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지금 이 시각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참관한 가운데, 프랑스대혁명 기념일 군사 퍼레이드(열병식)가 오늘(14일) 파리 시내에서 거행됐습니다. 미군의 제1차 세계대전 참전 100주년을 함께 기념하는 행사였는데요. 자세한 소식 살펴보겠습니다. 홍콩에서 민주화운동가 출신 입법회 의원 4명이 한꺼번에 직위를 박탈당했고요. 이어서,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중국의 대표적 반체제인사 류샤오보가 결국 사망한 소식, 함께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프랑스 파리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함께 열병식을 참관했다고요?
기자) 네. 1박2일 일정으로 프랑스 파리를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늘(14일) 샹젤리제 거리에서 진행된 프랑스 대혁명 기념일 군사 퍼레이드(열병식)을 참관했습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후속 행사가 진행중인데요. 프랑스군 통수권자인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무개차에 탑승해서 기마병들의 호위를 받으며 장병들을 이끌었고요, 이어 내빈석에 도착한 트럼프 대통령을 맞은 뒤 나란히 자리에 앉아 행사를 지켜봤습니다.
진행자) 파리에서 대규모 열병식이 열린 이유는 뭔가요?
기자) 오늘, 7월 14일을 프랑스에서는 ‘바스티유의 날’이라고 부르는데요. 프랑스 민중이 왕정을 무너뜨린 날이어서, '혁명 기념일' 혹은 '독립 기념일'로도 통용됩니다. 올해로 228주년인데요. 루이 16세 국왕의 폭정에 분노한 파리 시민들이 1789년 7월 14일 바스티유 감옥을 습격해 프랑스 대혁명의 계기가 된 것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매년 파리에서 군사 퍼레이드를 중심으로 다양한 기념행사가 열리고요. 이 행사에는 유럽은 물론, 세계 각국의 관심이 쏠립니다. 특히 ‘바스티유의 날’ 군사 퍼레이드는 유럽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열병행사입니다.
진행자) 그런데 올해 행사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고요?
기자) 네. 올해는 미국이 프랑스의 동맹으로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지 100년입니다. 이 같은 미국과 프랑스의 오랜 군사동맹 전통을 되새기는 뜻에서,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기념행사 현장에 초청한 것이고요. 퍼레이드에는 미 육·해·공군과 해병대 장병 200여 명이 동참했습니다.
진행자) 미군이 ‘바스티유의 날’ 퍼레이드에 참가한 게 처음이라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군 장병 200여명은 오늘 퍼레이드 선두에 서서 행렬을 이끌었는데요. 기수들은 1차대전 참전 당시의 전투복과 단독군장을 갖춰 눈길을 끌었습니다. 샹젤리제 거리에 모인 파리 시민들은 박수로 미군 장병들을 환영했습니다. 미 유럽사령부 수송연대 소속 앙헬 퀴로가 하사는 열병식 직전, 저희 VOA와의 통화에서 “대혁명 퍼레이드 동참은 미국과 프랑스의 군사동맹 역사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습니다. 미군 장병들이 내빈석 앞을 지나갈 때 트럼프 대통령은 일어서서 거수 경례로 이들을 맞았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이 프랑스와의 군사동맹을 확인하는 행사를 참관했는데, 그 밖에 현지에서 어떤 일정을 진행했나요?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어제(13일) 파리에 도착한 직후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었습니다. 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이란, 시리아 같은 적대적 정권”의 위협에 세계가 함께 맞서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프랑스와 안보협력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시리아 내전 이후 상황을 이끌어나갈 ‘전후 로드맵’을 미국과 함께 만들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대테러 협력을 위해 극단주의 조직들의 사이버(컴퓨터 가상공간) 선전·선동 활동에 관한 정보 공유 범위를 늘려나가기로 두 정상이 합의했습니다.
진행자) 안보 분야에서 미국과 프랑스가 협력 강화에 합의했군요. 무역과 기후변화 같은 다른 의제도 있었죠?
기자) 네. 무역 부문에서는 “공정하고 균형잡힌 무역 환경을 조성해나가는데 프랑스를 포함한 유럽연합(EU)과 미국이 공동 노력을 기울이기로 뜻을 모았다”고 마크롱 대통령이 설명했고요. 기후변화 문제와 관련, 지난달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를 선언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13일) 회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며 입장 변화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환경보호의 선구적 역할을 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무역과 기후변화 문제에서 두 나라가 추구하는 방향이 달랐는데, 정상회담을 통해 어느 정도 서로 이해한 모양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제(13일) 회견 말미에 미국과 프랑스와의 특별한 우정을 강조하기도 했는데요. 미국 독립전쟁 당시 프랑스가 영국에 맞서 미국을 지원한 역사적 사실을 언급하면서, "두 나라의 우정은 깨질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대선 과정에서 프랑스의 포용적 이민· 난민정책 등을 강하게 비판했기 때문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전격 파리 방문 일정을 확정했을 때, 주요 외신들은 두 정상이 어떤 사안에 뜻을 모을지 미지수라고 전망했는데요. 안보와 군사동맹에서는 확고한 연대를 확인하고, 이견이 컸던 무역과 기후변화 현안에서도 서로 이해한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파리 방문 성과로 꼽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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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홍콩 입법회의원 4명이 한꺼번에 자격을 박탈당했다고요?
기자) 네. 홍콩고등법원이 오늘(14일) 네이선 로 데모시스토당 주석과 렁쿽훙 사회민주연선 주석, 그리고 에드워드 이우, 라우 시우라이 등 입법회 의원 4명의 의원 자격을 박탈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이들은 모두 민주화운동을 이끌었다가 지난해 9월 선거에서 당선돼 입법회에 진출한 사람들인데요. 특히 네이선 로 데모시스토당 주석은 지난 2014년 홍콩 주요지점에서 진행된 ‘우산혁명’ 지도자로 서방사회에도 잘 알려진 인물입니다.
진행자) 민주화운동 지도자들이 의원직을 잃은 이유는 뭔가요?
기자) 홍콩에서 새로운 의회가 출범한 지난해 10월 12일 선서식에서 소동이 있었습니다. 독립주의자와 민주화운동 진영 출신 의원들이 ‘홍콩은 중국이 아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몸에 두르고, 중국을 비하하는 호칭인 ‘지나’라고 중국 정부를 일컬은 뒤 거친 욕설을 내뱉기도 했는데요. 이 와중에 ‘친 중국파’ 의원들과 민주파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졌습니다. 이후 입법회 당국은 홍콩 고등법원에 해당 의원들의 의원 자격 심사를 의뢰했고요, 오늘(14일) 확정 판결이 나온 겁니다. 또 다른 민주파 진영 인사들인 바지오렁, 야우와이칭 전 의원 등 2명도 지난해 11월 같은 이유로 의원직을 잃었습니다.
진행자) 선서식에서 소동을 일으킨 것 때문에 의원 자격이 없다는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선서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직무를 수행할 자격이 없는 것으로 법원이 판결 이유를 설명했는데요. 이런 판결 근거를 이미 중국 정부가 제시한 일이 있어서, 홍콩의 독립적인 체재를 보장한다는 ‘일국양제’ 원칙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중국 정부가 앞서 판결 근거를 법원에 제시했다고요?
기자) 네. 중국 전국인민대표자회의 상무위원회는 입법회 당국이 이들 민주파 의원들의 자격심사를 법원에 의뢰한 직후, 지난달 11일 홍콩 행정장관, 행정회의 구성원, 입법회 의원, 법관 등 주요 공직자는 임용될 때 헌법 격인 ‘홍콩기본법’ 104조를 수호할 것을 선서해야 한다는 유권 해석을 만장일치로 채택했습니다. 민주파 의원들이 소동을 일으키느라 선서를 제대로 안 했기 때문에 취임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법원에 전달한 겁니다.
진행자) 이번 일로 홍콩 입법회 세력 구도가 바뀌게 됐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해 9월 선거에서 민주파 진영은 의결권에 필요한 과반 의석수를 확보하면서 홍콩 정계에 변화를 예고했는데요. 지난해 11월에 2명, 이번에 4명이 연이어 의원직을 잃으면서, 입법회 전체 지역구 의석 35석 가운데 민주파는 14석으로 줄었습니다. 이에 따라, 16석을 유지하고 있는 ‘친중국파’를 견제할 수단을 잃은 것으로 홍콩 현지언론은 설명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홍콩 시민들은 이번 판결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요?
기자) 홍콩이 중국으로부터 독립하는 것을 지지하거나, 행정장관 완전 직선제 선출을 포함한 민주화를 원하는 시민들은 이번 조치에 크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시민사회 주요 단체들은 오늘(14일) 홍콩 시내 중심가 공민광장에서 중국 정부의 사법권 침해를 규탄하는 시위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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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중국의 인권운동가, 류샤오보 씨가 끝내 사망했군요.
기자) 네, 중국의 인권 운동가 류샤오보 씨가 목요일(13일) 향년 61세를 일기로 사망했습니다. 그동안 류샤오보 씨의 신병을 관장해왔던 중국 랴오닝 성 선양시 사법당국은 이날 인터넷 웹사이트에 올린 공지문에서 간략하게 류샤오보 씨가 장기 기능이 급속히 저하돼 13일 오후 사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류샤오보 씨는 최근 간암 말기 진단을 받고 가석방된 후 치료를 받아왔는데요. 이로써 1938년 나치 독일 치하에서 복역 중 사망한 독일의 반전 평화운동가, 카를 폰 오시에츠키 이후 복역 중 사망한 첫 번째 노벨 평화상 수상자가 됐습니다.
진행자) 류샤오보 씨는 중국의 유명한 반체제 인사로 국제 사회에서도 잘 알려진 인물이죠?
기자) 맞습니다. 류샤오보 씨는 1989년 중국에서 있었던 대규모 민주화 운동, 톈안먼 민주화 운동을 주도한 인물 중 한 명인데요. 텐안먼 민주화 운동이 일어났을 당시 류샤오보 씨는 미국 컬럼비아대학에 방문학자로 체류하고 있었습니다. 류 씨는 중국에서 민주화 운동이 일어났다는 소식에 급히 귀국해 그때부터 민주화 운동에 앞장섰는데요. 하지만 중국의 민주화를 요구하는 이른바 `08헌장' 작성을 도운 혐의로 체포됐고요. 2009년에 ‘국가정권 전복선동죄’로 11년형을 선고 받고 수감 생활을 했습니다. 류샤오보 씨가 국제적 관심을 받게 된 건 이듬해 중국의 민주화와 인권향상을 위한 비폭력 투쟁을 이끈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받으면서였는데요. 국제 사회는 꾸준히 류샤오보 씨의 석방을 요구했지만 중국 정부는 이를 일축해왔습니다.
진행자) 중국 정부가 류샤오보 씨를 가석방한 건 류 씨가 간암 말기 진단을 받은 후였는데요. 국제사회는 그간 류 씨가 외국에 나가서 치료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라고 중국 측에 촉구해왔죠?
기자) 맞습니다. 류샤오보 씨 역시 해외에서 치료받기를 희망했고, 독일과 미국 등 그를 받아들이겠다는 나라들도 있었는데요. 하지만 이달 초, 중국 의료진은 류샤오보 씨가 치료를 위해 해외 여행을 할 수 있을 만큼 건강하지 못하다고 반대했습니다. 이 때문에 미국과 독일 의사들이 직접 중국을 방문해 류샤오보 씨의 건강 상태를 살피고, 치료는 가능하지만 응급 상황이기 때문에 한시라도 빨리 이송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중국 정부는 이런 요구에 대해 내정간섭이라며 거듭 일축했습니다.
진행자) 류샤오보 씨의 사망 소식에 국제 사회도 함께 애도하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류샤오보 씨의 사망 후 발표한 성명을 통해 류샤오보 씨는 중국의 자유와 평등, 법치를 위해 투쟁하면서 인류 정신을 구현한 인물이라고 애도했습니다. 틸러슨 국무장관은 또 류샤오보 씨의 부인인 류 씨의 가택 연금을 해제하고 류 씨의 뜻대로 중국을 떠날 수 있도록 허용할 것을 중국 정부에 촉구했습니다. 낸시 팰로시 미 하원 민주당 원내 대표도 류샤오보 씨의 사망을 애도하는 한편 중국 정부가 류 씨에게 적절한 치료도 제공하지 않고 해외 치료로 허용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휴먼라이츠워치' 등 국제 인권 단체들도 일제히 인권운동계의 크나큰 손실이라며 애도하고 있고요. 또 중국 정부의 조치도 비판하고 있습니다. 노르웨이 노벨상 위원회는 중국 정부가 류샤오보 씨의 사망에 중대한 책임이 있다며 비난했습니다.
진행자) 국제사회의 이 같은 반응에 중국 정부는 어떤 입장을 내놨습니까?
기자) 중국 정부는 서구의 비판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습니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오늘(14일)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는 법에 따라 일을 처리한다"면서, 류샤오보 처치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밝히고 서방 측의 반응에 “강력한 불만과 결연한 반대를 표한다”고 말했습니다. 겅 대변인은 이어 "중국 법률을 위반한 사람에게 노벨 평화상을 수여하는 것은 원래 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노벨상의 의미를 폄하하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