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배경과 관련 용어를 설명해드리는 뉴스 따라잡기 시간입니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와 바레인, 아랍에미리트, 이집트 등 중동 4개국에 이어 리비아 임시정부와 예멘, 몰디브, 모리타니, 모리셔스 정부가 카타르와의 국교를 단절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중동 4개국이 최초 단교를 선언한 이후, 추가로 단교를 선언하는 나라들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상황인데요. 이들은 카타르 정부가 언론을 통해 테러리즘을 후원하고 중동 각국의 내정에 간섭한다는 이유로 단교를 선언했습니다.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카타르 단교 사태의 배경과 영향에 대해서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조상진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카타르는 어떤 나라인가”
카타르는 인구 260만 명에 영토는 평안남도 정도의 면적을 가진 작은 나라입니다. 또 260만 명의 인구 중 외국인 230만 명 정도로 90%에 달하고 자국민은 소수에 불과한 특이한 나라인데요. 카타르는 한반도와 마찬가지로 삼면이 바다로 되어 있고 남쪽은 사우디아라비아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카타르를 한마디로 말하면 ‘부자 나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천연가스 매장량은 세계 3위 규모이고, 수출량은 전 세계 물량의 30%를 차지해 세계 1위인데요. 천연가스 수출로 얻은 국부펀드와 정부 소유 투자가 많아서 유럽과 미국의 유가증권과 부동산 시장의 큰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카타르는 아랍계 부족 국가로 출발했지만 1971년, 영국 보호령에서 자치권을 얻으면서 신생 독립국이 됐는데요. 당시 같은 상황이었던 아랍에미리트의 7개 부족이 연합국을 제안했지만 이를 거부하고 단독 독립국가를 세웠습니다.
카타르는 보수적인 중동 왕정국가와 달리 외국인이나 외래문화에 상대적으로 개방적이고 서구적 개혁 조치에 앞장서왔는데요. 이 때문에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한 다른 중동 국가들과는 다른 목소리를 낸다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카타르 단교 사태의 시작”
지난 5일, 중동의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과 이집트 등 걸프 지역의 아랍권 국가 4곳이 카타르와의 단교를 선언했습니다. 곧이어 내전 중인 리비아 동부지역 임시정부와 예멘, 인도양에 위치한 섬나라 몰디브, 서아프리카 모리타니와 모리셔스가 잇따라 카타르와의 외교관계 단절에 동참했고, 요르단도 카타르와 국교 수준을 격하하는 등 사태가 커지는 양상인데요. 이들 모두는 이슬람 수니파가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나라들입니다.
먼저 카타르와 국경을 접한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아랍에미리트는 카타르와의 국경을 폐쇄하고 모든 육상과 항공, 해운 교통을 중단하는 한편, 카타르에 머물고 있는 외교인력을 모두 철수시킴과 동시에 자국 내 카타르 외교관들을 모두 추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또 카타르 출신 방문객이나 거주자들은 2주 내로 자국을 떠나라고 통보하는 등 전면적인 단교, 봉쇄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카타르와 단교를 선언한 9개 나라는 그 이유로 카타르가 ISIL 등 이슬람 급진 테러조직을 지원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는데요.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테러와 과격 주의의 위험으로부터 국가 안전을 지키려는 조치”라고 밝혔고, 아랍에미리트는 “카타르가 지역 안보와 주권을 해치고 있다”라고 성명을 발표하는 등 대대적인 카타르 고립에 나섰다는 평가가 줄을 잇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카타르는 알자지라 방송을 통해 유감을 표명했는데요.
[녹취: 알자지라 방송]
카타르 외교부는 아랍 국가들의 단교 결정이 “근거 없는 주장과 의혹을 바탕으로 진행됐다”며 “정당화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카타르 단교 사태가 일어난 배경”
표면적으로 이번 이슬람 수니파 국가들의 카타르에 대한 단교 선언은 갑작스럽게 나온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카타르와 이란과의 관계를 둘러싼 주변 아랍 국가들의 해묵은 불만이 사태의 원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카타르는 오래전부터 주변 이슬람 수니파 왕정국가들과는 다른 개혁을 추진해왔는데요. 왕정국가이기는 하지만 헌법을 채택하면서 사회 개방과 언론 자유를 보장해왔습니다. 특히 1996년에 카타르 왕실의 지원하에 대규모 위성방송 ‘알자지라’가 출범하면서 주변국들과의 갈등이 커졌는데요. 알자지라가 중동의 전제 왕정들을 비판하는 보도를 자주 내면서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주변국들의 불만이 높아졌습니다. 이 때문에 카타르와 단교를 선언한 7개국은 대부분, 카타르가 언론을 이용해 선동을 일삼고 테러조직을 도왔다며 단교의 배경으로 지목하기도 했습니다.
또 카타르 왕실이 아랍 주요국들이 테러단체로 규정한 ‘무슬림형제단’이나 시아파 무장 정파 ‘헤즈볼라’, 팔레스타인 무장 조직 하마스 등 주요 단체의 주요 자금 통로 역할을 했다는 것도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데요. 이런 이유로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바레인 등 걸프협력회의(GCC) 회원국들은 지난 2014년, 카타르 주재 자국 대사를 소환하는 등 항의를 펼치기도 했습니다.
“단교 결정을 촉발한 가짜 뉴스 논란”
단교 조치의 가장 결정적인 요인으로 분석되는 것은 바로 이란과의 관계에 따른 갈등인데요. 이번 단교 결정을 촉발한 도화선은 카타르 국영 통신사에서 보도한 셰이크 타밈 카타르 국왕의 연설 내용 때문이었습니다.
카타르 국왕이 지난 5월 30일, 군사학교 졸업식 연설에서 이란에 대한 적대 정책을 재고해야 한다면서 “적대 정책을 정당화할 명분이 없다”라고 발언하는 등 중동의 주변 국가들과 미국의 대이란 정책을 비판했다고 카타르 국영통신사가 보도했는데요. 이에 대해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이슬람 수니파 국가들이 즉각 반발하고 나선 것입니다. 이에 대해 카타르 정부는 이 기사가 해킹을 당해 만들어진 가짜 뉴스라고 즉각 부인했지만, 관련국들로부터 언론사 인터넷 사이트 접근 차단과 함께 국교 단절이라는 사태를 불러오게 됐습니다.
이와 관련해 미 연방수사국(FBI)은 실제로 이번 사태의 배후에 러시아 해커가 있는 것으로 보고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는데요. 러시아 해커들이 러시아 정부와 관련이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지만, 러시아는 이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며 부인했습니다.
이슬람은 수니파와 시아파라는 서로 다른 두 종파가 있는데요, 이번에 카타르에 단교를 선언한 이슬람 수니파 왕정국가들과 달리 이란은 이슬람 시아파의 본산이라고 할 수 있는 나라입니다. 이 두 종파는 1천400년이 넘는 갈등의 역사를 갖고 있는데요. 결국, 이번 갈등의 본질은 이슬람 신도의 85%를 차지하는 수니파 국가들과 15% 정도를 차지하는 시아파 국가 이란과의 종교적 갈등이라는 겁니다.
[녹취: 아델 아주바이르 사우디 외무장관]
이와 관련해 사우디아라비아의 외무장관인 아델 아주바이르 외무장관은 “이란은 중동의 평화를 해치고 혼란만 가중시켰다”며 이란의 대외정책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이런 가운데 카타르가 친 이란 행보를 보인 것이 이번 단교 사태를 불러왔다는 분석입니다. 게다가 최근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국회의사당과 이란의 국부로 칭송되는 아야톨라 호메이니 전 최고지도자의 영묘를 목표로 한 테러가 발생했는데요. 이슬람 수니파 무장세력 ISIL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면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을 둘러싼 양측의 긴장이 최고조에 오른 상태라고 언론은 전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대중동 정책에 미칠 파장”
단교 조처가 발표되자마자 국제 유가는 즉각 오름세를 보였습니다. 카타르가 세계 3위의 천연가스 보유국인데, 이 지역의 긴장이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또 카타르에 미군 중부군사령부 병력 1만여 명이 주둔하고 있고 바레인에는 미 해군의 기항지가 있기 때문에 미국의 대 중동정책에 차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은데요. 걸프협력회의(GCC)를 구성해서 미국의 주요 동맹으로 활동해온 이들 중동 6개 나라의 갈등 사태가 장기적으로 미국의 골칫거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지난 중동 순방 당시 테러 단체를 비롯해 극단주의 세력에 대한 자금 지원 중단을 역설했는데, 그 결과로 중동 국가들이 테러리즘 후원 의혹을 받고 있는 카타르와의 단교에 나섰다고 주장했는데요. 이번 사태에 자신이 영향력을 발휘했고, 카타르 단교 사태를 지지하는 듯한 평가를 내놓았는데요.
하지만 7일 셰이크 타밈 카타르 국왕과 전화통화를 하면서 카타르 단교 사태 해결을 위해서 이해 당사자들이 서로의 차이점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겠다고 말하면서 사태 해결을 위한 노력을 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녹취: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
또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걸프 지역의 중동 국가들과 카타르 사이의 단교 사태가 미국의 대 중동정책과 테러리즘 척결을 위한 미국의 노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본다”라고 말하면서 미국의 역할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카타르 단교 사태의 배경과 영향에 대해서 자세히 살펴봤습니다. 지금까지 조상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