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내 북한 문제 전문가들은 신동혁 씨와 관련한 논란으로 북한인권 문제가 희석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는데요, 이런 일이 생길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적 문제도 돌아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서울에서 한상미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의 인권 유린 실태를 국제사회에 널리 알린 탈북자 신동혁 씨.
지난 18일 자신의 정치범 수용소 생활과 증언을 담은 자서전에 일부 허위 내용과 과장된 부분이 있다고 인정하면서 한국 내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은 이를 계기로 신 씨의 증언을 토대로 한 유엔 인권결의안 등을 취소하라며 공세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탈북자 출신 세계북한연구센터 안찬일 소장은 신 씨 사건 때문에 북한인권 문제가 희석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실제로 신동혁 씨나 인권 침해자들이 증언한 것보다 10 배, 100 배의 인권 침해가 북한에서 이뤄지고 있어요. 신동혁 씨가 이번에 실토한 수용기간, 수용장소 몇 가지 틀린 것 가지고 북한이 면죄부를 누리려 하거나 인권 문제가 희석돼서는 절대로 안 되는 겁니다. 그런 인권 침해는 신동혁 씨가 너무 부각돼서 붕 떠있었을 뿐이지 수 만, 수 천의 탈북자들이 다 공통적으로 인용하는 문제란 말이죠.”
한 탈북단체 관계자 역시 신 씨의 증언 내용이 일부 과장되기는 했지만 북한의 인권 상황이 열악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탈북단체 관계자] “신동혁이가 저도 봤을 때 그런 느낌을 받았어요. 아예 그 땅에 태어나서 바깥 생활을 모르고 그랬다면서 그런 거에 비해서는 과장되게 표현하면서 그렇게 보여지더라고. 약간은 뻥은 있겠지, 그래도 워낙 북한이 열악한 건 사실이니까.”
김 씨는 또 몇몇 탈북자들이 한국 언론에 나와 모두 자신이 겪은 것처럼 북한 실상에 대해 말하지만 이들의 증언에는 일부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은 통제된 사회이기 때문에 다른 지역은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다는 겁니다.
[녹취: 탈북단체 관계자] “약국의 감초라고 이렇게 신빙성 있는 것처럼 하는 것도 다 돈을 벌려고 뻥치고 하는 거…TV에 나오는 김평일, 체코 대사로 갔다는, 김정일의 이복동생 김평일이 있다? 그거는 곁가지라 하면서 막 깠단 말이야, 강연회에서. 그래서 안거지. 김평일이 어떻게 생겼는지 우린 본 적도 없어요. 함흥 사람이 개성이 어쩌고, 청진이 어쩌고 그거 다 뻥이란 말이에요. 가본 적이 없는데.”
북한대학원대학교 김성경 교수는 탈북자들이 방송에 나와 과장되게 말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가 이미 한국사회에 형성된 것 같다고 분석했습니다.
낯선 경쟁사회에서 잘 살고 싶은 열망을 그렇게 밖에 표출할 수 없는 탈북자들의 현실을 먼저 살펴봐야 한다고도 설명했습니다.
[녹취: 김성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남한사회에서 탈북자라면 탈북자에게 듣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거죠. 그 탈북자한테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해야지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게 많이 깔려있는 것 같아요. 사람답게 살기 위한 삶의 방편으로, 삶의 전략이란 측면으로 볼 수 있을 것 같고요.”
김 교수는 한국에 온 탈북자들이 인권 유린의 피해자인 게 확실한데 한국사회가 당시의 상황과 그 사실에 대한 지나친 잣대로 그들을 재단하려는 경향이 강한 것 같다며 중간 역할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한상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