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북-일 비밀접촉에서 피랍 일본인 12명의 생존 확인을 거부했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마키노 요시히로 미국 존스홉킨스 국제대학원 방문 연구원은 북한이 납치문제 재조사와 관련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일본측에 약속해 놓고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며, 북-일 관계보다는 미국과의 대화에 더 관심을 두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마키노 연구원은 일본 ‘아사히’ 신문의 국제문제 전문기자로 일본의 대표적인 한반도 전문가입니다. 김연호 기자가 마키노 연구원을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북한이 납치문제 재조사 결과 통보를 계속 미루고 있습니다. 북한의 송일호 북일 국교정상화 교섭담당 대사는 지난달 일본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언제든 통보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말을 했는데, 벌써 한 달이 지났거든요. 무슨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마키노) 사실 북한은 5월에 있었던 스톡홀름합의 당시까지는 일본에 대해서 “뭔가 좋은 결과가 나올테니까 걱정하지 마십시오.”이렇게 너무 호의적인 말만 했습니다. 그리고 북한은 국가안전보위부가 나왔기 때문에 일본 안에서는 반드시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많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8~9월에 북한이 갑자기 태도를 바꿨습니다. 저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첫 번째는 북한은 역시 북미대화가 목적이라서 미국하고 대화하고 싶어합니다. 미국이 인질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북한은 일본이나 한국과 대화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두 번째는 김정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김정은은 김정일에 비하면 아직 경험이 없기 때문에 전체적인 상황은 잘 파악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서. 김정은은 기분에 따라 왔다갔다 하니까 지금 대화하라고 했다가 갑자기 대결해야 한다거나 그렇게 하니까 일본에 대해서도 왔다갔다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세 번째는 그 동안 김정은이 간부들을 자주 바꿔왔기 때문에, 간부들이 많이 변경된 상황이라서 북한 내부에서도 대화해야 한다거나, 대결해야 한다거나 여러가지 대립이 많이 있기 때문에 그런 상황하에 일본에 대한 혼란에 빠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북한이 9월에 재조사 결과를 통보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킬 상황이 아니다, 이런 말씀이네요?
마키노) 예. 여러가지 북한 소식통에 따르면 일본 외무성의 이하라 준이치 아시아대양주 국장하고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관계자가 8월부터 9월까지 세 번 비밀리에 만났어요. 북한은 그 때 9월 중에 첫 번째 보고를 하겠지만 일본 정부가 인정하고 있고 아직 귀국하지 않은 납치 피해자 12명의 생존은 확인하지 못한다고 설명을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일본정부의 입장에서는 그런 보고를 받으면 일본 여론이 심하게 반발할테니까 그거는 우리가 받지 못한다고 반발을 했다고 합니다. 그래도 북한은 첫 번째 보고서에 12명을 포함할 수 없다고 계속 주장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서로 양보해서 일단 조사를 계속하고 있으니까 두고 보자는 식으로 합의만 했다고 합니다.
기자) 한때는 북일 정상회담 가능성까지 제기됐었는데, 이렇게 납치문제 재조사가 계속 표류하게 되면 아베 총리로서도 본인은 이 문제에 강한 정치적 집념을 가지고 있을지라도 국내적으로 지지를 받기 어렵게 되지 않을까요?
마키노)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일본 정부 안에서도 스톡홀름합의 당시에는 아베 총리가 이르면 올해 안에 평양을 방문해서 정상회담을 하고 납치 피해자들을 데려올 수도 있다고 추측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아베 총리가 지금 상황에서는 평양에 가기 어렵지 않겠냐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고 듣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이 계속되면 아베 총리도 정치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이 뭐가 있을까 궁금해지는데, 혹시 북한 측에서 일본에 특사를 파견해라, 그것도 고위급으로 파견해라, 이런 주문이 있지 않을까요?
마키노) 지금 일본 정부 안에서 조사단 파견을 한다거나 그런 목소리가 있기는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은 사실 성과를 얻어내고 싶은 정치인들이 주도하고 있는 움직임입니다. 일본 정부, 특히 외무성 안에서는 그런 상황하에 평양에 가더라도 의미가 없다고 하는 목소리가 많다고 듣고 있습니다. 평양에 가더라도 일본 정부가 알고 싶어하는 자료를 얻어낼 수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습니다. 사실은 납치 피해자 가족들도 그것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정치인들은 아베 총리가 정치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빠질 수 밖에 없지 않겠나 하는 걱정의 목소리가 많기 때문에 그것을 타개하기 위해서 (조사단을) 파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기는 있습니다.
기자) 북한 쪽에서 자꾸 일본이 추가 제재 완화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메세지를 보내고 있는데요, 특히 만경봉호의 재입항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거든요. 일본 정부가 받아들일 가능성은 있습니까?
마키노) 그것은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몇 번 밝혔는데, 역시 만경봉호에 대한 일본 언론, 여론의 반발이 너무 심합니다. 그것을 해제한다고 하면 뭔가 구체적으로 명쾌하게 우리가 얻어낼 수 있는 부분이 있어야 하니까 이 상황하에 만경봉호가 다시 일본에 온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기자) 그렇다면 제일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인 억류 문제가 될 것 같은데요, 아까 말씀하신 대로 북한은 일본과의 대화를 기회로 삼아서 미국에 더 접근하려고 하는 의도를 갖고 있다면, 미국과 일본의 정책조율이 굉장히 필요한 시점일 것 같은데요, 이 문제는 어떻게 풀릴 것으로 보십니까?
마키노) 오바마 정권은 다 아시다시피, 지금 중동의 이슬람 수니파 무장세력인 ISIL문제나 에볼라, 우크라이나 문제 때문에 미국 정부는 여유가 없는 상황입니다. 일단 북한은 다음달에 있는 중간 선거까지는 미국이 아마 여유가 없을 테니까 중간선거까지는 기다린다는 입장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중간 선거가 끝나더라도 미국이 더 여유가 생길 가능성은 별로 많지 않기 때문에, 저는 오바마 정권이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는 좀 냉정한 태도를 유지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북-미 대화가 진전되지 못하니까 그러면 북한 입장으로서는 남아있는 수단은 군사도발 같은 강경한 노선밖에 없기 때문에, 미국과 북한 관계가 호전되는 상황은 예상하기 어렵고. 그리고 미국 입장에서는 일본만 (북한과) 대화하면 안 된다, 이런 입장을 유지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북-일 협상에 별로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북-일 협상의 진전 가능성에 대해서 굉장히 비관적으로 보고 계신 거네요.
마키노) 네, 북한이 앞으로 1년동안 납치문제를 조사할 거라고 일본 정부가 말하고 있지만, 앞으로 1년 사이에 북한이 계속 대화노선을 유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북한 입장으로서는 강경한 태도로 나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미국 워싱턴 존스홉킨스 국제대학원의 마키노 요시히로 방문 연구원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