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 입니다. 지금 이 시각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오늘(9일) 베이징에서 회담을 통해 북한 핵 문제를 비롯한 한반도 현안에 소통을 강화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양국은 총 2천500억 달러가 넘는 경제협력 사업 계약도 체결했습니다. 미국 정부가 쿠바에 대해 새로운 제재를 단행했고요,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대해 솔직하게 문제 제기하겠다고 밝힌 소식, 함께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했군요?
기자) 네. 중국 방문 이틀째를 맞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늘(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회담했습니다. 북한 핵 문제와 미-중 통상 불균형, 두 가지가 핵심 의제였는데요. 먼저 북핵과 관련해서는 “우리의 공통된 약속, 즉 한반도 비핵화 실현에 대한 약속을 논의했고 과거의 전철을 밟지 않기로 했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직후 공동기자회견에서 밝혔습니다.
진행자)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해 과거의 전철을 밟지 않는다, 무슨 뜻인가요?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미국 행정부가 ‘전략적 인내’ 정책을 통해 아무것도 하지 않은 탓에 북핵 문제가 악화됐다고 비판해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이 유엔 대북 결의를 준수하지 않은 점도 지적했는데요. 오늘(9일) 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모든 대북 결의를 전면적으로 실천하는 데 (시 주석과) 동의했고 (북한이) 경솔하고 위험한 행동을 포기할 때까지 경제적 압박을 가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서 “모든 나라가 금융 분야에서 북한과의 관계를 끊길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시 주석은 뭐라고 했습니까?
기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미국과의 소통을 강조했습니다.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적한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준수를 강조하면서 “대화를 통해 한반도 문제의 평화로운 해결을 견지하고, 한반도 문제에 대한 소통과 협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를 전면적으로 실천하고, 미-중 간 소통을 강화한다는 거군요. 통상 문제에 대해서는 어떤 이야기가 나왔습니까?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회견에서 “미-중 무역 관계가 매우 일방적이고 불공정하다”고 기존의 문제 의식을 다시 한번 드러냈습니다. 하지만 오늘(9일)은 중국을 직접적으로 비판하지는 않았는데요. “나는 중국을 탓하지 않는다. 국익을 챙기는 나라를 누가 책망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하면서, “중국을 매우 신뢰한다”고 말했습니다. 그 동안 중국 기업들이 미국 내 일자리를 빼앗아가고 있다거나, 중국을 환율조작국이라고 비판해온 데서 어조가 크게 달라진 겁니다.
진행자) 통상 문제와 관련해, 중국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어조가 달라진 이유가 뭘까요?
기자) 오늘(9일) 정상회담과 동시에 중국 측이 2천500억 달러 규모 경제협력사업을 미국에 제공했습니다. 이 일과 연결 지어서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국 비판 수위가 낮아진 것이라는 시각이 많은데요. 이번 계약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중국 방문 최대 성과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있습니다.
진행자) 2천500억 달러가 넘는 규모의 사업 계약, 어떤 내용인지 들여다보죠.
기자) 양국 정상회담과 함께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진행된 ‘미-중 기업가 대화회의’에서 중국 국영기업들이 미국에 거액을 투자하고, 미국 기업들은 중국으로부터 대규모 주문을 받는 계약을 잇따라 체결했습니다. 오늘(9일) 계약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건, 중국은행과 중국석유가스천연공사, 중국화공집단공사가 공동으로 미국 알래스카주 천연가스 개발에 430억 달러를 투자하는 사업입니다.
진행자) 그 밖에 어떤 사업들에 합의했나요?
기자) 중국투자공사가 미국 ‘골드만삭스’ 투자은행과 함께 50억 달러 펀드를 조성해 미국 제조업 육성에 투입하기로 했고요. 미국 항공우주기업 ‘보잉’사는 중국 항천과기집단공사로부터 항공기 300대를 주문 받았습니다. 금액으로는 370억 달러 규모인데요. 제너럴 일렉트릭(GE)도 항공기 엔진 등 관련 부품 35억 달러를 수주했습니다.
진행자) 시 주석이 앞으로 더 많은 경제협력을 약속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시 주석은 오늘(9일) 계약 체결 현장에서 “미국으로부터 에너지와 농산물, 영화 수입을 늘리겠다”고 밝히고 “양국 경제협력의 잠재력은 거대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중산 중국 상무부장은 오늘 계약이 미국과의 경제협력 사상 최대 규모이고, "세계 경협 역사에서도 신기록"이라고 말했는데요. 앞서 말씀 드린 사업계약 외에, 중국 이동통신기기 제조회사인 샤오미와 오포, 비보가 미국 반도체회사 퀄컴으로부터 120억 달러 어치 반도체를 사들인다고 미 국무부가 밝혔고요, 알리바바에 이어 중국 2위 전자상거래 업체인 징둥닷컴이 앞으로 3년동안 미국산 소고기를 비롯한 식료품 20억 달러 어치를 수입할 계획입니다.
진행자) 하지만 이번 사업 계약에 대해 비판도 나오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 언론의 비판은 크게 두 갈래인데요. 트럼프 행정부가 그 동안 꾸준히 지적해온 양국 무역 불균형, 그러니까 미국이 중국과의 거래에서 보는 과도한 적자를 해소할 근본적인 방안은 논의하지 못한 채, 일시적인 사업 계약들만 얻어냈다는 게 하나고요. 또 다른 비판은, 이런 일시적인 사업 계약들조차 기존에 다 나왔던 이야기들이라는 겁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새로울 게 없다는 거군요.
기자) 네. 중국으로부터 430억 달러 투자를 유치한 알래스카 천연가스 개발 사업만 해도, 오래 전에 이미 구체화됐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4월 플로리다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첫 회담 후 귀국길에 알래스카에 들러 빌 워커 주지사와 만나면서 예정됐던 내용인데요. 소고기 수입 계약도 지난 6월 중국 당국이 14년만에 미국산 수입 재개를 발표했을 때 나왔던 이야기입니다. 여기에 더해, 오늘(9일) 인민대회당에서 진행된 계약 체결의 효용성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는데요. 미-중 양측이 서명한 문서가 ‘양해각서(MOU)’들이어서, 실제로 사업이 집행되지 않더라도 제재할 법적 구속력이 없는 게 문제로 꼽히고 있습니다.
진행자) 미국 정부가 쿠바에 대한 새로운 제재를 발표했군요.
기자) 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8일 쿠바 군부와 정보당국, 보안 기관 등과 연계된 기업과 미국인의 거래를 금지하고, 미국인의 쿠바 개별여행을 제한하는 제재를 발표했습니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미국의 경제활동이 쿠바 군부에 혜택을 주는 것을 막고 쿠바 정부가 자국민에게 더욱 큰 정치·경제적 자유를 주는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미국의 대쿠바 정책을 강화했다고 이번 조치의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구체적으로 어떤 제재들인지 살펴볼까요
기자) 네, 가장 큰 변화는 미국인들의 개별 여행을 제한한 겁니다. 전임 바락 오바마 행정부 때는 쿠바 여행을 원하는 미국인은 직접 온라인으로 비행기를 예약하고 미국 공항에서 '민간교류 비자'를 발급받으면 됐는데요. 앞으로는 이 민간교류 비자 발급이 대폭 제한됐습니다.
진행자) 사실 그동안 많은 미국인이 민간교류 방문 비자를 통해 쿠바를 방문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전임 바락 오바마 행정부는 교육 활동의 일환으로 '민간교류 방문(people to people travel)'을 허용해 지난 몇 년간 이를 통해 많은 미국인이 쿠바를 쉽게 방문할 수 있었는데요. 하지만 앞으로는 허가받은 미국 기관이 조직하는 교육목적의 단체여행의 일원으로서만 쿠바를 방문할 수 있게 됐고요. 또 반드시 쿠바의 국민에게 이로운 활동을 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안내자가 동반해야 합니다.
진행자) 미국인들의 대쿠바 사업 거래도 대폭 제한된다고요.
기자) 네, 미국 국무부가 쿠바 군부와 정보기관, 보안당국 등을 위해 일하는 기관 또는 이들과 관련된 개인 명단을 발표하고 이들과의 거래를 금지했는데요. 국무부가 정한 명단에는 쿠바의 여행부문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는 쿠바 당국과 연계된 주요 5개 기업이 포함됐고요. 또 쿠바 군부가 소유하고 있는 수십 개의 호텔과 정박 시설, 관광업체와 상점, 럼주 증류 공장 등도 포함돼 있습니다.
진행자) 이번 조치는 지난 6월 트럼프 대통령이 새 쿠바 정책에 서명하면서 이미 예고된 거였죠?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과 쿠바는 바락 오바마 대통령 재임 시절이었던 지난 2015년 7월 쿠바 수도 아바나에 미국 대사관을 다시 개설하면서 역사적 해빙 관계에 들어갔는데요.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쿠바의 인권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있으며, 오바마 행정부의 쿠바 제재 완화 조치가 쿠바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고 쿠바 정권만 부유하게 만들었다고 줄곧 비판해왔고요. 지난 6월에는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를 방문한 자리에서 쿠바와의 국교 정상화 협상을 취소하고 금융거래와 개별여행 제한 등 일부 조치를 복원하겠다고 공식 선언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남중국해 분쟁에 대해 직접 문제 제기를 한다고요?
기자) 네. 현지시간으로 내일(10일)부터 이틀 동안 베트남 다낭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데요.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중국 방문 일정을 마치고 현지로 이동하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문재인 한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등 역내 주요국가 정상들이 한 자리에 모입니다. 각국 정상 간 개별 회담도 예정돼 있는데요.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에서 남중국해 현안에 대해 직접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겠다고 밝혀 주목받고 있습니다.
진행자) 두테르테 대통령의 계획, 구체적으로 들어보죠.
기자)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어제(8일) 베트남으로 출국에 앞서 공항에서 기자회견을 했는데요. 시 주석과의 회담에서 기대하는 바에 대한 대한 질문이 나왔습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시 주석이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아세안) 회원국들에게 무얼 원하는 지 밝혀야 될 때”라고 답했는데요. 구체적으로, 남중국해 항행로를 중국이 통제하겠다는 건지, 아니면 이웃 나라들이 항행의 자유를 갖는 건지 명확해져야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두테르테 대통령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도 만날 예정이죠?
기자) 네. 트럼프 대통령이 베트남 일정을 마친 뒤, 오는 일요일(12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아세안 창설 50주년 기념 만찬에 참석하고, 다음 날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과 회담할 계획인데요. 어제(8일) 두테르테 대통령 회견에서 미국과의 정상회담에서는 무얼 기대하는지, 질문도 나왔습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내버려두라고 할 것”이라며 “우리나라(필리핀)를 돌보는 것은 당신의 일이 아니라 내 일이라고 말해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미국 정부가 필리핀 인권 문제를 꾸준히 지적해온 데 대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 겁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