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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상식 ABC] '훈타'


미얀마 군부 쿠데타 이후인 지난 15일 군인들이 수도 네피도 곳곳에 배치됐다.
미얀마 군부 쿠데타 이후인 지난 15일 군인들이 수도 네피도 곳곳에 배치됐다.

미얀마에서 쿠데타가 발생해 민간 정부가 무너지고 군부가 정권을 장악했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을 계기로 뉴스에서 다시 ‘훈타(Junta)’라는 말을 종종 들을 수 있는데요. ‘시사상식 ABC’ 오늘은 이 ‘훈타’란 말의 어원과 의미에 관해 알아보겠습니다. 김정우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훈타’는 스페인말로 원래 ‘위원회’나 ‘모임’을 뜻합니다. 하지만, 현재는 대개 ‘군부 정권’을 가리키는 뜻으로 통용됩니다.

16세기 훈타는 스페인에서 다양한 정부 자문위원회를 지칭하는 말로 널리 쓰였습니다. 훈타가 권력을 잡은 정치적, 군사적 집단의 의미로 처음 기록된 것은 지난 1640년대였습니다.

그러다 훈타라는 말이 다른 지역에 알려진 것은 19세기 초 프랑스의 보나파르트 나폴레옹 덕이었습니다.

[녹취: 19세기 프랑스 행진곡]

1808년 나폴레옹이 이끄는 프랑스군이 스페인을 침공했습니다. 그러자 스페인 사람들은 지역 조직인 ‘훈타스 프로빈시알레스(지역 위원회)’와 전국 조직인 ‘훈타 슈프레마 센트랄(최고 중앙 위원회)’을 만들어 프랑스군에 저항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훈타에 ‘정치·군사적 권력을 가진 집단’이라는 뜻이 강화됐습니다.

이후 스페인과 그리스, 그리고 라틴 아메리카 지역의 내전이나 독립전쟁, 혁명전쟁에서 유사한 조직들이 훈타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특히 과거 스페인이 식민 지배했던 남미에서 ‘훈타’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했습니다.

[녹취: 19세기 아르헨티나 음악]

1810년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한 아르헨티나는 자신들의 첫 번째 독립 정부를 ‘프리메라 훈타’라고 불렀습니다. 그런데 20세기 들어 중남미에서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군부가 스스로를 ‘훈타’로 부르는 일이 잦아지면서, 점점 지금과 같은 뜻으로 굳어졌습니다.

훈타는 법령이나 포고령을 통해 나라를 직접 통치하거나, 아니면 권력을 민정으로 이양하고 민간 정부를 통제하기도 합니다.

민정 이양의 경우 훈타는 먼저 계엄령을 해제한 뒤 많은 군인을 정부 관리로 전환해 정부를 장악하고 외곽 정당이나 단체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훈타는 이런 간접 통치를 통해 허수아비 민간 정부와 국가 안보 같은 정부 정책을 통제합니다.

[녹취: 미얀마 군사정부 관련 VOA 뉴스]

20세기 들어 훈타는 특히 남미에서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학자들은 남미에서 등장한 훈타가 각 군 지휘관들이 구성하는 고도로 전문화된 형태를 지녔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들 훈타에는 군 외에 경찰과 다른 정부 기관 인사들도 참여했습니다.

또 다른 지역과는 달리 남미에서는 중간급 장교들이 아닌 이런 군 지휘관들로 구성된 훈타가 정권을 장악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남미 외에 한국과 태국 등지에도 훈타가 나라를 통치한 적이 있었습니다.

네. '시사상식 ABC', 오늘은 '훈타’에 관해 알아봤습니다. 지금까지 김정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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