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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지하철 자폭 테러...아베, '소녀상 철거 촉구' 지시


3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지하철 테흐놀로기체스키 공과대역 인근을 달리던 객차에서 폭발물이 터진 직후 희생자들이 쓰러져있다.
3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지하철 테흐놀로기체스키 공과대역 인근을 달리던 객차에서 폭발물이 터진 직후 희생자들이 쓰러져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지금 이 시간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러시아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 지하철에서 월요일(3일)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해 지금까지 14명이 숨지고 50명 이상 다쳤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전화해 애도의 뜻을 밝히고, 수습과정에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는데요. 자세한 상황 들여다보겠습니다. 아베 일본 총리가 화요일(4일) 85일만에 한국으로 귀임하는 일본대사를 불러 ‘위안부’ 소녀상 관련 대책을 지시했고요. 홍콩 당국이 지난해 입법회 선거와 관련해 부정선거 혐의로 72명을 무더기로 체포한 소식, 함께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러시아에서 폭탄테러가 발생했군요?

기자) 네. 월요일(3일) 오후 러시아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 지하철 블루라인(청색노선) 센나야 플로샤드역과 테흐놀로기체스키 공과대역 사이를 달리던 객차 내부에서 폭발물이 터져, 11명이 현장에서 숨지고, 구급차 이송 도중 1명, 병원에서 2명이 추가로 사망했습니다. 현재 부상자가 50여명으로 집계되는데요, 중상이 많아서 사망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러시아 연방 테러 대응팀은 사건 직후 인근 지하철역 소화기 뒤에 숨겨진 또 다른 폭탄을 발견해 해체했습니다. 러시아 정부는 이 사건을 테러로 규정하고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해 배후 조직 등에 대한 집중 수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진행자) 용의자가 누군지 확인됐다고요?

기자) 용의자는 키르기스스탄에서 태어나 러시아 시민권을 취득한 아크바리욘 자릴로프(22)로 확인됐습니다. 키르기스스탄 보안 당국이 자릴로프의 신원을 공개했는데요. 테러대응팀이 해체한 폭발물에서도 자릴로프의 DNA(유전자 성분)이 나온 것으로 러시아 특별조사위원회는 밝혔습니다. 사건이 발생한 상트페테르부르크는 키르기스스탄을 비롯한 중앙아시아 국가 출신 이주자들이 많이 사는 곳입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지하철 폭탄테러 용의자 아크바리욘 자릴로프가 역사 내부에서 걷고 있는 모습을 4일 현지 경찰이 공개했다. ('5채널 러시아' 제공)
상트페테르부르크 지하철 폭탄테러 용의자 아크바리욘 자릴로프가 역사 내부에서 걷고 있는 모습을 4일 현지 경찰이 공개했다. ('5채널 러시아' 제공)

진행자) 용의자를 잡은 겁니까?

기자) 사건을 수사중인 러시아 당국은 용의자가 자살폭탄 공격을 감행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용의자는 현장에서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진행자) 러시아 당국이 이번 사건을 테러로 규정했는데, 배후 조직은 밝혀졌나요?

기자) 아직까지 이번 사건이 자신들 소행이라고 주장하는 단체는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등 관계당국은 체첸 분리주의 무장 반군 또는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ISIL 등 과격 이슬람 단체, 이렇게 두 갈래로 배후 조직을 추정하고 있습니다. 체첸반군은 2002년 모스크바 극장, 2004년 모스크바 지하철, 2011년 도모데도보 국제공항 등 최근 러시아에서 발생한 주요 테러를 저질렀는데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화장실에 숨어있는 테러분자들까지 모두 소탕하겠다”며 체첸 반군 척결 의지를 밝혀왔습니다.

진행자) 이번 지하철 테러 발생 당시 푸틴 대통령이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사건 발생 당시 상트페테르부르크 시 외곽에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중이었습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대형 테러가 일어난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요. 이 곳은 푸틴 대통령 고향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현지언론과 일부 외신들은 이번 사건이 푸틴 대통령에게 메시지를 던지기 위한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자행됐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영국 정보기관 ‘MI5’ 전직 요원은 “(러시아) 정권 심장부에 타격을 주기 위한 PR(홍보성) 테러 전략이 확실하다”고 러시아 국영방송 RT와 인터뷰에서 말했습니다.

진행자) 체첸 반군이 러시아에서 잇따라 테러를 저질러 온 이유는 뭔가요?

기자) 체첸은 러시아 서쪽에 있는 소수민족 공화국입니다. 현지 주민들 가운데 러시아인은 소수이고, 대부분 체첸민족이어서 분리독립 요구가 큰데요. 러시아의 주요 원유 수송관이 체첸을 지나고 있고, 석유와 천연가스 등 자원이 풍부해서 러시아 당국으로부터 독립요구를 제압당하고 있습니다. 체첸 주민 일부는 이에 맞서 무장투쟁을 벌이고 있는데요. 앞서 말씀드린 것 처럼, 수도 모스크바를 비롯한 러시아 주요도시의 지하철과 공항, 학교 등을 공격하면서 분리 독립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2013년 반군을 이끌던 도쿠 우마로프가 피살된 뒤로는 활동이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진행자) 체첸반군이 2013년 이후 활동이 줄었기 때문에, 이번 사건은 ISIL 소행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영국의 BBC방송은 러시아와 구 소련 소속 국가 출신 5천~7천명이 ISIL에 가담하기 위해 시리아와 이라크에 들어가 훈련을 받았고, 지금이 이들의 귀국 시점이라고 보도했는데요. 실제로,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ISIL은 러시아를 상대로 테러 공격을 경고한 적이 있습니다. 지난 2015년 러시아가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지원할 목적으로 시리아 내전에 개입하자, ISIL은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에 대한 협박 영상을 공개했는데요.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러시아가 미국을 제치고 이슬람 급진주의의 최대 표적이 됐다”고 이번 사건에 대해 논평했습니다.

진행자)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직접 수습작업을 챙기고 있다고요?

기자) 네. 푸틴 대통령은 특별조사위원회에 사태 수습 작업과 관련해 지시를 내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어제(3일) 사건 발생 직후 직접 테흐놀로기체스키 공과대역을 찾아 희생자들에게 헌화했습니다. 이후 푸틴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고 “테러리즘이라는 악마에 함께 맞서 싸우겠다”고 밝혔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일 상트페테르부르크 지하철 테흐놀로기체스키 공과대역을 방문해 테러 희생자들을 위해 헌화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일 상트페테르부르크 지하철 테흐놀로기체스키 공과대역을 방문해 테러 희생자들을 위해 헌화하고 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뭐라고 말했습니까?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통화에서, 테러 대응과 책임자 규명에서 미국 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푸틴 대통령에게 제안했다고 백악관이 소개했습니다. 백악관 측은 이어 “테러리즘 문제가 단호하고 신속하게 해결돼야 한다는 데 두 정상이 공감했다”고 전했는데요.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테러 희생자 가족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하면서 러시아 국민에 위로의 말을 전해달라고 푸틴 대통령에게 요청했다고 크렘린궁 측이 밝혔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이 테러수습에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하면서, 러시아와의 관계를 새롭게 풀어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고요?

기자) 네. 월요일(3일) 미-러 정상 간 전화통화는 지난 1월 20일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두 번째로 이뤄졌는데요. 질 도허티 전 CNN방송 모스크바 지국장은 이날 방송에서 이번 테러의 여파가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를 새롭게 정비할 정치적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러시아 당국이 지난해 미국 대선에 개입했다는 미 수사당국의 발표가 나오고, 이 기간에 트럼프 대통령 측근 다수가 러시아 측과 내통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최근 양국 관계를 둘러싸고 미묘한 긴장감이 조성된 상황인데요. 대테러 공조를 고리로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협력의 기반을 다질 수 있게 됐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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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석달 가까이 자리를 비웠던 주한 일본 대사가 귀임했군요?

기자) 네. 한국 정부가 서울의 옛 주한 일본 대사관 터와 부산주재 총영사관 후문 옆에 있는 ‘위안부’ 소녀상 철거에 나서지 않는데 항의해 지난 1월 9일 귀국했던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와 모리모토 야스히로 주부산 일본 총영사가 화요일(4일) 한국으로 복귀했습니다. 자리를 비운 지 85일 만인데요. 일본 정부는 다음달 실시되는 한국의 대통령선거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가중으로 인한 정보수집 필요성 때문에 대사를 귀임시킨다고 설명했습니다. 나가미네 대사는 이날 한국으로 향하기에 앞서, 아베 신조 총리와 정부 대변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등을 잇따라 면담하면서 향후 임무에 대한 구체적인 지시를 받았습니다.

본국 소환 85일 만인 4일 한국으로 복귀한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가 김포공항 입국장에서 "위안부 합의 이행을 한국 측에 강력히 요구할 생각"이라고 밝히고 있다.
본국 소환 85일 만인 4일 한국으로 복귀한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가 김포공항 입국장에서 "위안부 합의 이행을 한국 측에 강력히 요구할 생각"이라고 밝히고 있다.

진행자) 아베 총리가 주한 일본대사에게 지시한 내용은 뭡니까?

기자) 아베 총리는 ‘위안부’ 소녀상 철거 요구와 관련한 한-일 합의사항 이행을 한국 정부에 촉구하라고 대사에게 지시한 것으로, 일본 공영 NHK 방송을 비롯한 현지 언론은 정리하고 있습니다. 나가미네 대사는 아베 총리 면담 후 기자들에게 향후 임무에 대한 구체적인 지시를 받았다고 밝히고, “주한 일본대사로서 전력을 다해 이번 책무를 수행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한-일 합의사항 이행을 한국 측에 어떻게 촉구할 지에 대한 질문에는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을 직접 만나 이야기하겠다”고 답했습니다. 김포공항에 도착한 직후 한국 기자들에게는 "위안부 합의 이행을 한국 측에 강력히 요구할 생각"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소녀상 철거와 관련한 한-일 합의사항이란 게 뭔가요?

기자) 일본제국주의 한반도 강점기 시절 동원돼 일본군을 성적으로 상대한 ‘위안부’ 피해자 문제와 관련, 지난 2015년 12월, 일본 측이 10억엔(미화 906만달러)을 출연한 재단을 통해 해결하기로 한·일 당국이 합의했는데요. 이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결론을 맺었기 때문에 일본 외교공관 주변의 소녀상을 철거해야 한다는 게 일본 측 입장입니다. 하지만, 한국 측은 민간단체들이 세운 소녀상을 정부가 어찌할 수 없다고 설명하면서 철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습니다.

진행자) 일본 정부는 ‘위안부’ 소녀상 철거에 대해 강경한 입장이라고요?

기자) 맞습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화요일(4일) 기자회견을 통해 "위안부 문제를 상징하는 소녀상이 철거되지 않는 단계에서 (나가미네 대사가) 귀임하는 것에 대해 (집권) 자민당 내부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일본의 강한 의지는 한국 측에도 강하게 전달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한국의 새 정부가 ‘위안부’ 합의를 아예 백지화하는 것을 일본 측에서 우려하고 있다고요?

기자) 네. 일본 정부가 나가미네 대사 귀임 조치를 발표한 월요일(3일) 한국의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문재인 전 대표가 확정됐고, 다음날 국민의당 후보로 안철수 전 대표가 선출됐는데요. 마이니치 신문은 “위안부 합의에 부정적인 문 전 대표와 안 전 대표 등이 대선 후보로 확정돼 선거전이 본격화 하기 전에 (일본) 정부가 나가미네 대사의 귀임을 발표한 것”이라고 전했고요. 지지통신은 “한국의 유력 대선 후보들이 위안부 합의에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 정부로서 손을 놓고 있자니 합의가 백지화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같은 맥락으로 보도했습니다. 한국의 새 대통령이 선출되기 전에, 대통령 권한대행 측과 소녀상 철거 작업을 진전시키겠다는 게 일본 정부의 계획이라고 현지 언론은 공통적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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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홍콩 당국이 부정선거 혐의로 72명을 체포했다고요?

기자) 네. 홍콩 당국이 지난해 9월 실시된 입법회(국회에 해당) 의원 선거과정에서 대규모 부정선거 혐의를 포착해, 주도적인 역할을 한 브로커 4명과 단순 참가자 68명 등 총 72명을 체포했습니다. 최근 수사관 120명을 투입해 투표부정을 조사한 부패감시 기관 ‘염정공서’는, 투표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 선거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금품이 오간 사실을 확인하고 관계자들을 잡아들였다고 현지 언론이 화요일(4일) 일제히 전했습니다.

진행자) 투표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 어떻게 투표에 참여했다는 거죠?

기자) 홍콩 입법회 의원은 총 70명인데요. 이 가운데 절반인 35명은 주민들이 직선 투표로 뽑고, 나머지 35명은 ‘비례대표’나 ‘전국구’로 통칭하는 직능대표들입니다. 이 직능대표 의원들은 해당 분야 관계자들이 선거인단을 구성해서 뽑는데요. 지난해 선거에서 정보통신기술(IT)분야 대표 의원을 선출하는 과정에 IT분야 관계자가 아닌, 학생과 가정주부, 운전기사 등이 대거 포함된 것으로 당국이 파악했습니다. 이들은 부정선거 참여 대가로 최대 1천 홍콩달러(미화 130달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부정선거 적발을 놓고 정치적인 공방이 진행중이라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해 홍콩 입법회 선거에서는 중국으로부터 독립을 요구하는 세력을 포함한 민주화 운동 지지파가 많이 당선됐는데요. ‘친중국파’와 ‘반중국파’가 서로 직능대표 선거인단 구성을 조작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어서, 정국에 혼란이 가중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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