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는 북한의 비핵화를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거듭 제시했습니다. 도발을 중단하면 조건 없이 대화하겠다는 문재인 한국 대통령의 발언과 다른 입장임을 내비쳤습니다. 백성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국무부는 미-북 대화의 조건에 아무 변화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녹취: 헤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 “Our position has not changed. For the DPRK, for us to engage in talks with the DPRK, they would have to de-nuclearize.”
헤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은 15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도발을 중단하면 조건 없이 대화하겠다는 문재인 한국 대통령의 발언을 지지하느냐는 질문에, 미국은 북한이 비핵화를 해야 대화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또 미국은 북한이 그런 단계를 밟는 모습을 보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문 대통령의 제안이 미국을 북한과의 협상 테이블로 복귀시킬 만한 충분한 조건이 되는지 여부를 함께 묻는 질문이었지만, 미국의 요구는 도발 중단을 넘어 북한의 비핵화라는 원칙을 분명히 한 겁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이날 12년 만에 6.15 공동선언 17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처음으로 북한과의 대화 조건을 구체적으로 제시했습니다.
[녹취: 문재인 대통령] “북한이 핵과 미사일의 추가도발을 중단한다면 북한과 조건 없이 대화에 나설 수 있음을 분명히 밝힙니다.”
노어트 대변인은 미국은 북한의 지속적인 도발적 행동들을 매우 우려하고 있다며, 북한에 이런 종류의 행동을 자제할 것을 촉구하고 있지만 전혀 그럴 조짐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헤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 “We remain very concerned about their provocative actions that they continue to take. We continue to call on them to deescalate those types of actions, but we are nowhere close to that.”
국무부의 이 같은 입장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단호해진 미국의 대북 접근법과 한층 강화된 관여 조건을 보여줍니다.
“전략적 인내” 정책을 내세웠던 오바마 행정부는 임기 말인 지난해 10월 존 케리 국무장관의 발언을 통해 핵과 미사일 실험 등의 “동결”과 추가 도발 중단을 구체적 대화 조건으로 제시했습니다.
[녹취: 존 케리 전 국무장관] “And the immediate need is for them to freeze where they are-to agree to freeze and not engage in any more provocative actions, not engage in more testing particularly, in order to bring countries together and to begin a serious negotiation about the future.”
케리 장관은 당시 뉴욕에서 열린 미-한-일 3국 외교장관 회담에서, 미래에 대한 진지한 협상을 시작하려면 북한이 즉각 (핵 프로그램을) 동결하고, 도발적 행동을 중단하며, (핵.미사일) 시험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지난 4월 27일 미국 공영라디오 `NPR’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올바른 의제로 대화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며 단순히 (핵.미사일 개발을) 현 수준에서 몇 개월 혹은 몇 년 간 멈췄다가 다시 재개하는 건 올바른 의제가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North Korea has to decide they’re ready to talk to us about the right agenda, and the right agenda is not simply stopping where they are for a few more months or a few more years and then resuming things. That’s been the agenda for the last 20 years”
이어 다음날 유엔 안보리에서 대화의 선행 조건을 언급하면서 북한에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 “폐기”를 촉구했습니다.
[녹취: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The D.P.R.K., for its own sake, must dismantle its nuclear and missile programs if it wants to achieve the security, economic development, and international recognition that it seeks. North Korea must understand that respect will never follow recklessness. North Korea must take concrete steps to reduce the threat that its illegal weapons programs pose to the United States and our allies before we can even consider talks.”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국무부의 한 관리는 14일 ‘VOA’에 미국은 신뢰할 수 있는 한반도 비핵화 대화에 열려있지만 어떤 대화든 재개되기 위해선 사전 조건이 바뀌어야 한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기조를 거듭 확인했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