문제를 푸는 것”을 요구했습니다. 방글라데시 국경을 넘어간 60만명 넘는 로힝야 난민들이 미얀마로 다시 돌아가는 길을 양국이 함께 모색해야한다는 겁니다. 마지막 3단계로 로힝야족 집단 거주지인 미얀마 라카인주 일대를 국제사회의 도움으로 개발해야한다고 왕 부장은 촉구하면서, “중국은 도움을 주고 역할을 할 용의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로힝야 사태에 대한 미국 정부의 입장은 어떤가요?
기자)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지난주 미얀마를 먼저 방문했는데요. 중국이 제시한 안과 비슷한 얘기를 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틸러슨 장관은 군이 로힝야족에 자행한 폭력행위를 규탄하면서, 중립적인 조사를 실시할 것은 미얀마 당국에 요구했습니다. 또 방글라데시에 있는 로힝야 난민이 집으로 돌아가는 과정과, 이후 라카인주 재건사업 등에 추가로 4천700만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로힝야 난민 사태, 어떤 상황인지 정리해보죠.
기자) 미얀마 군이 서쪽 라카인주에 모여 사는 이슬람계 소수민족 로힝야 주민들을 상대로 지난 8월 25일부터 살인과 성폭행, 방화 등 ‘인종청소’ 행위를 하고 있다는 논란이 핵심입니다. 이 때문에 유엔이 긴급회의를 소집하기도 했는데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60만명이 넘는 로힝야 난민이 라카인주와 접한 방글라데시 국경을 넘어 피난했습니다. 방글라데시 당국이 난민 수용에 난색을 보이면서, 인도까지 간 사람도 상당수에 이르는데요. 국제사회가 미얀마 당국에 책임을 요구하면서 적극적인 사태 수습을 요구하고 있지만, 별다른 진전이 없는 형편입니다.
진행자) 미얀마 정부가 책임있는 자세를 보이지 않은 배경은 뭔가요?
기자) 미얀마 정부는 이번 사태가 로힝야 무장세력이 라카인 주 경찰관서 등을 공격하면서 시작됐다고 책임을 돌리고 있습니다. 군은 테러분자 소탕에 나섰을 뿐이라는 건데요. 외신들이 현지 상황을 부풀려 보도하면서 ‘가짜 뉴스’를 생산하고 있다고 아웅산 수치 국가자문역이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중국 정부는 미얀마 당국의 이런 태도를 사실상 거들어왔는데요. 지난 6일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로힝야족 대상 폭력사태 관련 결의안을 채택할 예정이었다가 중국의 반대로 무산됐고요, 이어서 16일 유엔총회 인권위원회에서 이슬람협력기구(OIC)가 발의한 결의안 표결에도 중국은 불참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 보겠습니다. 유엔인권이사회가 일본의 인권상황에 대한 권고안을 내놨네요.
기자) 네, 유엔인권이사회는 모든 유엔회원국에 대해 4~5년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돌아가며 각국의 인권 상황을 평가하고 권고안을 발표하고 있는데요. 지난 16일, 일본의 인권 상황에 대한 총 218개 항목의 권고안을 발표했습니다. 이 권고안은 구속력을 갖고 있진 않지만, 100여 개 회원국이 동참하고 있어 국제사회의 뜻을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일본 정부가 이 권고안을 수락하면 내년 3월경 열리는 총회에서 최종 권고가 채택될 예정입니다.
진행자) 어떤 것들이 권고안에 들어있습니까?
기자) 네, 중요한 몇 가지만 살펴보면요. 우선 한국, 중국 등 주변국들과 갈등을 겪고 있는 위안부 문제에 대한 권고가 포함됐습니다. 위안부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여러 아시아 국가들에서 일본군을 성적으로 상대하기 위해 강제 동원됐던 여성들을 말하는데요. 유엔인권이사회는 이 권고안에서 일본 정부에 대해 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공정하고 정확한(fair and accurate)' 역사 교육을 가르치고 희생자들에게 사과와 보상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진행자) 또 어떤 주목할 만한 권고가 있습니까?
기자) 네, 언론의 자유에 대한 부분도 다루고 있는데요. 정치적 중립을 위반하는 방송사에 대해 정부가 방송을 중단시킬 수 있는 권한을 주고 있는 현 방송법의 개정을 권고하는 등, 언론의 자유를 더욱 보호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지난 2014년 발효된 '특정비밀보호법'으로 인해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고 있다는 비판을 이미 여러 차례 받아왔습니다.
진행자) 사형제도와 관련한 권고도 있다고요.
기자) 네, 일본 정부에 사형제도를 폐지하거나 또는 집행을 중단하라고 권고하고 있는데요. 사형제 폐지는 전 세계적인 추세기도 하지만 특히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의 의견이 많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피해를 당한 후쿠시마 원전 피해자들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도 촉구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런 권고안에 대해 일본 정부는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기자) 일본 대표로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인권이사회 실무회의에 참석한 오카무라 요시후미 인권 대사는 권고안 내용과 관련해 개인적으로 부끄러워할만 한 건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도 17일, 현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보통 권고안은 일부 몇몇 나라, 지역의 발언과 권고들을 적어놓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일단은 이 잠정 권고안을 면밀히 검토하고 적절한 방안으로 대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도 어떤 말을 했습니까?
기자) 네, 스가 장관은 지난 2015년 박근혜 전 한국 정부와 최종적이고 돌이킬 수 없는 역사적 합의를 이룩했다고 강조했는데요. 하지만 현재 한국 시민 사회는 적절한 사과와 보상 없는 졸속 합의로, 민의가 반영되지 않은 것이라며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고요. 한국 새 정부도 위안부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는 입장입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