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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은 지금] 중국, 북한 근로자 ‘취업비자’ 발급도 중단


지난 2월 중국 베이징의 북한 직영 식당 '해당화'에서 종업원이 바닥을 청소하고 있다. (자료사진)
지난 2월 중국 베이징의 북한 직영 식당 '해당화'에서 종업원이 바닥을 청소하고 있다. (자료사진)

북한 내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평양은 지금’ 시간입니다. 중국이 자국 내 북한 기업에 대해 폐쇄 명령을 내렸습니다. 이로써 ‘옥류관’과 ‘해당화’ 같은 중국 내 북한식당이 문을 닫고, 중국 의류업체에서 일하던 수 만 명이 북한으로 돌아가게 됐습니다. 중국은 북한 근로자에 내주던 취업비자 발급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중국이 자국 내 북한 기업들에 120일 내에 폐쇄할 것을 통보했습니다. 중국 상무부는 최근 인터넷 공고를 통해 자국 내 북-중 합작기업과 합자기업 등에 대해 내년 1월9일까지 모두 문을 닫으라고 명령했습니다.

이번 조치로 직격탄을 맞은 건 북한 식당들입니다. 베이징과 단둥에서는 ‘옥류관’과 ’해당화,’ ‘송도원’ 등 북한의 유명 식당들이 중국과 합자 또는 합작 형태로 운영돼 왔는데 문을 닫게 된 겁니다.

최근 단둥을 방문한 한국수출입은행 북한동북아연구센터 정은이 책임연구원은 북한 식당들이 철수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정은이] ”중국 내 북한 식당들은 종업원이 8-10명 단둥은 20명 정도고, 대개 합자, 합자로 운영되는데 이윤의 6대 4, 중국이 6을 가져가고 북한이 4를 가져가는데, 그런데 120일 이라는 시간을 줬기 때문에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 동남아시아 등 12개 나라에서 130여개의 식당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 중 90%가 중국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중국 내 북한식당에는 북한 출신 종업원 2천여명이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중에는 음식을 만드는 요리사와 음식을 나르면서 중간중간 노래와 춤을 추는 여종업원들이 포함돼 있습니다.

이들은 대개 3년 계약으로 중국에 나와 지정된 숙소에서 머물면서 단체생활을 해왔는데 이번 조치로 일자리를 잃게 됐다고 탈북자 출신인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말했습니다.

[녹취: 안찬일] ”이렇게 날짜를 딱 정해서 철수하라고 하니까, 이건 중국 당국의 명령이니까, 중국 땅에서 돈을 벌다가 돌아갈 수밖에 없는데, 중국이 유엔 제제에 동참하기 위해 결단한 것인데, 북한 식당이나 종업원들에게는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해외 식당 운영을 통해 연간 1천만 달러 상당의 외화를 벌어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북-중 섬유, 의류 무역의 70%가 이뤄지고 있는 중국 랴오닝 성과 지린 성에 있는 합작기업들도 된서리를 맞게 됐습니다. 그동안 수 만 명의 북한 여성 근로자들이 단둥과 훈춘에 있는 섬유단지에서 일해왔는데, 이 역시 계속하기가 어려워진 겁니다.

한국수출입은행 북한동북아연구센터 정은이 책임연구원은 중국 당국이 북한 근로자에 대한 취업비자 발급을 중단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정은이] ”임가공 같은 경우는 단순 노동자이기 때문에 E비자, 일종의 연수비자를 받고 오는데요, 최장 3년을 중국에 머물 수 있는데, 1년 전에 새로 생긴 비자인데, 그런데 제재가 있는 이후에 중국 정부가 E비자를 내주기 않겠다는 방침을 정했습니다.”

중국 중앙정부의 기업폐쇄 명령이 이행될 경우 단둥에 있는 2백여 개 북-중 합작기업은 내년 1월9일까지 문을 닫아야 합니다. 또 섬유, 의류업체에서 일하던 2만여 명의 북한 종업원도 북한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그러나 단둥에서 현지 기업인들과 접촉한 정은이 책임연구원은 아직 ‘눈에 띄는 동요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정은이] ”앞으로 120일 이후의 일이기 때문에, 또 임가공 같은 경우는 12월부터 4월까지는 일이 많지 않은 기간이기 때문에 관망하면서 중국 정부의 움직임을 봐야겠다고 대북 사업가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섬유와 의류는 북한의 최대 수출 품목으로 지난해 북한은 전체 수출의 25.8%인 7억3천만 달러 상당의 제품을 수출했습니다.

세계북한연구센터 안찬일 소장은 중국의 대북 제재와 압박이 거세질 경우 북한이 강하게 반발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안찬일] ”북-중 관계가 악화되면 북한은 중국 언론이나 정부를 겨냥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조선중앙통신등을 통해 내보내곤 했는데, 아직 120일 기업 철수에 대해서는 북한이 꼭 짚어서 말하지는 않지만 중국의 요구가 눈앞에 다가오면 중국을 겨냥해 포문을 열지 않을까.”

중국 정부의 이번 북한 기업 폐쇄 명령을 ‘실효가 없는 상징적 조치’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인 래리 닉시 전략국제문제연구소 (CSIS) 연구위원은 120일이라는 여유 시간을 주면서 북한 기업 폐쇄를 명령한 것은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닉시] ”Four months of delay…"

닉시 연구위원은 제재 대상 업체들이 앞으로 넉 달 동안 이런저런 방법으로 중국 정부의 기업폐쇄 조치를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최원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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