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드리는 '지구촌 오늘'입니다. 지금 이 시간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다음달 6일부터 7일까지 미국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한다고 백악관과 중국 외교부가 목요일(30일) 동시에 발표했습니다.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과 통상 마찰, 한반도 ‘사드’ 배치와 북핵 대처 방안 등 미-중간 현안이 쌓여있는데요. 두 정상이 첫 회담에서 어떤 이야기를 나눌지 전망해보겠습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터키에서, 고위당국자들과 ISIL격퇴전 협력 필요성에 공감했고요. 이어서, 호주 정부가 의회에 제출한 중국과의 ‘범죄인인도조약’ 비준안을 철회했다는 소식, 함께 전해드리겠습니다.
진행자) 시진핑 국가주석의 미국 방문 일정이 확정됐군요?
기자) 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다음주 미국에서 정상회담을 갖는다고 두 나라 당국이 목요일(30일) 동시에 발표했습니다.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시 주석이 다음달 4일부터 6일까지 핀란드를 국빈 방문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6일부터 이틀 동안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라라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한다”고 밝혔습니다. 백악관도 대변인 성명을 통해 시 주석의 미국 방문 일정을 확인했습니다. 이달 초 백악관 측이 미· 중 정상간 회동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뒤, 언론이 구체적인 일정을 전망해왔는데요. 양국이 이를 공식 확인한 겁니다.
진행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중 정상회담이 처음 열리는 거죠?
기자) 맞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선거운동 기간 때부터, 경제와 안보 등 여러 방면에서 중국을 강하게 비판해왔는데요. 지난달 시 주석과의 전화 통화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하겠다고 밝히면서 비판적인 태도를 다소 누그러뜨리긴 했지만, 양국 관계에 여전히 긴장 요소가 많아서 두 정상의 첫 만남이 어떻게 진행될 지 국제사회의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진행자) 정상회담 의제는 어떤 것들인가요?
기자) 중국 언론은 북한 핵 문제가 미·중 정상회담 우선순위에 있다고 전망하고 있는데요. 미국의 계획도 마찬가지입니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13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중 정상)회담의 목적은 북한 문제와, 최근의 사드 포대 한국 배치를 둘러싼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면서, 그 밖에 여러 현안들을 논의하게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북한 핵 문제와 ‘사드’가 미-중 정상회담 핵심 논의사항이라는 거군요?
기자) 맞습니다.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최근 북한이 6차핵실험 준비를 완료한 정황이 확인되고 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핵·미사일 개발을 포기하도록 김정은 정권에 강도 높은 압력 행사를 요청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중국이 북한 제재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기업을 직접 제재하는, 이른바 ‘세컨더리 보이콧’을 전면적으로 시행하겠다고 시 주석에게 통보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진행자) ‘사드’ 문제는요?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탄도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한 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의 당위성을 설명하면서, 시 주석의 의견을 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중국은 ‘사드’의 관측범위가 북한을 넘어서 중국까지 미치기 때문에 자국 안보를 위협한다며 반발해왔는데요, 이번에 시 주석이 어떤 입장을 내놓느냐에 따라 향후 사드를 둘러싼 마찰이 계속될 지, 줄어들 지 결정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중국은 최근 한국을 상대로 '사드' 배치에 항의하는 경제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북한 문제 외에도 미국과 중국 사이에 현안이 많죠?
기자) 그렇습니다. 경제와 안보, 두 가지 분야로 미-중 현안을 정리해 볼 수 있겠는데요. 먼저, 경제 분야에서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문제가 가장 큽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선거운동 기간부터 중국이 환율을 의도적으로 조작해 국제 무역에서 부당한 이익을 보고 있다며,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고율 보복관세 부과 계획을 밝혀왔습니다. 미국 정부는 중국에 대한 환율조작국 지정 여부를 다음달 중순쯤 결정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미 재무부가 1년에 두차례 발행하는 주요 무역상대국들의 환율정책 평가 보고서에 이 내용이 담깁니다. 이를 앞두고 두 정상이 타협을 이뤄낼 수 있을 지 관심을 끕니다.
진행자) 미-중간 경제 현안 살펴봤고요. 안보 분야에서는 두 정상이 어떤 이야기를 하게 될까요?
기자) 중국이 꾸준히 영유권을 주장하면서 이웃나라들과 분쟁을 겪고 있는 남중국해 문제가 첫 손에 꼽히는 현안입니다. 중국은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남중국해에 인공섬들을 만들어 군사시설을 구축하고 있는데요. 공군기지와 레이더 장비를 포함한 첨단시설이 최근 완공단계에 이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같은 중국의 남중국해 군사요새화를 꾸준히 비판하면서, “남중국해에서 국제사회와 미국의 이익을 지키겠다”고 공언했는데요, 이번 회담에서 두 정상이 어떤 태도를 보일 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가하면,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확인받길 원하는 것도 있다고요?
기자) 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시 주석과의 통화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하겠다고 밝힌 것을 재확인하는 일도 이번 정상회담에서 예상됩니다. ‘하나의 중국’ 원칙이란, 타이완이 독립국가가 아니라 체재만 다를 뿐, 중국의 일부라는 중국의 외교관계 대전제인데요. 중국 정부는 미국이 이를 인정하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최근 중국 외교부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는 기반 위에서 미국과의 관계를 좋은 방향으로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정상회담이 백악관이 아닌, ‘마라라고’라는 곳에서 열리는군요?
기자) ‘마라라고’ 리조트는 트럼프 대통령 휴양지입니다. 사계절 따뜻한 미국 남동부 플로리다주에 있는데요. 지난달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 후 묵으면서 함께 골프를 친 장소입니다. 최근 미-중간 긴장이 고조된 현안을 논의해야하기 때문에, 백악관 보다 상대적으로 편안한 분위기에서 대화할 수 있는 마라라고를 중국 측이 선호했다고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언론에 설명했는데요. 중국어권 매체들은 시 주석이 마라라고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을 하지만, 리조트 내에 묵지는 않고, 골프도 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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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터키를 방문했군요?
기자) 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목요일(30일) 터키 수도 앙카라를 방문했습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과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외무장관을 잇따라 만났는데요. 이웃나라 시리아 등을 기반으로 세계각지에서 테러를 벌이고 있는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ISIL 격퇴를 위해 협력해야한다는 원칙에는 양국이 의견 일치를 봤지만, 구체적인 내용에서는 의견이 엇갈렸습니다.
진행자) 틸러슨 장관과 터키 당국자들이 어떤 얘기를 나눴는지 자세히 소개해주시죠.
기자)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이날 차우쇼을루 터키 외교장관과의 공동회견에서, ISIL를 퇴치하려는 다짐에 관해 터키와 미국 사이에 “한치의 틈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방법에는 “여러가지 선택지가 있는 것을 대화에서 확인했고, 솔직히 말해 어려운 선택들”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미국과 터키가 ISIL 격퇴 필요에는 공감하지만, 구체적인 선택에서는 의견이 엇갈린다는 건데요. 어떤 부분에서 그렇죠?
기자) ISIL 격퇴작전에서 미국이 지원하고 있는 시리아 내 쿠르드족 온건 반군세력에 대해 미국과 터키가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차우쇼을루 터키 외교장관이 설명했습니다. 터키는 오랫동안 쿠르드족과 싸우고 있는데요. 얼마 전 터키 정부는 시리아 내 쿠르드족에 대한 군사지원을 중단하라고 미국 정부에 요청했지만, 미국은 이런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특히, 쿠르드족 반군조직 가운데 ‘인민수비대(YPG)’는 ISIL 격퇴작전을 적극적으로 돕고 있지만, 터키에서는 테러단체로 지정한 상태입니다.
진행자) 시리아 얘기가 많이 나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최근 미국이 주도하는 연합군이 이라크 내 ISIL 거점 지역을 대부분 되찾으면서, ISIL이 자칭 '수도'로 설정한 시리아 락까로 작전의 초점이 옮겨지는 중이라, 국경을 맞대고 있는 터키의 협력이 중요한 시점입니다. 틸러슨 장관은 시리아 내전 해법과 관련해서 미국의 이전 바락 오바마 행정부가 추구하던 방향과는 달라진 입장을 밝히기도 했는데요.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의 운명은 장기적으로 시리아인이 결정할 것"이라고 말한 겁니다. 전임 오바마 행정부는 시리아 내전 해결을 위해서 아사드 정권의 퇴진을 요구해왔습니다.
진행자) 기자회견에서 공개한 내용 외에, 미국과 터키 사이에 어떤 현안이 논의됐을까요?
기자) 터키 정부가 다음달 16일, 대통령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헌법개정안을 국민투표에 부칠 예정인데요. 개헌안이 독재를 불러올 것이라는 터키 야당과 서방 측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틸러슨 장관이 이에 대한 미국 정부의 의견을 내놓은 것으로 현지 언론은 보도하고 있고요. 터키 정부가 지난해 발생한 쿠데타의 배후조종자로 지목한, 재미 이슬람학자 펫훌라흐 귈렌 송환 요구를 미국이 거절해온 문제도 논의했지만,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틸러슨 장관은 금요일(31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외무장관 회의가 열리는 벨기에 브뤼셀로 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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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호주 정부가 중국과 맺은 협정을 의회에 비준해달라고 요구했다가, 갑작스레 철회했다고요?
기자) 네. 호주 정부는 중국과의 합의로 서명을 마친 ‘범죄인인도조약’에 대해 의회에 제출한 비준안을 철회하기로 했다고 지난 화요일(28일) 발표했습니다. 범죄인인도조약이란, 외국국적 범죄자들을 본국으로 돌려보내기로 약속하는 당사국간 협정인데요. 호주 정부가 중국인 범죄자들을 현지로 돌려보내는 조치를 이번에는 추진하지 않기로 한겁니다.
진행자) 그 이유가 뭔가요?
기자) 중국의 사법체계에 대해 불신하는 의회 내 목소리가 높기 때문에, 범죄인인도조약이 의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낮아서 비준안을 철회하는 것이라고 줄리 비숍 호주 외무장관은 설명했습니다. 호주 정치권에서는 중국의 사법체계에 인권탄압적 요소가 많아서, 범죄자들이 과도한 처벌과 인권유린을 당할 수 있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중국 측은 비준안을 신속하게 처리해달라고 호주에 요청해왔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호주 정부는 이전 존 하워드 총리 재임시절인 2007년 중국과 범죄인인도조약을 체결했는데요. 10년이 흐르는 동안, 호주 의회는 중국의 인권상황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을 감안해 비준 처리를 계속 미뤄왔습니다. 시진핑 국가주석 주도로 부패 척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중국 정부는 해외로 도피한 비리사범의 송환에 주력하고 있는데요. 최근 시 주석의 측근이 호주 정부에 범죄인인도조약의 조속한 비준을 요청한 것으로 호주 언론은 전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호주 정부가 비준 철회를 결정한 계기가 되는 사건도 있었다고요?
기자) 네. 최근 호주 영주권자인 중국인 교수가 호주국적 부인과 함께 중국을 방문했다가 출국금지 조치를 받아 귀국하지 못하고 있는데요. 중국에 억류된 시드니 공과대학 펑충이 교수는 중국내 인권변호사에 대해 연구하면서 주목받고 있는 인물입니다. 중국 당국은 펑 교수를 억류한 채 강제조사를 벌이고 있는데요. 이 사건이 중국과의 범죄인인도조약 비준안 철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호주 언론은 분석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