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화요일 화제성 뉴스를 전해 드리는 ‘뉴스 투데이 풍경’입니다. 미국에서 사업가로 성공한 탈북 여성이 미국 백악관이 수여하는 오바마 대통령 자원봉사상을 받았습니다. 장양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지난 2008년 미국에 입국해 2012년에 미국 시민권을 따고 지금은 연 70만 달러의 소득을 올리는 상점을 운영하는 탈북 여성 사업가 그레이스 켈리 김 씨.
낯선 미국 땅에서 여느 탈북자들과 마찬가지로 살길을 찾아야 했던 그가 믿었던 것은 단 하나, 미국은 기회의 땅이며 일 한만큼 거둔다는 지인의 말이었습니다.
김 씨는 한인이 비교적 적은 미 동부 버지니아 주 리치몬드에 임시거처를 마련한 뒤 매일 서너 시간도 채 못 자며 닥치는 대로 일했습니다.
[녹취:그레이스 김 ] “하루 2시간씩 자고 일했어요. 잔디도 깎고 마루도 깔고 안 해 본 일이 없어요. 그렇게 1년 하니까 제 손에 4만 달러가 생기더라구요.”
알아듣지 못하는 라디오와 텔레비전을 틀어놓고 따라해 가며 영어를 습득한 김 씨는 미국 생활 1년 만에 집을 장만하고 이어 8개월 뒤부터 생선장사를 시작했습니다.
미국인 고객을 상대로 요리를 개발해 팔며 수입을 늘렸고, 그 때마다 영업장을 확장해 지금은 슈퍼마켓의 주인이 됐습니다.
딸과 함께 먹고살기 바쁜 와중에도 김 씨의 마음 한 자리에는 늘 탈북자들에 대한 걱정이 가득했는데요, 처음엔 100 달러로 시작해 수 백 달러, 수 천 달러를 쓰게 됐고 지금은 매년 2만 달러 정도를 탈북자 돕기에 쓴다고 말했습니다.
[녹취:그레이스 김] “어떨 때는 차를 1년에서 6개월까지 탈북자들에게 빌려줘요. 수 천 달러씩 그냥 준 적도 많고요."
매년 20명이 넘는 탈북자가 자신의 집을 거쳐가고 있다는 김 씨는 현재 지난 봄 1만 달러의 자비를 들여 칠순 잔치를 열어드린 탈북자 노인과 함께 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70살이 넘어 칠순 잔칫상을 받은 김영식 할아버지는 김 씨의 선행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며, 김 씨의 이번 수상이 자기 일처럼 기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영식] “고아로 있는 사람들 아직도 도와주고 있고 한데, 교회도 도와주고.. 다 도와 주구요, 만난 지 세 번 돼서 진갑상 다 차려 주고, 다 내 눈으로 봤단 말이야.. 잘했죠. 그만큼 해 준만큼 돌아온다 이거야..”
탈북자면 무조건 돕고 보는 김 씨가 미국 대통령 자원봉사상 (PVSA-Presidential Volunteer Service Award)을 받게 된 건 한인단체 회장의 추천 때문이었습니다.
미 서부 캘리포니아 주에 있는 KBC-TV 최창준 회장은 주변 탈북자들의 추천을 받아 미 정부기관에 김 씨를 수상자로 신청했습니다. 최창준 회장입니다.
[녹취: 최창준] “탈북자들을 너무 많이 돕고 있어요. 돈을 들여서 자기 시간 들이고 비행기표도 다 해서 잔치해주고, 거의 미국에 들어오는 탈북자들을 도와주고 있어요”
‘대통령 자원봉사상’은 미국 정부가 자원봉사자들을 격려하기 위해 마련한 것으로 어린이, 청소년, 성인, 가족 단위로 구분되며 일정 시간 이상 봉사한 사람들에게 금, 은, 동 메달과 상장을 수여합니다. 상금은 없지만 대통령의 서명이 담겨 큰 영예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그레이스 김 씨는 지난 24일 열린 시상식에서 미국인들과 한인 등 35 명과 함께 상을 받았는데요, 500시간 이상 봉사한 공로가 인정돼 금 장식 뱃지를 부상으로 받았습니다.
탈북자가 미국의 대통령 자원봉사상을 받은 것은 지난 2월 서부 캘리포니아 주에 거주하는 탈북자에 이어 두 번째입니다.
김 씨는 이 상을 지금까지 한 일 보다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을 돕고 살라는 뜻으로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그레이스 김] “너무너무 감사하죠. 무엇을 어떻게 얘기했으면 좋겠는지 모르겠어요. 이 상을 받게 된 이유는 탈북해서 현재까지 제 수입을 가지고 많은 탈북자를 도와줬기 때문에 많은 탈북자들이 제가 이 상을 받는 게 응당하다고 말을 하거든요. 저는 이 상을 받는데 제가 한 일 보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맘이 무겁고 앞으로 제가 능력껏 도울려고 많이 생각하죠.”
김 씨는 사람들이 자신에게 미국에 성공적으로 정착했다고 말을 한다며, 탈북자로서 미국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꼭 해주는 말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그레이스 김] “우리가 북한에서 힘들게 넘어온 바에야, 5년까지는 엉치를 앉아있지 말라, 당신이 힘든 사람을 돕고 힘든 사람이 다음 사람을 도와주는 크리스찬 기독교 정신을 가져라. 내가 일단 서서 다음 사람을 도와주는, 신세가 아니라 다음 사람을 도와줘라.. 저는 항상 그렇게 생각해요.”
미국 입국 7년 만에 미국 시민으로 성공적인 삶을 살며 탈북자들의 버팀목이 되고 있는 그레이스 김 씨는 앞으로 북한 주민들을 구출해 미국에 정착시키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장양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