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장마당을 중심으로 시장화가 상당히 진전되기는 했지만, 대외 개방과 외자 유치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미국 전문가들이 지적했습니다. 김연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워싱턴에서 31일 한미경제연구소 주최로 ‘북한 경제: 개혁 과제와 기회’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에서 장마당을 중심으로 시장화가 상당히 진전됐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습니다.
브래들리 뱁슨 전 세계은행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총재 고문은 북한 당국이 장마당에 대한 규제를 느슨하게 하고 관리들이 뇌물까지 챙기면서 장마당이 활성화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브래들리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 “The average North Koreans...”
북한의 일반 주민들은 배급제의 혜택을 별로 받지 못하고 있고, 소득의 75~90%를 장마당 활동에서 거두고 있다는 겁니다.
여기에 더해 휴대전화 보급으로 장사꾼들 사이에 정보 교환이 쉬워지면서 장마당 활동의 효율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뱁슨 전 고문은 말했습니다.
지난 6월 말까지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의 전문가패널에서 활동했던 윌리엄 뉴콤 전 미 재무부 선임 경제자문관은 장마당이 북한 내에서 광범위하게 확산되고는 있지만 물자 공급이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언제든 장마당 활동이 혼란에 빠질 수 있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뉴콤 전 자문관은 북한이 경제개혁을 이루기 위해서는 금융체제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며, 북한의 아시아태평양 자금세탁방지기구 (APG) 가입이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윌리엄 뉴콤, 전 유엔 전문가패널 소속 전문가] “In the financial field...”
금융 분야에서 규제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먼저 제대로 된 제도가 확립돼야 하는데, 북한이 아시아태평양 자금세탁방지기구의 권고사항들을 이행한다면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겁니다.
뉴콤 전 자문관은 그동안 외국 은행들이 북한과의 거래를 기피해 북한이 대외거래에 큰 불편을 겪었다며, 북한이 자금세탁 관련 제재에서 벗어나기 위해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북한 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북한의 대외 개방과 외자 유치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브래들리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입니다.
[녹취: 브래들리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 “They’ve made this big...”
북한이 외국의 자본과 기술을 끌어들여 수출상품을 만들기 위해 경제특구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에게는 북한의 정치환경이 여전히 위험하게 비춰지고 있다는 겁니다.
뱁슨 전 고문은 북한이 일본이라는 거대한 시장에 해산물과 희토류 등을 수출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정치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뉴콤 전 자문관도 북한의 추가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가능성이 있는 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북한에 관심을 갖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윌리엄 뉴콤, 전 유엔 전문가패널 소속 전문가] “International, multilateral sanctions...”
북한이 또다시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강행한다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는 더 강화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이는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대북 투자에 대한 불확실성만 더 높일 뿐이라고 뉴콤 전 자문관은 지적했습니다.
VOA 뉴스 김연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