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사흘째 한국 쪽으로 선전용 전단을 대량 살포했습니다. 북한의 4차 핵실험을 계기로 남북 간 심리전이 격화되는 가운데 한국 군 당국은 대북 확성기 방송에 이어 전광판 방송 재개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군이 살포한 대남 선전용 전단이 13일에 이어 14일 경기도 고양시와 파주시 등 한국의 서부전선과 가까운 지역에서 또 다시 대량으로 발견됐습니다.
또 비록 소량이지만 철원과 고성 인제 등 접경지역을 비롯한 강원도 일대에서도 발견됐습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북한 군이 12일 밤 대남 전단을 살포한 데 이어 13일 밤과 14일 새벽 사이에 또 다시 살포했다며 현재까지 수 만 장의 전단이 수거됐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한국 합동참모본부 관계자] “어제 야간하고 오늘 새벽에 북한 지역에서 어제와 유사한 지역에서 대남 전단을 살포하는 것이 식별됐습니다.”
한국 군 관계자는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전단을 뿌리는 장소와 날아오는 방향 등으로 미뤄 이번 전단 살포를 북한 군 2군단이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군 2군단은 지난해 8월 서부전선 지뢰 도발과 포격 도발을 주도한 부대로, 황해북도 개성시에서 토산군에 이르는 40km 구간을 담당하고 있고 군단장은 지뢰-포격 도발 이후 김상용에서 방두섭으로 교체됐습니다.
수거된 전단은 북한체제를 찬양하고 한국 군이 북한의 4차 핵실험의 대응 조치로 8일 재개한 대북 확성기 방송을 비난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또 미국을 겨냥해 대북 적대시 정책을 포기하라는 내용과 박근혜 한국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방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습니다.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국방연구원 부형욱 박사는 북한의 대남 전단 살포가 한국의 대북 심리전 재개에 대응한 긴장 조성용 조치로 분석했습니다.
[녹취: 부형욱 박사 / 한국 국방연구원] “대남 전단을 통해 한국 국민들의 심적 동요를 노린다기 보다도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한 이후 국제사회의 압박이 심해지고 있는데 이런 것을 선제적으로 긴장을 조성하면서 한국이 대응 조치로 확성기 방송을 하고 있는데 이런 게 지속되면 서로 좋을 게 없다는 메시지를 한국 정부에 보내려는 의도인 것 같은데요.”
한국 군 당국은 북한이 앞으로도 계속해서 전단 살포를 할 것으로 보고 대북 심리전을 강화할 방침입니다. 이동식 확성기 추가 배치 뿐아니라 동영상 방송이 가능한 대북 전광판 방송의 재개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과거에 사용된 전광판은 낡아 준비하는데 시간이 걸린다며 구체적으로 언제 설치하고 언제 전광판 방송을 할지 결정되지 않았지만 준비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군 당국은 이와 함께 대북 전단 작전도 언제든지 시행할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입니다. 한국 군은 지난 2004년 6월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선전 활동 중지에 합의한 이후 대북 전단을 날려 보내지 않고 있습니다.
한편 대북 전단이 뿌려진 한국 측 지역은 별다른 동요 없이 차분한 분위기입니다.
접경 지역 주민들은 수 십 년 전 북한의 선전 전단을 떠 올리며 일방적 주장을 담은 내용이나 방식에서 그 때와 별반 차이가 없다며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경기도 파주시 성동리 이장인 윤종원 씨입니다.
[녹취: 윤종원 씨 / 경기도 파주시 성동리 이장] “옛날엔 더했으니까요. 저희가 대북방송 하듯이 북한도 대남방송을 했고 저녁이면 잠을 못 잘 정도로 했었으니까요. 원주민들은 전혀 동요되는 바 없고요.”
한국 군 당국은 북한 군 동향과 관련해 임박한 도발 징후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