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몇 달 사이 미국인과 호주인을 각각 억류한 뒤 귀환시켰지만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 씨 석방 요구엔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와 전문가들 모두 엇갈린 신호를 보내는 북한의 정확한 의도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백성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케네스 배 씨가 함경북도 나진에서 체포된 건 2012년 11월 3일, 억류된 지 16개월이 훌쩍 넘었습니다.
이후 억류됐던 미국인 메릴 뉴먼 씨와 호주인 존 쇼트 씨에 대한 처우와 대조적입니다.
반공화국 적대행위 혐의로 억류된 미국인 메릴 뉴먼 씨는 42일 만에, 종교 활동을 통한 정부 전복 혐의로 구금된 호주인 존 쇼트 씨는 보름 만에 풀려났기 때문입니다.
‘우리민족끼리’를 내세우는 북한 당국이 유독 한국계인 배 씨만 가혹하게 다루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입니다.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을 지낸 미첼 리스 워싱턴대학 총장은 27일 ‘VOA’에 북한이 배 씨를 정치적 협상물로 이용하면서 시간을 끌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미첼 리스 총장] “They haven’t achieved the ransom that they want from him whether it is money or whether it is a change in policy…”
미국으로부터 배 씨의 몸값에 해당하는 정책 변화 혹은 현금을 얻어내지 못해 배 씨를 계속 붙들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미국 정부는 그동안 배 씨의 귀환을 위해 총력전을 벌였지만 북한은 이에 호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해 8월과 지난 달 로버트 킹 국무부 북한인권특사의 방북을 초청하고도 번번이 이를 철회해 버렸습니다.
6.25전쟁 참전용사 출신 미 연방 하원들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게 배 씨 석방을 촉구하는 편지를 보내고, 바락 오바마 대통령까지 나서 배 씨 문제를 공개적으로 언급했지만 북한은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배 씨에 대한 판결 이후 노동하는 모습과 입원 생활을 공개하고 기자회견까지 주선하면서 석방 교섭 신호를 보내 온 북한이 정작 미국의 적극적인 손짓을 외면하는 형국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전 미 정부 당국자는 ‘VOA’에, 케네스 배 씨가 한국계라는 사실이 장기 억류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북한이 국적과 관계 없이 한국계의 행위에 더 민감히 반응하면서 이를 더욱 위중한 ‘배신’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겁니다.
과거 미국인 석방 교섭 실무를 담당했던 이 당국자는 김정은 정권이 들어선 이후 부처 간 정책 일관성이 흔들리는 방증으로 볼 수도 있지만, 북한 지도부가 미국인 억류에 대해 완전히 다른 접근 방식을 택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배 씨는 북한에서 최장기 억류 미국인이자 노동교화소에 수감된 유일한 미국인이 됐습니다.
특히 수감 생활 도중 건강이 악화돼 지난 해 8월 병원에 입원했던 배 씨가 올해 초 다시 노동교화소로 이송되면서 가족과 지인들의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 2009년 북한에 5개월 간 억류됐던 미국 언론인 유나 리 씨는 1년 넘게 배 씨 귀환 운동을 측면 지원하면서, 이 문제의 심각성을 거듭 지적했습니다.
[녹취: 유나 리 씨] “친구도 방문할 수 없는 그 외국 땅에서 혼자 감금돼 있다는 사실이 너무 가슴 아픕니다. 그 가족들 모두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거든요, 16개월 동안. 빨리 북한이 인도적인 차원에서 미국 정부와의 대화에 적극 참여해서 배준호 씨를 석방해 주기를 기원할 뿐입니다.”
유나 리 씨는 그동안 케네스 배 씨에게 편지 보내기 운동을 주도하고, 관련 동영상을 제작해 미국인들의 관심을 촉구해 왔습니다.
현재 배 씨와 접촉하면서 가족들의 편지와 의약품 등을 전달하는 역할은 평양주재 스웨덴대사관이 대행하고 있습니다.
미 국무부의 한 관계자는 27일 ‘VOA’에 지금까지 배 씨에 대한 스웨덴대사관 측의 영사 접근이 10차례 이뤄졌다며, 지난 2월 7일 이후 한 달 넘게 배 씨와 접촉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배 씨의 귀환이 늦어지면서 몇몇 미국 인사들은 석방 교섭을 위한 방북을 제안했습니다.
로버트 킹 특사의 방북이 두 차례 무산된 이후 흑인 인권운동가인 제시 잭슨 목사와 워싱턴 주 출신 릭 라슨 연방 하원의원이 각각 대북 특사를 자청했지만 북한은 역시 응답하지 않았습니다.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배 씨 석방이 미-북 관계에 획기적인 진전을 가져오는 계기가 될 순 없지만 이 문제 해결 없이 양국 간 대화나 교류 역시 기대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케네스 배 씨의 구명을 탄원하는 서명자 수는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배 씨의 아들 조너선 씨가 지난 해 5월 세계 최대 탄원전문 사이트인 ‘체인지닷오그’에 개설한 탄원창에는 27일 현재 16만 2천 명이 서명을 남겼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 입니다.
케네스 배 씨가 함경북도 나진에서 체포된 건 2012년 11월 3일, 억류된 지 16개월이 훌쩍 넘었습니다.
이후 억류됐던 미국인 메릴 뉴먼 씨와 호주인 존 쇼트 씨에 대한 처우와 대조적입니다.
반공화국 적대행위 혐의로 억류된 미국인 메릴 뉴먼 씨는 42일 만에, 종교 활동을 통한 정부 전복 혐의로 구금된 호주인 존 쇼트 씨는 보름 만에 풀려났기 때문입니다.
‘우리민족끼리’를 내세우는 북한 당국이 유독 한국계인 배 씨만 가혹하게 다루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입니다.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을 지낸 미첼 리스 워싱턴대학 총장은 27일 ‘VOA’에 북한이 배 씨를 정치적 협상물로 이용하면서 시간을 끌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미첼 리스 총장] “They haven’t achieved the ransom that they want from him whether it is money or whether it is a change in policy…”
미국으로부터 배 씨의 몸값에 해당하는 정책 변화 혹은 현금을 얻어내지 못해 배 씨를 계속 붙들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미국 정부는 그동안 배 씨의 귀환을 위해 총력전을 벌였지만 북한은 이에 호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해 8월과 지난 달 로버트 킹 국무부 북한인권특사의 방북을 초청하고도 번번이 이를 철회해 버렸습니다.
6.25전쟁 참전용사 출신 미 연방 하원들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게 배 씨 석방을 촉구하는 편지를 보내고, 바락 오바마 대통령까지 나서 배 씨 문제를 공개적으로 언급했지만 북한은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배 씨에 대한 판결 이후 노동하는 모습과 입원 생활을 공개하고 기자회견까지 주선하면서 석방 교섭 신호를 보내 온 북한이 정작 미국의 적극적인 손짓을 외면하는 형국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전 미 정부 당국자는 ‘VOA’에, 케네스 배 씨가 한국계라는 사실이 장기 억류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북한이 국적과 관계 없이 한국계의 행위에 더 민감히 반응하면서 이를 더욱 위중한 ‘배신’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겁니다.
과거 미국인 석방 교섭 실무를 담당했던 이 당국자는 김정은 정권이 들어선 이후 부처 간 정책 일관성이 흔들리는 방증으로 볼 수도 있지만, 북한 지도부가 미국인 억류에 대해 완전히 다른 접근 방식을 택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배 씨는 북한에서 최장기 억류 미국인이자 노동교화소에 수감된 유일한 미국인이 됐습니다.
특히 수감 생활 도중 건강이 악화돼 지난 해 8월 병원에 입원했던 배 씨가 올해 초 다시 노동교화소로 이송되면서 가족과 지인들의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 2009년 북한에 5개월 간 억류됐던 미국 언론인 유나 리 씨는 1년 넘게 배 씨 귀환 운동을 측면 지원하면서, 이 문제의 심각성을 거듭 지적했습니다.
[녹취: 유나 리 씨] “친구도 방문할 수 없는 그 외국 땅에서 혼자 감금돼 있다는 사실이 너무 가슴 아픕니다. 그 가족들 모두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거든요, 16개월 동안. 빨리 북한이 인도적인 차원에서 미국 정부와의 대화에 적극 참여해서 배준호 씨를 석방해 주기를 기원할 뿐입니다.”
유나 리 씨는 그동안 케네스 배 씨에게 편지 보내기 운동을 주도하고, 관련 동영상을 제작해 미국인들의 관심을 촉구해 왔습니다.
현재 배 씨와 접촉하면서 가족들의 편지와 의약품 등을 전달하는 역할은 평양주재 스웨덴대사관이 대행하고 있습니다.
미 국무부의 한 관계자는 27일 ‘VOA’에 지금까지 배 씨에 대한 스웨덴대사관 측의 영사 접근이 10차례 이뤄졌다며, 지난 2월 7일 이후 한 달 넘게 배 씨와 접촉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배 씨의 귀환이 늦어지면서 몇몇 미국 인사들은 석방 교섭을 위한 방북을 제안했습니다.
로버트 킹 특사의 방북이 두 차례 무산된 이후 흑인 인권운동가인 제시 잭슨 목사와 워싱턴 주 출신 릭 라슨 연방 하원의원이 각각 대북 특사를 자청했지만 북한은 역시 응답하지 않았습니다.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배 씨 석방이 미-북 관계에 획기적인 진전을 가져오는 계기가 될 순 없지만 이 문제 해결 없이 양국 간 대화나 교류 역시 기대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케네스 배 씨의 구명을 탄원하는 서명자 수는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배 씨의 아들 조너선 씨가 지난 해 5월 세계 최대 탄원전문 사이트인 ‘체인지닷오그’에 개설한 탄원창에는 27일 현재 16만 2천 명이 서명을 남겼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