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들은 한국에 입국하기 전 북한에서 주로 영화나 드라마 등을 통해 한국 말씨를 접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 때문에 한국에 입국한 뒤 한국 말씨에 대해 친근하다고 여긴다는 응답이 상당 부분을 차지했습니다. 서울에서 한상미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 10명 중 7명은 북한에 있을 때 한국말을 접해본 적이 있으며 주로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한국말을 인지하게 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북한에서 한국말을 인지하게 되는 주요 경로로는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서라는 응답이 62%로 가장 높았습니다.
TV와 라디오, 신문, 잡지 그리고 한국산 상품 등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이 같은 조사는 한국 국립국어원이 최근 발표한 ‘2016 남북 언어의식 조사 보고서’를 통해 공개됐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탈북민 10명 중 7명은 북한에 있을 때 한국말과 북한말이 비슷할 것으로 생각했으며 한국에 온 뒤 한국말이 친근해졌다는 답변 역시 비슷한 수치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한국에 온 탈북민 상당수는 공공기관이나 병원, 은행 등에서 쓰는 용어가 어렵다고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그 이유로는 외래어와 한자 등 어려운 말이 많다는 응답이 50%로 가장 높았고 해당 분야에 대한 이해와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응답은 48%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탈북민들은 같은 이유로 학교나 직장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화할 때도 어려움을 겪었다는 응답자들은 그 이유로 외래어나 외국어 사용과 줄여 쓰는 말 때문이라는 응답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했습니다.
아울러 탈북민 10명 중 4명은 북한 말씨 때문에 차별이나 무시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또 탈북민 10명 중 3명은 한국말에 충분히 익숙해지려면 4~5년 정도가, 10명 중 2명은 10년 이상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국립국어원 이대성 연구관입니다.
[녹취: 이대성 연구관 / 한국 국립국어원] “언어라는 것이 경제적인 부분이나 정치, 행정적인 부분보다는 절실함은 덜한 면이 있는데 한편 정말 만족스러운 정착, 또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데서는 언어가 해결되지 않으면 곤란함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을 뜻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탈북민들 대다수는 한국생활에 만족해 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생활에 얼마나 만족하냐는 질문에 탈북민 10명 중 8명은 만족한다고 답했으며 만족하지 않는다는 응답자는 100명 중 2명에 불과했습니다.
이번 조사에서는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들의 통일관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응답자의 83%가 가급적 빨리 남북한 통일을 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응답은 14%로 나타났습니다.
통일 시기와 관련해서는 5년 이내 통일이 가능할 것이라는 응답이 35%로 가장 많았으며 6~10년이라는 응답이 30%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이와 함께 탈북민들은 통일 후 남북한 주민 간 통합이 가장 어렵지 않은 분야로 ‘언어’를 꼽았습니다.
문화, 경제가 그 뒤를 이었으며 가장 통합이 어려운 분야로는 ‘정치’라고 응답했습니다.
조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탈북민들은 남북한 언어의 차이를 줄이고 동질성을 회복하기 위한 통합 노력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습니다.
이 설문조사는 지난해 8~9월 사이 탈북민 305명을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남북 언어에 관한 탈북민 의식을 조사해 남북 언어통합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시행됐다고 국립국어원 측은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한상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