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식단이 한국전쟁 이후인 50년 전과 비교해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세계 평균에 비해 열량 섭취가 크게 부족하고 식단도 불균형한 상황입니다. 반면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가들은 훨씬 잘 먹고 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의 식단이 50년 전에 비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북한 주민들의 1인당 하루 열량 섭취는 2011년 현재 2천103 kcal로, 50년 전인 1961년의 1천878kcal에서 크게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 FAO의 일일 권장량 2천500kcal보다 적고, 세계 평균인 2천870kcal에는 크게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이같은 통계는 미국의 세계적인 인문사회 전문잡지인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지난해 말 식량농업기구의 자료를 토대로 북한, 한국, 미국을 비롯한 22개 나라의 식단 변화를 분석한 결과입니다.
북한 주민들의 식단 역시 불균형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북한은 1961년 전체 열량의 약 4분의 3 (71%)을 쌀과 강냉이 등 곡물에서 섭취했으며, 이후 50년이 지난 2011년에도 곡물 의존도는 63%에 달했습니다. 이는 조사대상국들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로, 종교적 이유로 고기를 거의 먹지 않는 것으로 나타난 인도의 57%보다도 훨씬 높습니다.
북한은 또 베트남과 함께 2011년에 세계에서 설탕과 기름을 가장 적게 섭취한 나라로 꼽혔습니다. 두 나라의 식단에서 설탕과 기름의 비율은 10%였습니다.
북한의 식단 변화 추이에서 눈에 띄는 점은 1990년대 중반 이른바 `고난의 행군’ 기간을 전후해 고기 소비가 크게 줄었다는 점입니다.
1989년에 일인당 하루 141g이었던 고기 섭취가 1997년에는 무려 65%가 줄어든 50g이었고, 2011년에도 67g에 그쳤습니다.
반면 1961년 당시 열량 섭취나 식단 구성이 북한과 비슷했던 한국은 50년 사이에 큰 변화를 겪었습니다. 하루 영양 섭취량은 2천140kcal에서 3천329kcal로 크게 늘었고, 식단 구성에서 곡물의 비중은 82%에서 43%로 절반 가까이 줄었습니다.
특히 고기의 비중이 2%에서 12%로 6배나 늘었고, 설탕과 기름 소비는 4%에서 26%로 6.5배 늘었습니다.
중국도 열량 섭취가 1961년 1천415kcal에서 2011년 3천073kcal로 두 배 이상 늘었습니다. 또 전체 식단에서 곡물의 비중이 50년 전 57%에서 47%로 크게 줄었고, 고기 비중은 2%에서 17%로 크게 늘었습니다.
특히 1인당 돼지고기 소비량은 50년 전보다 20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한편 미국은 전세계에서 하루에 가장 많은 음식을 먹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961년에 이미 하루 2천882 kcal를 섭취해 2011년 세계 평균인 2천870kcal와 비슷한 수준이었고, 지난 50년 간 열량 섭취는 26% 늘어 3천641kcal에 달했습니다.
전체 열량 중 설탕과 기름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37%로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비율입니다.
50년 사이 닭과 오리 등 가금류 섭취는 200% 이상 늘어난 반면, 쇠고기와 돼지고기 소비량은 소폭 줄었습니다.
이밖에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분석을 통해 각국의 식생활에 대한 흥미로운 면면이 드러났습니다.
2011년 현재 하루 열량 섭취는 미국이 3천641kcal로 가장 많은 반면 소말리아는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1천695kcal로 가장 적었습니다.
식단에서 곡물 비중이 가장 큰 나라는 63%인 북한이었으며, 가장 적은 나라는 21%인 스페인이었습니다. 스페인의 전통 식단은 곡물보다는 채소, 고기, 우유를 많이 사용합니다.
고기를 가장 적게 섭취하는 나라는 인도로 하루 식단의 1%에 불과했고, 가장 많이 섭취하는 지역은 중국의 특별행정구인 홍콩으로 29%에 달했습니다.
술을 가장 많이 마시는 나라는 독일로 하루 열량 섭취의 7%를 술에서 보충했으며, 쿠웨이트, 리비아, 사우디 아라비아, 소말리아는 술을 전혀 섭취하지 않았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