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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따라잡기] 미국-필리핀 군사동맹


지난 4일 미군과 필리핀군 장병들이 마닐라 근교 필리핀 해병대 본부에서 연례 '피블렉스(PHIBLEX)’ 훈련 개막식을 거행하고 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이 훈련이 미국과의 마지막 합동군사훈련이 될 것이라고 앞서 밝혔다.
지난 4일 미군과 필리핀군 장병들이 마닐라 근교 필리핀 해병대 본부에서 연례 '피블렉스(PHIBLEX)’ 훈련 개막식을 거행하고 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이 훈련이 미국과의 마지막 합동군사훈련이 될 것이라고 앞서 밝혔다.

뉴스의 배경과 관련 용어를 설명해드리는 뉴스 따라잡기 시간입니다. 미국과 필리핀은 과거 식민지 역사를 뒤로 하고 오랜 기간 전략적 군사 동맹 관계를 유지해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연일 미국 정부를 비난하면서 미국과 필리핀 정부가 맺은 방위협력확대협정(EDCA)을 재검토할 수 있다는 내용의 발언을 해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요.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미국과 필리핀의 군사 동맹에 대해서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조상진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미국과 필리핀의 관계”

필리핀은 동남아시아에서 태평양과 남중국해를 맞대고 있는 수천 개의 섬으로 이뤄진 나라입니다. 이 때문에 지리적으로 아시아 대륙과 아메리카 대륙 사이의 거점 역할을 하면서 오랜 세월 동안 열강의 각축장이 되었는데요.

필리핀은 16세기부터 스페인의 식민 지배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이후 미국이 스페인과의 전쟁에서 이기면서 필리핀은 1898년부터 미국의 식민지가 됐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은 필리핀에 지상군을 파견했는데요, 미군은 필리핀에서의 치안활동과 독립 운동 저지 등의 임무를 맡았습니다. 하지만 1935년에 마누엘 루이스 케손 대통령의 자치정부가 필리핀에 수립되고 1946년에 완전히 독립하면서 미군의 역할은 점진적으로 줄어들게 됩니다.

필리핀에서는 한때 반미 운동이나 미군 주둔 반대 운동이 펼쳐지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수천 개의 섬으로 이뤄진 지정학적 특성과 주변국들과의 영유권 문제 때문에 치안이나 국방 분야에서 미국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미국 역시 태평양과 영토분쟁이 잦은 남중국해를 맞대고 있는 필리핀의 지역적 특성상, 태평양 지역의 힘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 미군의 필리핀 주둔은 매우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미국과 필리핀간 상호방위협정의 특성”

미국은 세계 150개국에 약 25만 명의 병력을 파견해 사실상 지구의 경찰로 활동하고 있는데요. 특히 세계 유일의 분단국으로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한국에 약 2만8천 명이 주둔하고 있습니다.

주목할 점은 미국은 이들 국가들에 주둔하면서 대부분 주둔군지위협정(SOFA)을 맺고 있다는 것인데요.

주둔군지위협정이란 한 국가의 군대가 다른 국가의 영토에 주둔하게 될 경우 출입국, 시설과 구역 이용, 관세, 주둔군의 범죄에 대한 형사 재판권, 불법 행위에 대한 손해 배상 청구권 등이 모두 포함된 국제 협정을 말합니다.

하지만 필리핀은 미국과 주둔군지위협정을 맺기를 줄곧 거부해 왔는데요, 미군에 유리한 불공정 조약이라는 자국 내 반대 때문에 각각의 사안별로 개별 협정을 맺어 왔습니다.

미국과 필리핀이 1951년 맺은 상호방위조약이 양국의 안보관계에 근간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미군의 필리핀 주둔 반대 운동이 필리핀 내에서 확산되면서 1992년 11월에 필리핀 주둔 미군이 철수하게 됐는데요.

이후 1999년에 방문군지위협정(VFA)를 맺어지면서 다시 두 나라는 합동훈련을 할 수 있게 됐고, 2014년 4월 양국 국방장관들이 방위협력확대협정(EDCA)을 체결하면서 군사 동맹이 더욱 굳건해졌습니다.

[녹취 : 필립 골드버그 당시 주 필리핀 미국 대사]

필립 골드버그 당시 주 필리핀 미국 대사가 볼테어 가즈민 필리핀 국방장관과 협정 체결 후 한 연설 내용 들어보셨는데요.

골드버그 대사는 "미국과 필리핀은 이 협정으로 앞으로 21세기 지역 안보 확립과 자연재해 등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됐다"고 높이 평가했습니다.

“방위협력확대협정(EDCA)은 무엇인가”

방위협력확대협정은 필리핀이 미국에 10년간 필리핀의 군사기지 이용을 허용하고 미군이 배치되는 곳에 별도 시설물을 설치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것이 주요 내용인데요.

이로써 미군은 1992년 철수 이후 다시 필리핀에 중장기 주둔이 가능해졌고, 남중국해를 마주보는 팔라완 섬의 안토니오 바티스타 공군기지를 비롯해 5개 군사기지를 제공받게 됐습니다.

이 덕분에 미국은 아시아 지역에서 중국의 군사적 팽창을 견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는데요, 오바마 행정부가 줄곧 내세웠던 아시아 재균형 정책이 빛을 볼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습니다.

한편 필리핀으로서도 미국과의 방위협력확대협정이 필요한 상황이었는데요, 1992년 미군이 철수 이후 중국과의 남중국해 일대 영유권 분쟁에서 힘에 밀리는 등 미국과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협정 체결 이후 필리핀의 전직 의원들과 시민 운동가들이 헌법에 규정된 상원 동의를 거치지 않았다며 위헌 소송을 제기해 시행이 보류됐는데요.

2016년 1월 필리핀 대법원이 방위협력확대협정에 대해 합헌 판결을 내리면서 미군이 필리핀에서 철수한 지 24년 만에 다시 미군 주력부대가 돌아갈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습니다.

“미국과 거리를 두는 두테르테 대통령”

지난 6월 말 취임한 필리핀의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은 미국과 좋은 관계를 맺어왔던 아키노 전 정부와는 달리 미국보다는 중국과 더 가까운 행보를 보이고 있는데요.

최근 필리핀군의 교육과 훈련을 지원하는 미군 특수부대의 철수를 요구한 데 이어 미군과의 남중국해 합동 순찰도 더 이상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혀 논란이 됐습니다.

[녹취: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두테르테 대통령이 미국과의 방위협력확대협정에 대해 언급한 내용 들어보셨는데요.

필리핀 대법원에 의해 합헌 판결이 났지만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 뿐만 아니라 중국이 원치 않기 때문에 이행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혀서 미국과 필리핀간 군사 동맹이 급속도로 냉각되고 있습니다.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미국과 필리핀의 군사동맹에 대해서 알아봤습니다. 지금까지 조상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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