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우스캐롤라이주에서 열린 공화당 대선 토론회에서 후보들이 이라크전 등 주요 쟁점을 놓고 공방을 벌였습니다. 부지영 기자와 함께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지난 토요일(13일) 공화당 대통령 후보 TV 토론회가 열렸죠?
기자) 네, 미국 남부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에서 열렸는데요. 사우스캐롤라이나 주는 오는 토요일(20일) 공화당 예비선거가 열리는 곳입니다. CBS 방송 주최로 열린 이번 토론회에는 공화당 선두주자인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 후보,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 신경외과 의사 출신 벤 카슨 박사, 이렇게 6명이 참가했는데요. 지난 금요일(12일) 짐 길모어 전 버지니아 주지사가 중도 사퇴를 발표하면서 공화당 후보는 현재 6명이 남아 있습니다.
진행자) 공화당 후보 수가 한때 17명에 달했는데요. 경선 과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빠른 속도로 줄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번이 아홉 번째 공화당 TV 토론회였는데요. 어떤 얘기가 오갔습니까?
기자) 네, 이날 토론회가 시작되기 몇 시간 전에 앤터닌 스캘리아 대법관이 사망했다는 소식이 알려졌거든요. 그러면서 스캘리아 대법관의 죽음을 추모하는 묵념으로 시작됐습니다. 이날 첫 질문은 스캘리아 대법관의 후임을 누가 지명해야 할 것이냐 하는 문제였는데요. 이날 대부분 후보는 현 오바마 대통령이 아니라, 다음 대통령이 후임자를 지명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녹취: 트럼프 후보] "I think it’s up to Mitch McConnel and…"
기자) 도널드 트럼프 후보는 좋든 싫든 오바마 대통령이 스캘리아 대법관의 후임을 지명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는데요.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상원이 인준을 계속 미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마르코 루비오 후보와 테드 크루즈 후보는 퇴임을 앞둔 대통령이 연방 대법관 지명을 미룬 전례가 이미 있다면서 차기 대통령에게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젭 부시 후보는 대법관 지명권은 대통령의 권한이라고 지적했죠.
진행자) 그 밖에 어떤 문제들이 다뤄졌습니까?
기자) 네, 이라크 전쟁, 이민, 동성혼, 낙태 문제 등 다양한 문제가 논의됐는데요. 이날 후보들이 같은 의견을 보인 건 스캘리아 대법관 후임 문제뿐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토요일 토론회는 지금까지 그 어느 토론회보다도 분위기가 격렬했는데요. “거짓말”, “거짓말쟁이”란 말이 수없이 나왔습니다. 트럼프 후보가 부시 후보, 크루즈 후보와 언성을 높이며 말싸움을 벌였고요. 테드 크루즈 후보는 이민 문제로 마르코 루비오 후보와 공방전을 벌였습니다. 게다가 청중들도 토론회 내내 환호와 야유를 보내는 등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매우 뜨거웠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후보가 그동안 토론회에서 부시 후보를 계속 공격해 왔죠?
기자) 그렇습니다. 트럼프 후보는 이라크 전쟁이 큰 실수였다면서 젭 부시 후보의 형인 조지 W. 부시 대통령 행정부가 이라크 전쟁과 관련해 거짓말을 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라크 전쟁을 해야 하는 이유로 대량파괴 무기를 들었는데, 그런 무기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녹취: 트럼프 후보] “I wanna tell you they lied…”
트럼프 후보는 부시 전 대통령과 행정부 지도자들이 그런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 거짓말을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자 젭 부시 후보는 형인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미국을 안전하게 보호했다면서 형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는데요. 트럼프 후보는 9.11 테러 사건이 일어났는데 어떻게 미국을 안전하게 보호했다고 할 수 있느냐고 반박했죠. 그러자 마르코 루비오 후보가 나섰습니다. 9.11 테러가 일어난 것은 부시 전 대통령 때문이 아니라, 전임 빌 클린턴 대통령이 오사마 빈 라덴을 제거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후보가 크루즈 후보와도 말다툼을 벌였다고요?
기자) 네, 크루즈 후보가 먼저 트럼프 후보에 대해 보수가 아니라 진보라고 주장했는데요. 과거 민주당 후보들에게 기부한 사실을 지적하면서 트럼프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진보 성향의 법관을 대법관으로 지명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트럼프 후보가 크루즈 후보에 대해 거짓말쟁이라면서 부시 후보보다 더 나쁘다고 비난했죠.
진행자) 현재 트럼프 후보가 공화당 후보들 가운데 선두 주자이고 두 연방 상원의원 크루즈 후보와 루비오 후보가 2위 다툼을 벌이고 있는데요. 두 사람 간의 경쟁도 뜨겁죠?
기자) 맞습니다. 지난 토요일(13일) 토론회에서 두 후보가 이민 문제로 격돌했는데요. 불법 이민자 문제에 대한 크루즈 후보의 입장이 계속 바뀐다면서 루비오 후보가 공격했고요. 크루즈 후보는 루비오 후보가 불법 이민자 사면을 오랫동안 지지해왔다고 맞받아 쳤습니다.
[녹취: 크루즈 후보] “I have promised rescind…”
크루즈 후보는 자신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취임 첫날, 오바마 대통령의 이민개혁 행정명령을 폐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루비오 후보는 스페인어 TV 유니비전에 출연해서 취임 첫 날 그러지는 않겠다고 말했다는 겁니다. 그러자 루비오 후보는 크루즈 후보가 스페인어를 못하는데 어떻게 알아들었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고요. 이에 크루즈 후보가 스페인어로 대화하자면서 스페인어를 말하는 진풍경이 벌어졌습니다. 두 후보는 모두 쿠바계 미국인입니다.
진행자) 지난 9일에 실시된 뉴햄프셔 예비선거에서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가 트럼프 후보에 이어 2위에 오르지 않았습니까? 케이식 주지사는 그동안 스스로 긍정적이고 실용적인 후보란 점을 강조해 왔는데, 이날 토론회에서는 어땠습니까?
기자) 네, 케이식 주지사는 이날 토론회에 대해 정상이 아니라고 말했는데요. 이런 식으로 공화당 후보들이 상호비방을 일삼다가는 본 선거에서 민주당의 클린턴 후보가 승리하게 된다며 우려를 표시했습니다.
[녹취: 케이식 후보] “You know what I’d suggeset…”
기자) 다른 후보를 비방하는 부정적인 선거 운동을 그만두고 긍정적인 면을 강조하자고 말했는데요. 그러면 공화당이 더 강해질 것이라고 말해서 박수를 받았습니다.
진행자) 자, 이렇게 해서 또 한차례 공화당 TV 토론회가 끝났는데요. 정치 전문가들은 이날 누가 가장 잘했다고 보고 있습니까?
기자) 네, 많은 전문가가 마르코 루비오 후보에게 후한 점수를 줬습니다. 1주일 전 지난 뉴햄프셔 토론회에서 루비오 후보가 고전을 면치 못했는데요.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가 루비오 후보에 대해 로봇처럼 외워온 말만 반복한다고 공격했고 실제로 루비오 후보가 같은 말을 여러 번 반복하는 모습을 보였지 않습니까? 토론회 때문인지 루비오 후보가 뉴햄프셔 주에서 그리 높은 지지를 받지 못했는데요. 이번 토론회에서 만회했다는 겁니다. 트럼프 후보가 조지 W. 부시 후보를 공격할 때 친동생인 젭 부시 후보보다 더 효과적으로 반박했고 주요 경쟁자인 테드 크루즈 후보를 이민 문제에 대해 오락가락하는 후보로 묘사하는 데 성공했다고 워싱턴포스트 신문이 전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부시 후보도 시간이 가면서 토론 실력이 늘고 있고, 이날 트럼프 후보에게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진행자) 현재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는 누가 선두를 달리고 있습니까?
기자) 최근 CBS 방송과 인터넷 여론조사 기관 유가브가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트럼프 후보가 42%로 1위고요. 크루즈 후보가 20%로 2위, 루비오 후보 15%로 3위, 케이식 후보 9%입니다. 그리고 부시 후보와 카슨 후보가 각각 6% 얻었습니다. 민주당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59%로 40%를 얻은 버니 샌더스 후보를 앞서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