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들이 완전히 끊어진 지 10시간여 만인 오늘 (23일) 오전 모두 정상화 됐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에서는 미국의 보복 공격보다는 반북단체의 행동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박병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사이트는 23일 오전 11시쯤 접속이 다시 가능해졌고 이어서 `조선중앙통신'과 `우리민족끼리' 등 나머지 사이트도 모두 접속이 원할해졌습니다.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등 북한의 공식 도메인인 ‘.kp’를 사용하는 웹사이트는 23일 새벽 1시쯤 접속이 불가능한 상태에 빠졌습니다.
‘.kp’ 도메인을 사용하지 않는 대남선전용 인터넷 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새벽 6시쯤부터 접속이 됐다, 안 됐다를 반복하며 불안정한 상태를 보였습니다.
이처럼 지난 22일부터 23일 사이 북한의 인터넷망이 마비된 징후가 곳곳에서 확인된 가운데 평양에 주재하는 외국 대사관에서도 인터넷 접속이 차단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일본 `NHK'가 23일 보도했습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도 23일 새벽 `신화통신' 평양지사 사무실의 인터넷과 휴대전화 3G망이 완전불통 상태가 됐다가 오전 11시쯤에야 연결이 재개됐다고 전했습니다.
북한 관영매체들의 웹사이트와 내부 인터넷망에 대한 공격은 미국이 소니 영화사 해킹 사건의 배후로 북한을 지목하며 ‘비례적 대응’을 공언한 직후 이뤄졌습니다.
이에 따라 이번 공격의 주체가 미국일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한국 국방연구원 김진무 박사입니다.
[녹취 : 김진무 국방연구원 박사 ] “(오바마 대통령의) 비례적 대응이란 물론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지만 일단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이렇게 봐야 되는 것이 비례적 대응이 아니겠느냐. 그래서 일단 일차적으로 해킹에 대한 대응으로서 북한의 웹사이트들을 다운을 시킨 것 아니겠느냐, 그렇게 봐야 되겠죠.”
이에 따라 이번 사태의 명확한 진상 규명과는 무관하게 미국과 북한의 갈등을 우려하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그러나 인터넷 사용률이 저조한 북한의 특징상 사이버 공격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미국이 아닌 반북 극우단체나 해커 집단이 주도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습니다.
동북아 평화협력연구원의 전현준 박사입니다.
[녹취 : 전현준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 박사] “비례적 대응을 하기 위해서는 북한이 큰 피해를 나름대로 입어야 되는데 북한이 인터넷 사회가 아니기 때문에 큰 피해를 당할 가능성은 낮습니다. 이것을 미국은 잘 알고 있을 것이고 따라서 금번 사태가 미국이 주도했다고 보기에는 좀 논리적인 취약성이 있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장용석 선임연구원도 북한 내부에 산업적, 군사적 피해를 준 부분이 없는 현재 상황을 보면 결과적으로 ‘비례적 대응’을 한 것이 아니어서 반북 단체의 행동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습니다.
한국 정부도 사이버 공격의 성격상 물증 확보가 어려워 공격의 주체를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반북 단체의 행동일 가능성이 있다는 입장을 신중하게 내놓았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국 정부 관계자는 이번 공격의 주체가 반북 극우단체거나 미국일 수도 있고 또 북한의 자작극일 수도 있지만 반북 극우단체가 선택적으로 해킹을 했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추측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박병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