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한 미국 뉴스를 전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미국의 코로나 누적 사망자 수가 5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이상 한파의 영향으로 일부 텍사스 주민이 고액의 전기료 청구서를 받고 있는 가운데 텍사스 주지사가 해결 마련에 나섰습니다. 과학자들이 미국 멸종위기종 동물 복제에 성공했다는 소식, 이어서 살펴보겠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첫 소식입니다.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망자 수가 50만 명에 육박하고 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 존스홉킨스대학 통계에 따르면 22일 오후 기준으로 미국의 코로나 누적 사망자는 50만200여 명에 이르고, 누적 확진자 수는 2천820만 명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사망자와 확진자 모두 세계에서 가장 많은데요. 특히 전 세계 코로나 누적 사망자가 250만 명에 조금 못 미치는 상황을 고려할 때, 코로나로 목숨을 잃는 사람 5명 중 1명은 미국에서 나오고 있는 겁니다.
진행자) 코로나로 인한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행사도 열렸다고요?
기자) 네. 22일 저녁, 조 바이든 대통령 부부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부부가 백악관 남쪽 현관에서 희생자를 위해 묵념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현장에는 희생자 50만 명을 기리는 촛불 500개가 켜져 있었는데요. 추모 행사에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을 하고 미국이 그 어떤 나라보다 많은 생명을 잃었다며, 애도의 뜻을 표했습니다.
진행자) 바이든 대통령이 연설 내용 좀 더 들어볼까요?
기자) 바이든 대통령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미국인의 마음에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과거 첫 번째 아내와 어린 막내딸을 교통사고로 잃었고요. 장남인 보 바이든 씨도 암으로 2015년에 숨졌는데요. 바이든 대통령은 코로나로 가족과 친구를 잃은 이들의 심경을 “너무나 잘 안다”며 위로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치유하기 위해선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며 “기억하는 것이 때로 힘들지만, 그것이 우리가 치유하는 방식”이고, “국가로서 그렇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것이 바로 오늘 우리가 이 자리에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희생자 추모가 하루로 끝나는 게 아니라고요?
기자) 네, 백악관은 닷새간 모든 연방 기관과 군부대 등 연방 소유지에 조기를 게양한다고 밝혔습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22일) 브리핑에서 미국인들이 겪은 희생의 규모를 강조하기 위한 조처라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질병으로 목숨을 잃는 사람이 50만 명이라는 게, 사실 실감이 잘 안 나거든요?
기자) 다른 수치와 비교해 보면 이해가 좀 되실 텐데요. 존스홉킨스대학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9년에 호흡기질환과 뇌졸중, 알츠하이머, 독감, 폐렴으로 숨진 사람의 숫자를 모두 합친 것보다 더 많은 미국인이 코로나로 사망한 겁니다. 또 미 중서부 미주리주의 대도시 캔자스시티 주민들이 통째로 사라진 셈이고요. ‘뉴욕타임스’ 신문은 코로나로 인해 목숨을 잃은 미국인이 1, 2차 세계대전과 베트남전의 전사자를 모두 합친 것보다 많다고 전했습니다.
진행자) 단일 질병으로 인한 피해로는 엄청난 수치인 셈이네요?
기자) 맞습니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 소장은 21일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1918년 독감 팬데믹 이후 지난 102년 동안, 이런 상황을 겪은 적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파우치 소장은 또 ‘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는 “이번 사태가 앞으로 수백 년 동안 사람들 사이에 회자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그만큼 이례적인 상황이라는 건데, 불과 약 1년 만에 이렇게 많은 사망자가 나온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1월 20일에 첫 확진자가 나왔고요. 2월 초에 첫 사망자가 나왔는데요. 사망자가 첫 10만 명을 넘어서기까지 4달이 걸렸습니다. 이후 9월에 사망자 20만 명이 되기까지도 4달이 걸렸는데요. 하지만 이후 약 3주 만에 사망자가 30만 명을 기록했고요. 40만 명이 되기까지는 약 1달이 걸리는 등 속도가 점점 빨라졌습니다.
진행자) 이런 확산세가 언제쯤 꺾일까요?
기자) 파우치 소장은 CNN 방송에, 미국 내 코로나 확진자 수가 지난 1월에 정점을 찍은 후에 현재 감소세를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사망자가 40만 명에서 50만 명으로 증가하는 데 걸린 시간도 약 2달로 속도가 좀 늦춰졌는데요. 파우치 소장은 하지만 정상적인 생활은 여전히 어려울 수 있다며 어쩌면 내년까지 미국인들이 마스크를 착용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코로나 백신이 빨리 보급돼야 확진자나 사망자가 줄어들 텐데, 백신 상황은 어떻습니까?
기자)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통계에 따르면, 21일 현재 미 전역에 보급된 백신은 7천500만여 회 분량으로 약 6천300만 회 접종이 이뤄졌습니다. 하지만 미국 여러 지역을 강타한 겨울 폭풍으로 백신 보급에 차질을 빚고 있는데요. 도로가 얼어붙고 배급 업무를 맡은 직원들의 발이 묶이면서 미 전역에 보급될 6만 회 분량이 밀린 상태입니다. 앤디 슬라비트 백악관 코로나 대응팀 수석 고문은 19일, 정전으로 수 천개의 백신 접종 장소도 문을 닫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겨울철이라 백신 보급도 날씨의 영향을 받는 거군요?
기자) 맞습니다. 하지만,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21일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6만 회 분 가운데 약 2만 회는 배송이 시작됐다며, 이번 주에 신속하게 속도를 따라잡고 밀린 부분을 해결해 백신이 지역 사회에 도달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다음 소식입니다. 지난주 불어닥친 한파로 미 남부와 중서부를 비롯한 곳곳이 큰 피해를 봤는데요. 주말에 상황이 어떻게 좀 바뀌었습니까?
기자) 네. 최악의 겨울 폭풍은 이제 지나갔지만, 여전히 많은 지역에 단전ㆍ단수 사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이례적인 한파를 경험한 텍사스주는 수도관이 동파되고 수도처리 시설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텍사스 전체 주민 1/3에 해당하는 880만 명이 여전히 식수난에 시달리고 있는데요. 게다가 일부 주민들은 고액의 전기료 고지서를 받아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진행자) 텍사스에서는 눈 폭풍에 이어 전기료 폭탄을 맞고 있다, 언론은 이렇게 표현하기도 하더군요?
기자) 맞습니다. 무려 수천 달러에 달하는 고액의 고지서가 송부되는 사례가 속출하자 그레그 애벗 주지사는 20일, 주의회 의원들과 긴급회의를 가졌습니다. 그리고 21일 기자들에게, 전력회사들이 주민들에게 고지서를 보내거나, 요금을 내지 않았을 경우 전기를 끊는 행위를 일시적으로 금지한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텍사스 주지사가 이런 조처를 한 배경이 있겠죠?
기자) 애벗 주지사는 “전기도 없이 추위 속에 며칠을 고통받은 텍사스 주민들에게 치솟는 에너지 요금을 부과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따라서 텍사스 공익사업위원회(PUC)가 전력회사에 청구서 송부를 일시 중단하고, 요금 미지급으로 인한 단전을 일시 유예하도록 지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는데요. 애벗 주지사는 주민들이 직면한 비싼 전기료는 현재 텍사스 의회의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일부 주민이 평소보다 훨씬 비싼 고지서를 받게 된 이유가 뭡니까?
기자) 미국은 전력회사를 민간이 운영하고 있고요. 주민들은 자신이 원하는 전력회사를 직접 선택할 수 있는데요. 전기 수요에 따른 ‘연동 요금제’를 상정하는 전력회사가 있었던 겁니다. 이 회사의 소비자들은 한파로 인해 수요가 급증하면서 요금이 치솟았고요. 지난 닷새간 5천 달러의 요금이 찍힌 고지서가 인터넷 소셜미디어에 올라오기도 했는데요. 소비자들이 한파를 앞두고 고정 요금제를 적용하는 전력회사로 바꾸기엔 시간이 부족했다고 현지 언론은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비싼 전기료도 문제이지만 아직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지역도 있다고요?
기자) 네. 애벗 주지사는 주말 동안 전기 발전 시설이 다 복구되긴 했지만, 21일 현재 3만 명의 주민이 여전히 전기 공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파로 인해 난방 사용이 증가하고 일부 발전 설비 가동이 중단되면서 텍사스주에선 지난주 400여만 명이 단전 피해를 겪었고요. 극심한 추위에 20여 명이 목숨을 잃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텍사스의 전기료 문제, 앞으로 어떻게 해결이 될까요?
기자) 전기세를 누가 내야 하는지를 두고 현재 의견이 분분합니다. 실베스터 터너 휴스턴 시장은 비싼 전기세를 주민들에게 책임 지울 수 없다며 주가 감당해야 한다고 21일 ‘CBS 뉴스’ 인터뷰에서 밝혔고요. 베스티 프라이스 포트워스 시장은 주와 연방이 함께 도와야 한다고 역시 CBS 방송에 밝혔습니다. 한편, 켄 팩스턴 텍사스 법무장관은 지역 내 에너지 회사들이 기상 비상사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며 대규모 단전사태와 전기료 책정 등에 관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연방 정부는 텍사스 한파 상황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습니까?
기자) 조 바이든 대통령은 20일, 텍사스주에 ‘중대 재난’ 지역을 선포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에서 “심각한 겨울 폭풍으로 피해를 본 지역의 복구 작업을 돕기 위해 연방 정부의 지원을 지시했다”고 밝혔는데요. 중대 재난 지역 선포로 텍사스 254개 카운티 중 77개 카운티에 연방 기금이 지원됩니다. 지원금은 임시 주거지와 주택 수리 보조금, 재산 손실을 위한 저금리 대출 등 개인과 사업주를 지원하게 되는데요. 바이든 대통령은 앞서 루이지애나와 오클라호마 등 한파 피해를 본 남부 일부 주에 비상사태를 선포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바이든 대통령이 피해 지역을 곧 찾을 거라는 말도 있더군요?
기자) 네, 바이든 대통령이 이르면 이번 주에 텍사스주를 방문할 수 있다고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이 21일 밝혔습니다. 사키 대변인은 ‘ABC’ 방송에 출연해 “바이든 대통령이 텍사스로 내려가 그의 지지를 보여주기를 열망한다”고 밝혔습니다. 사키 대변인은 하지만, “대통령의 재난 지역 방문이 가벼운 행보가 아니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있다”며 “바이든 대통령이 자원이나 주의를 빼앗기 원하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대통령이 현지를 방문하면 의전 때문에 복구 작업이 방해를 받을 수 있으니까 신중히 결정하겠다는 거군요?
기자) 맞습니다. 사키 대변인은 이어 바이든 대통령이 공화당 소속인 애벗 주지사와 긴밀히 연락하고 있다고 밝혔는데요. 연방재난관리청(FEMA)이 피해 상황을 보고 지원을 어디에 집중해야 하는지 결정했다며, 이를 통해 가장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돕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당초 연방정부에 주 전체에 대한 지원을 요청했던 애벗 주지사도 중대 재난 승인 직후, “부분적 승인은 중요한 첫걸음”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한 가지 소식 더 보겠습니다. 미국 멸종위기종 동물 복제가 성공했다고요?
기자) 네. 미국 어류야생동물관리국(USFWS)은 최근 멸종위기종인 검은발족제비() 복제에 성공했다고 밝혔습니다. 연구진은 지난해 12월 10일에 태어난 복제 검은발족제비에 ‘엘리자베스앤(Elizabeth Ann)’이라는 이름을 붙였는데요. 무려 30여 년 전에 죽은 검은발족제비의 유전자를 이용해 배아를 만든 뒤 대리모 족제비를 통해 태어났고요. 현재 야행 본능을 드러내며 잘 자라고 있다고 야생동물관리국 측은 밝혔습니다.
진행자) 30여 년 전의 유전자로 복제를 했다니, 과학 기술이 정말 대단하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엘리자베스앤의 유전자는 1988년에 죽은 ‘윌라’라는 이름의 검은발족제비의 DNA를 복제한 건데요. 유전자 기술이 초기 단계였던 당시, 윌라의 세포를 냉동 보관해뒀던 겁니다. 검은발족제비 복제 프로그램을 담당한 야생동물관리국의 피터 고버 박사는 복제에 7년이 걸렸다며, 이론상으로 거의 불가능한 일로 여겨졌지만, 생명공학의 발달로 가능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검은발족제비가 어떤 동물인가요?
기자) 족제빗과의 일종으로 눈 주위에 검은 털이 있어 검은 복면을 쓴 것처럼 보이고요. 공격적인 성향이 있는 야행성 동물입니다. 검은발족제비는 또 ‘프레리도그’라고 하는 다람쥣과 동물을 잡아먹고 사는데요. 사실 1980년대 이전까지 검은발족제비는 이미 멸종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농장주들이 가축 방목을 해친다는 이유로 프레리도그가 파놓은 굴을 파괴하면서 먹이와 서식지가 사라졌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1981년, 와이오밍주에서 죽은 검은발족제비 한 마리가 발견되면서 완전히 멸종된 게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진행자) 그 이후부터 보존 노력이 시작됐겠군요?
기자) 맞습니다. 과학자들은 개체 수 보존을 위해 검은발족제비를 포획해 번식하기 시작했고요. 1990년대 이후 미 서부와 인근 캐나다, 멕시코 등지에 수천 마리를 방생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검은발족제비가 왜 또 멸종위기종이 된 겁니까?
기자) 개체 수가 많아도 유전적 다양성이 적으면 종 보전이 어려운데요. 검은발족제비가 그랬습니다. 총 7마리의 근친교배를 통해 태어난 검은발족제비들은 장내기생충이나 야생흑사병 등 환경적 요인에 민감했고, 다시 멸종 위기를 맞았는데요. 30여 년 전 죽은 윌라 역시 수컷을 낳았지만, 그 수컷이 새끼를 낳지 못하고 죽으면서 혈통이 끊겼다고 합니다.
진행자) 하지만 기술의 발달로 30년 만에 다시 대를 잇게 됐네요.
기자) 맞습니다. 당시 윌라의 세포는 비영리 단체인 ‘샌디에이고 냉동동물원’으로 보내졌는데 이 시설에는 전 세계 1천100종이 넘는 개체 종과 아종의 세포들이 냉동상태로 보관돼 있다고 합니다. 고버 박사는 복제 기술로 세포를 재생할 수 있게 됐다며, 아직 유전적 저항력을 갖춘 유전자 조작은 불가능하지만, 미래에는 그것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검은발족제비는 미국 멸종위기종이어서 더 관심을 끌었는데요. 검은발족제비 외에 복제에 성공한 사례가 또 있습니까?
기자) 네, 검은발족제비 복제를 이끈 야생동물 보전단체 ‘리바이브앤리스토어(Revive & Restore)’와 생명공학 업체인 ‘바이아젠(ViaGen)’은 작년 여름, 중앙아시아의 멸종위기종인 몽고 야생마, 일명 ‘프르제발스키(Przewalski)’의 복제에 성공했습니다. 프르제발스키도 인공 번식 프로그램을 위해 확보한 개체 수는 12마리에 불과했지만, 현재 개체 수는 2천 마리에 달합니다. 연구진은 또한, 100년 전 사라진 ‘나그네 비둘기(passenger pigeon)’와 수천 년 전에 멸종된 ‘매머드(woolly mammoth)’ 복원도 현재 추진 중입니다.
진행자) 끝으로, 이번에 복제에 성공한 검은발족제비, 어디 가면 만날 수 있습니까?
기자) 앨리자베스앤은 콜로라도주 포트콜린스에 있는 야생동물서비스국의 ‘검은발족제비 번식 시설’에서 자라고 있습니다. 고버 박사는 엘리자베스앤은 앞으로도 연구를 위해 계속 시설에 머물 거라며, 현재로선 야생으로 되돌려보낼 계획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